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지자체'를 만나다 | ⑦ 부천시

'공유서가'로 돌려가며 책 읽기

2016-05-23 11:07:06 게재

소유는 개인이 하되 같이 읽는 개념 … "사서 사무관 늘려 정책 전문성 강화"

시민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된 지 오래다. 201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지난 1년 동안 1권 이상의 책을 읽은 성인은 100명 중 6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70%가 넘는 시민들은 1년 동안 한 번도 공공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이 도서관·독서 정책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는가에 따라 시민들의 독서율은 높아질 수 있다. 특히 기초 지자체장이 의지를 갖고 독서 정책을 펼칠 때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보다 가까이에서 쉽게 책을 접하고 함께 읽고 토론할 수 있게 된다. 내일신문은 도서관·독서 정책에 집중하는 기초 지자체를 취재, 모범 사례를 공유한다. <편집자주>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부천만화축제 등으로 유명한 부천. 그런데 부천은 영화·만화뿐 아니라 도서관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는 지역 중 하나다. 부천이 도서관에 주목한 역사는 꽤나 오래된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당시 대통령 영부인 권양숙 여사가 참석한 도서관 행사를 개최했을 정도로 작은도서관 운동을 비롯, 민관의 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다른 지역에 비해 앞섰다.

 

김만수 부천시장 사진 이의종

 


부천의 도서관 정책은 2010년 김만수 시장이 당선되면서 더욱 탄탄해졌다. 사서인 아내를 둔 덕에 자연스럽게 도서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그는, 부천의 도서관 역사를 바탕으로 도서관이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내일신문은 지난 18일 오전 부천시청 집무실에서 김 시장을 만나 부천 도서관 정책만의 특징과 방향성을 들었다.

부천은 도서관 정책을 잘 펴는 곳으로 유명하다.

요즘 지자체들이 '걸어서 10분 거리 도서관' 등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는데 사실 부천은 그런 것들을 이미 다 하고 있다.

부천은 상호대차서비스를 처음 시작했다. 시흥 부평과의 회원 공유제, 이동도서관, 무인 기계 도서관인 스마트도서관 등 다양한 서비스들을 십수년 동안 발전시켜 왔다.

최근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내용적 특화, 접근성 강화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 실핏줄처럼 시민들 생활 곳곳에 도서관이 위치하도록 했다. 부천에는 작은도서관까지 116개관의 도서관들이 있고 이 중 '홀씨도서관'이라 명명하는 일부 작은도서관을 제외하면 공공도서관처럼 작은도서관에도 사서가 배치돼 있다.

최근엔 재래시장에 도서관을 설치하고 비어 있는 교실을 도서관으로 바꾸고 시민들에게 개방하게 하고 있다.

내용적 특화는 어떻게 하고 있나.

시민들의 다채로운 요구를 수용, 각 도서관에 반영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도서관은 세상을 만나는 창이기 때문에 창문이 여러 가지가 있을수록 다양한 모습의 세상을 볼 수 있다.

만화도서관에 이어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를 기반으로 집대성한 자료를 토대로 영화도서관을 만들고 과학도서관을 건립하려고 준비 중이다.

또 도서관에서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 진로탐색 프로그램 등도 운영하고 있다.

'공유서가'가 인상적이다.

(집무실 책상과 책장을 가리키며) 책상을 보면 책이 별로 없다. 집에도 거의 없다. 공유서가 1호로 1000여권의 책을 도서관에 보냈다.

보통 한번 본 책은 거의 보지 않기 때문에 도서관에 서가를 만들어 그 곳에 두고 시민들과 함께 이용하자는 개념의 서가다. 도서관은 서가를 따로 만들어 주고 개인의 이름을 새겨 준다. '소유는 개인이 하되 책꽂이를 공유하자'는 취지로 호응이 있을 것으로 본다.

직접 고안한 개념이라고 들었다.

공유경제의 개념에서 착안했다. 부천의 복사골문화센터는 아파트 주차장을 입주민들과 공유한다. 출근 시간 이후 주차장이 빌 때 문화센터 직원, 이용자들이 사용하도록 하고 대신 입주민들은 문화센터 강의 등을 할인 받는다.

도서관에 대한 시민들의 호응은?

아직까지도 시민들은 '도서관은 독서실'이라는 생각이 강해서 열람실을 늘려달라는 요청도 한다. 그러나 이는 지역의 커뮤니티센터 기능을 해야 하는 도서관의 가치와 상충된다. 어느 지역이나 그렇겠지만 과도기다.

다만 도서관을 포함, 문화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는 확실히 높아지고 있다. '문화 행사가 밥 먹여주냐'는 시비가 없어졌다.

53㎢에 87만의 시민들이 살고 있는 부천은 고도의 인구밀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지역이다. 특성화할 수 있는 것이 문화밖에 없다. 문화의 힘으로 도시를 발전시켜야 한다.

재임 이후 도서관·독서 예산과 인력이 늘고 있다.

부천도 예산, 인력이 부족해 허덕거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행정직 공무원들이 잠식했던 일들을 사서들이 하게 하려는 원칙은 있다.

올해 안에 사서 사무관 1명을 늘려 총 2명을 배치, 도서관 정책의 입안과 실행을 책임지게 하겠다. 자부심과 완결성을 갖고 도서관을 끌어가라는 얘기다.

앞으로 사서들의 역할이 기대된다. 기술 발전을 활용, 도서관을 어떻게 시민들의 생활 속에 가져다 놓을 것인지가 사서의 역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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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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