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지자체'를 만나다│⑪ 서울시 관악구

"퇴근길 지하철역에서 책 빌린다"

2016-07-25 10:08:53 게재

역에 무인도서대출·반납기 … '어르신 자서전 사업'도 눈길

시민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된 지 오래다. 201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지난 1년 동안 1권 이상의 책을 읽은 성인은 100명 중 6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70%가 넘는 시민들은 1년 동안 한 번도 공공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이 도서관·독서 정책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는가에 따라 시민들의 독서율은 높아질 수 있다. 특히 기초 지자체장이 의지를 갖고 독서 정책을 펼칠 때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보다 가까이에서 쉽게 책을 접하고 함께 읽고 토론할 수 있게 된다. 내일신문은 도서관·독서 정책에 집중하는 기초 지자체를 취재, 모범 사례를 공유한다. <편집자주>

"어떤 할머니가 그러더라. 구청장 덕에 시집간 딸을 자주 본다고. 그 할머니의 딸이 서울 근교로 시집을 갔는데 관악구가 도서관이 잘 돼 있어 책을 빌려보기 좋다고 자주 온다는 얘기였다. 책의 향기가 시집간 딸을 불러온다는 거다." 20일 오후에 만난 유종필 관악구청장의 말이다. 이 짧은 얘기 속에 관악구가 얼마나 도서관 체계를 잘 갖췄는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유종필 관악구청장 사진 이의종

 


유 구청장은 국회도서관장을 역임했으며 '세계도서관기행'이라는 책을 펴냈을 정도로 도서관에 관심이 많다. 2010년 유 구청장 재임 이후 관악구는 도서관과를 신설, '걸어서 10분 거리의 작은도서관'을 내세우는 등 도서관 정책에 집중했다. 공공도서관 1곳과 작은도서관 37곳을 지어 2016년 현재 공공·작은도서관은 43곳에 이르렀다. 도서관 회원 수는 2010년 7만3092명에서 2015년 15만48명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도서관 정책을 중점적으로 펼친 까닭은.

관악구는 서민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이다. 한때는 '달동네' 이미지도 강했다. 서민들은 이제 밥을 굶지는 않지만 돈을 주고 책을 사 읽기는 여전히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물질적 복지를 넘는 지식 복지로서의 도서관이 중요하다고 봤다.

또 최근 관악구엔 20~30대 결혼 전의 직장인이나 신혼부부들이 증가하고 있다. 집값이 서울 시내에서는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지식 욕구, 책에 대한 욕구가 있다. 다만 책을 사서 읽는 데에는 부담을 느낀다. 이런 이들을 위해 도서관 사업을 하게 됐다.

낙성대역의 U-도서관. 한 직원이 시민이 예약한 책들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이의종

작은도서관이 많은데.

공공도서관을 지으면 더 좋겠지만 그러려면 돈이 많이 든다. 구립도서관 큰 것이 하나 있으니 주민센터 체육센터 관악산 매표소 등 기존 건물을 활용해서 작은도서관을 만들고자 했다. 도림천변과 낙성대 공원에는 폐컨테이너를 활용해 작은도서관을 건립했다.

집 앞 걸어서 '10분 거리'에 도서관이 생기는 거다. 시간이 많은 사람들은 도서관이 멀리 있어도 가지만 바쁜 생활인들은 그럴 수 없다. 구청 앞에 구두 닦는 부부가 있는데 구청에 도서관이 생기니까 너무 좋다고 한다. 우리집 서재라는 거다.

지식도시락 책배달서비스는 무엇인가.

상호대차 서비스다. 작은도서관을 포함, 관내 모든 도서관을 통합 전산시스템으로 연결을 했다. 관악구통합도서관 앱으로 검색해 신청을 하면 원하는 도서관에서 받을 수 있다.

2호선의 5개역에까지 배달을 한다. 지하철역에 무인도서예약대출기·반납기로 구성된 'U-도서관'을 만든 것이다. 직장인들이 역에서 카드만 갖다 대면 책을 찾을 수 있다. 이 체계는 해외에서도 벤치마킹했다. 2015년에 지하철역에서만 15만권이, 서비스 전체에서 36만권이 대출됐다.

독서동아리도 활성화돼 있나.

도서관에 등록된 독서동아리는 276개 2446명으로 서울시 전체 독서동아리의 27%를 차지한다. 연간 30~50만원을 지원, 책을 구입해 읽도록 한다. 이들이 관악구 도서관 사업의 일꾼이자 전도사다. 해마다 개최되는 '관악책잔치'에서도 기획부터 추진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어르신 자서전 사업이 인상적이다.

관악구가 최초로 이 사업을 했다. 지금까지 어르신 자서전은 42권이 나왔다. 만65세 이상 어르신에게 250만원을 지원하고 자서전을 쓸 수 있도록 글쓰기 등을 지도해 준다. 이후 구에 있는 사회적기업을 통해 출판을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생을 보면 우리의 역사가 다 들어 있다. 개인 입장에서는 인생을 정리하면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후세에는 교훈을 줄 수 있다.

도서관이 늘면서 구의 분위기가 바뀌었을 것 같다.

동네가 훨씬 지성적인 분위기가 됐다. 독서 바이러스가 전파됐다.

주민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좋아한다. 그만큼 도서관에 대한 욕구가 있었던 것이다. 돈을 적게 들이고 주민들의 지식욕, 독서욕을 채워줄 수 있어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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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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