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한 봉지도 생명을 구할 수 있어요"

2016-07-26 10:57:39 게재

구명조끼 착용 '생존수영' 위기상황에서 효과 떨어져 … 교육부, 초등 수영 선도교사 424명 양성

"어~! 과자 한 봉지에 몸이 뜨네요? 진짜 신기해요" 25일 대구 체육고등학교 수영장. 아이들이 과자봉지를 안고 수심 2미터 수영장 물위에 떠있다. 얼굴을 물속에 넣고 숨을 참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숨쉬기를 반복한다. 물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과자봉지를 가슴에 안고 뒤로 누워편안한 자세를 엎드려뜨기 자세를 취했다. 긴장하거나 당황하는 아이들은 한명도 없다. 수영장 밖보다 더 편안한 표정이다. 이날 대구지역 초등학교 3,4학년 학생들과 교사들이 '생존수영' 실기교육을 받았다.

25일 대구 체육고등학교 수영장에서 아이들이 과자봉지를 안고 2미터 수심 위에 떠 있다. 전호성 기자


생존수영 실기교육 특징은 교사와 학생 모두 구명조끼나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영복을 착용하지 않고 평상복 차림으로 수영장에 뛰어 들었다. 기존 생존수영 교육과는 전혀 다른 장면이다. 교사들은 자기구조법으로 엎드려뜨기, 누워뜨기, 해파리뜨기, 쪼그려뜨기 등 기본구조법을 배웠다.

자기구조법을 배운 교사들은 물에 빠졌을 때 행동요령을 직접 실습하고 물 밖으로 나가는 수영영법을 익혔다. 김택호 대구시교육청 평생체육보건과 장학사는 "물에 빠진 위기 상황에서 구명동의나 구조장비가 없을 경우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을 이용해 구조하도록 과자 봉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25일 대구체육고등학교 수영장에서 아이들이 과자봉투를 이용한 생존수영을 익히고 있다. 전호성 기자


이희경 대구 동평초교 수영교사는 "몸은 어릴 때 배운 것을 잘 기억한다. 특히 수영은 자전거 타기와 같아서 초등학교 때 습득한 생존수영은 성인이 되어서도 위기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이미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수영교육 시스템을 완성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영법보다 위기상황에서 스스로 자신을 구조하는 실기 중심의 수영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명조끼 착용 생존수영, 위기상황 대체 능력 떨어져= 세월호 참사 이후 생존수영 열풍에 휩싸였다. 정치권까지 나서 생존수영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 3,4학년 수영교육을 의무화 하자, 학부모들은 '수영학원'까지 보내는 과열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자녀가 학교 수영 반에서 '2진'으로 밀려날까봐 우려하는 극성 때문이다.

하지만, 수영장 교육 중 사고를 우려해 교육생들에게 구명조끼나 안전판을 착용시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생존수영 교육을 할 경우 교육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초등수영교육 교원연수를 총괄하는 함경수 인천대학교 교수는 "생존수영은 수영을 못해도 자체 부력으로 물에 떠서 구조를 기다리거나, 스스로 물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영법"이라며 " 위급한 상황에서 스스로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게 목적인데 구명조끼를 착용하면 교육효과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구명조끼 착용하고 생존수영 교육을 받으면, 바다나 강 등 현장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 스스로 구조할 수 있는 능력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구명조끼에 몸을 맡긴 생존교육이 위기 상황에서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교육부는 초등학생들의 생존수영 실력을 효과적으로 키우기 위해 교사들의 수영교육 역량을 기르는 연수를 전국에서 실시중이다. 올해 여름방학 중 '수영교육 선도교사 양성연수'를 진행한다고 25일 밝혔다. 잘못된 생존수영 교육을 바로잡고, 위기상황에서 생명을 구한다는 게 연수 목표다. 지난 19일 1차로 시도교육청에서 추천한 초등교사 34명을 대상으로 선도교사 연수를 실시했다. 2차로 8월5일까지 390여명의 초등 수영 실기교육 담당교사와 체육 교사를 대상으로 권역별 핵심 선도교사 연수를 실시한다.


김석권 교육부 인성예술체육과장은 "생존수영 중요성이 강조되고 생존수영 교육시간과 관심이 커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위기 상황에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교육효과를 증대하기 위해 '등 수영교육 선도교사 양성연수'를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현재 초등학교 3학년만 받고 있는 수영교육을 2018년에는 6학년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35만여명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수영 실기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연간 배정한 수영교육 10시간 중 2시간을 생존수영 교육에 활용하도록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에 초등학교 수영교육을 4학년까지 확대하고 실기교육 12시간 중 2시간인 생존수영 교육을 4시간으로 늘릴 계획이다. 서울강남지역 한 교사는 "생존수영 과정에서 수영장 안전사고를 우려해 교육청과 학교장이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 착용을 강요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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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최세호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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