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분식회계 왜 몰랐나

"회계조작 날로 발전 … 외부감사 품질은 저하"

2014-11-04 12:51:11 게재

회계법인 부실감사여부 쟁점 떠오를 듯

내부통제강화-외부감사 지정제로 바꿔야

로봇청소기 전문업체로 잘 나가던 모뉴엘의 3조원대 허위수출 파장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부풀린 수출채권은 그 규모만 300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고 1000여 곳이 넘는 협력업체들과 전자업계, 금융업계 등의 연쇄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모뉴엘의 자회사인 코스닥 상장사 잘만테크 또한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5000여명에 달하는 소액 투자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잘만테크는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잘만테크도 모뉴엘처럼 은행 대출금을 잇달아 연체하는 등 자금 압박이 심해지면서 기업회생절차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잘만테크는 지난 8월부터 회계부정에 대한 내부자 제보가 접수돼 금융감독원의 감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모뉴엘 허위매출 과대계상 등 분식회계, 잘만테크의 회계 부정 등과 관련해 회계감사제도 자체에 대한 많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회계 초보자들이 봐도 파악할 수 있는 이상한 현금흐름과 매출채권의 급증 등 이상 징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회계 부정을 적발하지 못한 외부감사에 대해 어떻게 믿을 수 있냐는 문제제기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 측이 제품 3조원대를 허위수출한 혐의(관세법 위반) 등으로 가전업체 모뉴엘의 박홍석 대표 등 3명을 구속했다고 밝힌 지난달 31일 오전 강남구 서울본부세관에서 취재진이 증거자료 등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이상한 현금흐름에 매출채권 처분손실 급증 = 모뉴엘의 경우 이상한 현금흐름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감사 적정의견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모뉴엘의 연결기준 2013 회계연도 매출액은 1조2737억원, 영업이익은 1104억원, 순이익 602억원에 달하지만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은 15억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6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이 있음에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정상적인 경영상황으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폭증한 외상매출채권금액과 매출채권처분손실액의 급증도 의심이 가는 부분이다. 특히 갑자기 늘어난 해외 매출채권 등 해외 자회사에서도 이상징후는 나타났다. 매년 막대한 순손실을 내고 있는 일본, 중국 등 모뉴엘 해외 자회사의 매출채권이 늘어나는가 하면 적자금액도 확대됐다.

잘만테크에서도 이상한 현금흐름이 포착됐다. 2011년까지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잘만테크는 모뉴엘이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2012년에는 매출 및 영업이익이 각 1075억원, 22억원, 당기순이익은 6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하여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매출액은 1328억원, 영업이익 54억원, 당기순이익은 5억원을 기록하며 매출은 15%, 영업이익은 2배 이상 크게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2년과 2013년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각각 마이너스 126억원, 마이너스 30억원을 기록했다.

◆법무법인 한누리 "다산회계법인 부실감사 쟁점될 것" =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렇게 비정상적인 현금흐름을 가지고 있는 기업에 거액의 대출이 들어가고 외부감사에도 발각되지 않았다는 것은 유착관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금감원 감리 결과에 따라 잘만테크의 분식회계가 인정된다면 최근 3년간 잘만테크에 대한 회계감사를 수행하여 모두 적정의견을 표명한 다산회계법인의 부실감사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라며 "여러 정황에 비추어 볼 때 특수관계인과의 매출 등에 대한 다산회계법인의 회계감사기준 위반 인정가능성이 상당부분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외부감사 현실적 제약 많아 = 하지만 회계법인 관계자들 내에서는 회사측이 작정하고 속인 경우 외부감사로는 문제점을 찾아내기 힘들다는 항변도 나온다. 조사권이나 수사권 없이 회사에서 주는 자료로만 검증 할 수밖에 없으며 관세청까지 완벽히 속일 정도의 증빙을 보고 문제를 잡아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문제다.특히 모뉴엘의 경우 해외에 매출이 있는 것처럼 매출을 불리고 채권을 부풀려왔는데 현행 외부감사 실정에서는 해외 매출처의 장소확인이나 매출내역에 대한 자료 확보를 회사측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다. 이에 회사측이 목적의식적으로 페이퍼컴퍼니 등을 이용해 회계사를 속이려 한다면 속수무책이라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회계전문가들은 외부감사 고유의 한계사항이 많다는 점과 자유수임계약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태수 공인회계사는 "회계감사는 공공재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사적 경쟁제품이나 서비스의 하나로 취급받고 있다"며 "회계감사 비용을 피감사회사로부터 받으며 을의 입장이 돼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할 회계감사가 기업경영층의 의도에 따라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총희 공인회계사는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보면 외부감사의 고유한계라고 생각된다"며 "회계사들의 합리적인 의심 자체를 차단하는 자유수임제도의 폐단과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이에 김광윤 아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최우선적으로 회사내 내부통제시스템 강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부감사의 경우 전수조사를 하지 않고서는 회사가 작정하고 계획한 회계부정을 적발하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먼저 내부통제제도, 내부감사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김 교수는 외부감사를 전면지정제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 외부감사인들은 감사를 받는 회사가 감사비용을 지급하고 감사법인을 지정하는 갑의 자리에 있으면서 을의 입장에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외부감사인은 독립적인 제3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재무제표를 검증해야 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전면지정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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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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