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읽는 경제 | 비트코인

디지털 화폐, 돈의 본질을 뒤흔들다

2013-10-25 11:35:03 게재
이달 초 미 연방수사국(FBI)이 마약 밀거래 사이트 실크로드를 단속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눈길을 끈 것은 실크로드에서 결제시 많이 사용된 것이 달러나 유로가 아닌 가상 화폐 '비트코인(Bitcoin)'이라는 점. FBI는 지난 2년 9개월 동안 실크로드에서 950만 비트코인이 거래됐다고 밝혔는데, 이는 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도대체 비트코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비트코인은 지난 2009년 등장한 글로벌 가상 화폐 시스템이자 새로운 화폐다. 기존 화폐와 달리 정부나 중앙은행, 금융 기관의 개입 없이 개인 간 빠르고 안전한 거래가 가능하다. P2P 네트워크 기반의 암호화 프로토콜을 사용, 중앙의 관리나 개입 없이 분권화된 화폐 발행과 안정적인 거래 환경을 제공한다."

단순히 발행됐다고 화폐가 기능하는 건 아니다. '받아주는 곳'이 있어야 한다. 현재 나이키와 버거킹, 매리엇 호텔 등 미국 전역 5만여개 소매점에서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의 등장과 활성화의 배경은 무엇인가. 바로 기존 화폐에 대한 불신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비트코인이 등장한 2009년은 바로 직전해 세계 금융 위기의 충격과 여파가 현재진행형으로 작용하던 때였다. 중앙은행을 정점으로 하는 기존 금융 시스템은 전 세계로 번져 나가는 금융 위기가 찾아와도 '돈을 새로 찍어내 대형 은행들을 구제하는' 것 외에는 해결 방법을 찾아낼 수 없었다. 그러한 손실은 당연히 모든 경제 구성원들이 분담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즉, 기존 금융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 바로 비트코인의 등장과 활성화의 배경이라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달러 중심의 현 기축 통화 체제를 대체할 만한 차세대 화폐가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게 저자의 예측이다. 저자는 "비트코인의 등장은 21세기 우리에게 필요한 돈의 조건이 무엇인지, 우리가 화폐에 무엇을 기대하는지, 돈의 본질이 과연 무엇인지를 물어야 하는 시점에 와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부키
김진화 지음
1만6000원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김은광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