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지자체'를 만나다│⑩ 인천시 부평구

지역 모든 도서관을 회원증 하나로

2016-07-11 11:50:44 게재

다른 도서관 책 가져다주는 '책마실' 서비스 … "도서관은 풀뿌리 민주주의 기반"

시민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된 지 오래다. 201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지난 1년 동안 1권 이상의 책을 읽은 성인은 100명 중 6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70%가 넘는 시민들은 1년 동안 한 번도 공공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이 도서관·독서 정책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는가에 따라 시민들의 독서율은 높아질 수 있다. 특히 기초 지자체장이 의지를 갖고 독서 정책을 펼칠 때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보다 가까이에서 쉽게 책을 접하고 함께 읽고 토론할 수 있게 된다. 내일신문은 도서관·독서 정책에 집중하는 기초 지자체를 취재, 모범 사례를 공유한다. <편집자주>

"주민들이 민주시민의식을 가지고 협치를 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지방자치단체가 잘 됩니다. 도서관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이를 위한 기반이 됩니다. 도서관 사업을 활발히 하면 민주주의, 지방자치를 실현해 나가는 인재들이 성장합니다." 5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청 집무실에서 만난 홍미영 부평구청장의 일성이다. 홍 구청장은 도서관을 활성화시킴으로써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세상을 만들기를 꿈꾼다. 그런 만큼 도서관·독서 정책은 그에게 중요한 의미다.

홍미영 부평구청장. 사진 이의종

동네 특징 반영해 도서관 특성화


부평구에는 꽤 오랫동안 교육청 소속 도서관인 북구도서관과 부평도서관 외에 도서관이 없었다. 그러다 2006년 지은 첫 지자체 소속 도서관이 부평기적의도서관이다. 그리고 이후에도 도서관을 건립하지 않다가 2010년 홍 구청장이 재임한 이후 5곳을 더 지었다.

도서관 문화가 형성되지 않았던 지역에서 주민들을 위해 도서관만큼은 지속적으로 짓고자 한 것. 특히 부평구는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도서관 정책만큼은 적극적으로 펼쳤다.

나아가 부평구는 도서관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바탕으로 각 도서관들을 특성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건물만 달랑 지어놓고 독서실처럼 운영되는 도서관을 지양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삼산도서관의 경우 신도시 삼산동 주민들의 교육 욕구를 해소할 수 있도록 도서관에서 영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식이다.

홍 구청장은 "주민자치센터보다도 도서관을 완공하는 데 더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재정적으로 어려웠던 시기에 그래도 가장 중단 없이 만들어갔던 시설"이라고 밝혔다. 이어 "도서관 이용자들이 늘고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예전엔 도서관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소속 다른 도서관 모두 이용 편리

부평구는 전국 최초로 지역 내 25개 도서관 모두에서 상호대차 서비스인 '책마실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상호대차 서비스란 하나의 회원카드로 여러 도서관을 이용하고, 도서관에서 원하는 책을 찾다 없을 때, 다른 도서관에 있는 책을 신청하면 해당 도서관으로 가져다주는 서비스다. 이용자 입장에선 이용하는 도서관에 없는 책을 이용할 수 있어 좋고 각 도서관 입장에선 이용자가 원하는 모든 장서를 갖추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예산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부평구처럼 지자체 소속 공공도서관, 교육청 소속 공공도서관, 구립·사립 작은도서관 등 소속과 성격이 다른 지역 내 도서관 모두에서 상호대차 서비스를 제공하기란 쉽지 않다. 운영 주체가 다른 도서관들을 설득하고 시스템을 통합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부평구는 2014년부터 노력, 그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작은도서관 육성 시범지구 사업에 선정돼 국비 5억원을 확보한 후 시비 1억여원을 지원받고, 구비 1억여원을 투입했다.

예산 확보 외에도 교육청 소속 도서관들을 설득하고 작은도서관에 도서관리시스템을 지원하는 등 노력, 지난 3월부터 모든 도서관들에서 상호대차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

홍 구청장은 "각 도서관들은 예산 문제로 장서를 충분히 구비하기 힘들 수 있다"면서 "이제 이용하는 도서관에 없는 책을 신청하면 다른 도서관에서 가져다 주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책이 옮겨 온다는 것은 책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5년째 주민들과 함께 '책 읽는 부평'

아울러 부평구는 5년째 '책 읽는 부평' 사업을 꾸준히 시행하고 있다. 56만명의 주민들이 한 해 동안 1권의 책을 읽으며 토론하는 것이다. 올해의 책은 '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다.

부평구의 책 읽는 부평 사업에는 책 선정 과정에서부터 주민들이 함께 하는 것이 특징이다. 책 읽는 부평 추진협의회가 3권으로 압축한 책에 대해 주민들은 거리투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펼친다. 이후에도 학교, 아파트 단지, 군부대 등 다양한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책 읽기에 참여한다. 책 선포식에서는 릴레이로 올해의 책을 읽도록 주민들에게 책이 배포되고 군부대에서는 올해의 책을 주제로, 포상휴가가 걸린 '골든벨' 게임이 개최된다.

홍 구청장은 "아파트, 학교 등에서 책을 읽고 토론을 진행하겠다고 하면 재능기부로 이를 지도하는 '북멘토'를 지원한다"면서 "독서가 하나의 즐거움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홍 구청장은 도서관·독서 사업에 보다 안정적인 조직과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지자체 소속 도서관들은 부평구문화재단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그는 "공무원 수나 예산 부족 등의 연장선상에서 도서관에서도 이런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도서관 직원들을 보다 안정적으로 고용하고 장서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사업을 늘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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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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