중국시평

박근혜 대통령 방미가 남긴 과제

2013-05-16 11:40:04 게재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는 역대 어느 대통령도 겪지 못했던 초유의 위기 속에 이루어졌다. 세계가 박 대통령의 방미에 이목을 집중한 것은 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해결책을 기대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난해 대선 전까지만 해도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은 어둡지 않았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남북관계에는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던 한반도가 한국전쟁 후 초유의 위기를 겪었다. 왜일까? 왜 모든 예상을 뒤엎는 사건이 줄을 잇는 것일까?

중국에 '새로 관리가 되는 이는 세 번 불을 낸다(新官上任三把火)'는 속담이 있다. 새로운 리더십 교체에서 지피는 불이 아니었을까? 그렇지만 이번 불은 어느 때보다 거셌다. 완벽한 치킨게임이 연출되었다.

북한의 초강경수에 미국은 B52와 핵잠수함, B2 폭격기, 스텔스 전투기 F22 같은 최첨단무기를 투입하고 거기에 북한은 한술 더 떠 전쟁이 오늘이냐 내일이냐 하면서 전쟁 일보직전 상황을 연출했다. 미국은 북한이 지핀 불이 이성에 따른 이성행위인지, 비이성행위인지 판단이 안되는 상황에서 일단 멈춰섰다.

박근혜호는 출항하기도 전에 태풍을 만난 모양이 되었다. 신뢰 프로세스라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시도해볼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다른 대통령들이 수년간 겪었던 위기를 한꺼번에 경험했다.

치킨게임 상대는 미국, 게임 공간은 한국

이번 위기로 한반도 미래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철학과 신념이 시련대에 선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바로 이 철학과 신념 또는 그 변화를 보여준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한국은 이번 방미의 가장 큰 성과가 한미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맹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격상한 것과 굳건한 대북공조를 재확인한 것이라 한다. 그러나 한미동맹의 역할이 한반도를 벗어나면 중국과 부딪치게 된다. 미중갈등의 현실에서 한국의 딜레마도 증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북아에서 미국의 전략이 한국과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에서 주목할 대목은 역시 남북관계에 대한 메시지일 것이다. 전체적 흐름에는 북한이 변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 같다. 이전의 대응방식이다. 새로운 비전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 겨냥하는 타깃은 미국이지만 어찌 보면 미국은 뒤로 한발 물러서고 한국이 앞에 나서는 느낌이다.

오바마 집권 2기도 1기로 되돌아가는 느낌이다.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는 북미관계에서 미국을 설득하는 몫도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런 노력은 없는 것 같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프로세스에 오바마 대통령은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의 말대로 북한이 손뼉을 마주치지 않으면 어렵게 된다. 결국 돌고 돌아 북한의 변화만 기다리는 형국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북한은 박근혜정부가 이명박정부를 답습한다고 하지만 어찌 보면 북한이 그렇게 몰아간 측면이 있다.

이번 치킨게임의 상대는 미국이었지만 치킨게임을 벌인 공간은 한국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결과적으로 갓 출범한 박근혜정부를 전쟁일보직전까지 밀어붙인 것이다. 치킨게임은 상대의 굴복을 지향하는 게임이다. 일단 한미가 주춤했으니 승자는 북한이 된 것 같다.

중국이라는 우방이 등을 돌리는 형국

그렇지만 이번 게임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북한을 이해해주던 중국이라는 우방이 등을 돌리는 형국이 되었다. 미국과 대결이라고 하지만 어찌 보면 미국이 바라던 바가 아니었는지 모를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는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북핵과 북한문제에서는 미완의 과제를 남기고 온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방미에서 다시 한번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과연 한국과 중국이 이 미완의 과제를 얼마만큼 수행할 수 있을까? 지난 패턴과 다른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에 기대를 걸어 본다.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