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계와 다른 병원회계, 이익 감춰

"서울대병원 매년 이익 수백억원, 비용처리"

2013-10-24 11:24:00 게재

노동자운동연구소 "과잉시설투자가 경영악화 원인" … 병원측 "회계기준에 따랐을 뿐"

서울대병원 측의 '비상경영'에 반발해 노조가 23일 총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병원측의 경영상 적자 주장은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부상 비용이 부풀려져 있으며, 현재의 경영악화는 불황 속 시설투자가 지속된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병원측은 회계기준에 따라 비용처리됐으며, 비상경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부상 비용 재조정하면 적자 폭 크게 줄어 = 사회진보연대 부속 노동자운동연구소는 23일 '서울대병원의 비상경영의 진실'이라는 보고서를 배포하면서, 서울대병원의 '적자'는 이익금을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전입액 명목으로 비용처리하면서 생긴 '실재하지 않는' 적자가 부풀려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즉 경영 악화로 생긴 손실이 아니라 '장부상'적자라는 것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2009년부터 매년 160억∼360억원 정도의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전입했다. 이를 장부상 모두 비용처리했다.

그 결과 당기순이익항목에서 손실의 폭이 커지게 됐다. 2012년에는 127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는데,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전입액 등 장부상 비용처리한 것을 제외하면 72억정도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2012년도에는 병원측이 주장한 것처럼 적자는 맞지만, 손실은 크게 줄게 된다. 이렇게 보면 2011년도에는 당기순이익이 190억원정도 발생한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병원측은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전입해 비용처리한 것은 "의료기관 회계기준에 따랐을 뿐"이며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감사원 "장부상 비용처리 경영성과 왜곡" = 하지만 국립대병원의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비용처리하는 것은 경영성과를 왜곡 시킬수 있다며 수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2010년 10월 감사원은 '국립대학병원 운영실태'감사보고서에서 "고유목적사업준비금전입액과 고육목적사업비를 손익계산서에 바로 적용할 경우, 비용이 발생하지 않은 항목이 비용으로 처리돼 경영성과를 왜곡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즉 회계상 이익 폭이 줄고 손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에 "당기순이익이 실제보다 적게 표시되거나 순손실이 지나치게 많이 표시된 왜곡된 의료기관 재무제표를 바로잡을 경우, 국민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 올해 7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12회계년도 공공기관 결산 평가'에서 13개 국립대학병원의 당기순손실이 520억원이지만, 고유목적사업준비금 등을 조정하면 41억원 정도 손실 뿐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8일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처리하고, 이를 비용으로 설정할 수 없도록 하는 재무제표 세부 작성방법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노동자운동연구소는 이런 입장에서 당기순이익을 조정하면, 지난 6년간 서울대병원은 407억원, 연평균 68억원 가량 흑자경영을 해왔다고 밝혔다.

특히 2009년∼2011년 흑자규모는 691억원으로, 2012년 한해 발생한 72억 손실액은 감당하기 어려운 비상 상황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노동자운동연구소는 서울대병원에 실제하는 경영악화는 장기불황으로 의료수익의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시설확장에 지속적인 투자 결과라고 밝혔다. 2011년을 기점으로 서울대병원의 의료비용 증가율이 의료수익 증가율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경영진은 2011년∼2012년도에 암병원 개원, 중증외상센터 개소, 유방갑상선센터 개소, 심장뇌혈관병원 기공 등 시설투자와 확장을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이에 따른 비용 지출이 늘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인건비와 관리운영비가 크게 증가했다.

"시설확장보다 인력충원을 통해 서비스질 높여야" = 연구소는 "장기 불황으로 인해 의료수익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시설투자를 통해 비용 증가를 불러 온 것은 경영진의 실책이라고 봐야 한다"며 "앞으로는 규모확장 경영에서 벗어나 인력 충원을 통해 의료서비스 질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김규철 기자
김규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