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항쟁 29주년│민주주의 현황과 미래비전

"한국 민주화, 아직도 전환기에 머물러 … 인권침해 여전"

2016-06-09 10:58:36 게재

국가보안법 악용 … 미래비전 목소리 못 내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국제연대 세미나

6월 항쟁으로 한국의 민주화시대가 열린지 29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전환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전히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국가보안법의 악용으로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하며 미래비전에 대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정치적 갈등을 해결할 규범이 없는 점도 한국의 민주화를 굳건히 세우는데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분단극복해야 완전한 민주화 가능 = 대만의 인권운동가 빅터 슈 박사는 8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2016 민주주의 국제연대 세미나'에서 "한국 민주화 운동의 현주소를 보면 독재사회에서 민주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는 세미(절반) 민주주의다 "라며 "그동안 한국 국민들이 용감하게 민주화 달성을 위해 노력했지만 안타깝게도 특정 부분에서 완전한 민주화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군부독재를 거치며 형성된 권위주의적 정부체제를 탈피하고 제도적인 측면의 민주주의는 완성했지만 한국의 국민들은 아직까지도 국가보안법의 문제나 집회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기본적인 자유권과 인권을 완전히 누리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빅터 슈 박사는 한국의 경우 완전한 민주화 달성에 있어 가장 큰 장벽은 한반도 분단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한 군사적 대치상황과 이로 인한 국가보안법의 발동이 반복적으로 악용되면서 시민들의 목소리는 묵살되고 미래에 대해 원하는 바를 제대로 얘기하지 못 한다"며 "특히 통일 얘기할 때 국보법 눈치를 보는 상황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빅터 슈 박사는 "2014년 12월에 발표된 미국 국무부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보고되는 주요 인권탄압 상황들은 정부가 국보법을 활용하는 경우였다"며 "이로 인한 표현의 자유억압, 인터넷 접근 제한 등의 탄압이 이뤄진 것을 미 국무부가 노골적으로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쟁 발발 위협이 계속 되고 국민들이 불안하다고 느끼는 한 민주주의가 달성됐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한국의 분단상황이 극복되지 않는다면 완전한 민주주의 달성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가치관 대립이 갈등 심화시켜 = 한배호 전 고려대 정치학과 교수는 '한국 민주화의 미해결 문제들'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기조발제에서 현재 한국의 민주화가 상당부분 단단하게 자리 잡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정치적 갈등을 해소할 규범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가치관의 대립은 갈등을 심화시키는 경향을 지니며 민주적 공고화 과정의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한국의 정치는 전통에 대한 태도, 종교적 차이, 연령, 교육수준과 배경, 집단 간의 편견과 불신, 역사에 대한 인식 등이 정치적 선호를 결정하는 가치의 정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낡은 가치와 새로운 가치의 차이가 무엇인지 불분명하고 성장과 분배, 경제냐 안보냐의 가치관 차이 등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규범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만장일치, 미국은 대결이지만 다수결의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반면 한국은 지배냐 굴복이냐로 해소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여당과 야당이 모두 가치의 정치를 하고 있으며 다수결의 원칙은 무시되고 갈등이 생길 때 해소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행정부와 국회간의 갈등도 지적했다. 그는 "권력의 중심이 행정부에서 입법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일어나며 행정과 입법부 사이의 갈등은 국민들의 정치불신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대통령제는 과도한 권력집중을 가져왔다"며 "민주적 제도의 본래 기능과 권한으로 입법, 행정, 사법 간 권력 관계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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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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