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

감옥이 호텔로, 멋진 변신

2013-11-29 09:49:36 게재

핀란드 헬싱키의 카타야노카 호텔을 방문한 적이 있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175년 동안 감옥으로 사용돼 온 건물을 호텔로 리모델링했다는 설명을 들었다. 때문에 직원들도 감옥의 테마에 맞춰 복장을 갖추고 있었다. 감옥이었다고 생각하니 무서울 법도 하고 관광객들이 꺼릴 법도 한데 오히려 하나의 테마로 '감옥'을 정하니, 재미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발상의 전환이 신선했다. '산업유산 재활용'이라는 개념을 처음 안 것이 그때다.

이 책은 세계 여러 나라의 산업유산 재활용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산업유산의 재생 프로젝트는 친환경, 지구 보호와 맞물려 세계적인 추세가 되었다. 많은 도시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허물어야 마땅한 지난 시대의 오래된 유산을 재활용하여 그곳에 쌓인 시간과 장소의 기억을 고스란히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고 있다. 우리 주변의 오래된 건물과 거리를 바라보는 시선과 발상을 바꿀 때도 되었다. 그런 새로운 시선과 발상 전환의 마중물로 삼기에 이 책은 아주 유용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말이다.

지난 2000년 영국 런던 템스 강변에 문을 연 테이트모던 현대미술관은 미술관 역시 훌륭하지만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를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사실 때문에 세계적으로 더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산업유산을 재활용해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선구적 사례로 부상한 이곳은 그 후 지금까지 산업유산 재활용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회자된다.

오래되고 낡은 것들을 재생시켜 활용하는 것은 이제 어느 한 지역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그런 유사한 사례들은 세계 곳곳에서 숱하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베이징의 798예술지구는 옛 전선 공장 자리에 가난한 미술가들이 싼 집세에 이끌려 몰려든 이후 갤러리와 미술관이 들어서기 시작, 지금은 아시아는 물론 전세계적인 예술 명소가 됐다.

일본의 나오시마와 이누지마 등은 제련소 공장의 환경 오염물로 죽어가던 섬이 통째로 예술의 섬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다. 옛 정수장을 활용한 선유도공원을 비롯, 공장과 공존하는 문래동 예술촌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책은 스페인 마드리드의 카이샤 포럼, 영국 런던의 와핑 프로젝트, 독일 카를스루에의 카를스루에 미디어아트센터 등 유럽 전역에 고르게 퍼져 있는 산업유산의 재활용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10여년 동안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도시사회학 박사이자 건축가인 저자는 도시학, 사회학, 지리학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동안 자료 조사와 현장 취재를 해 책을 펴냈다.

돌베개
김정후 지음
1만6000원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송현경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