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지자체'를 만나다 ⑫│서울시 은평구

"주민들, 도서관건립 예산 직접 마련"

2016-08-22 10:08:42 게재

주민들이 서울시 주민참여 예산제 활용 … 문학도서관 건립 계획도

시민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된 지 오래다. 201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지난 1년 동안 1권 이상의 책을 읽은 성인은 100명 중 6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70%가 넘는 시민들은 1년 동안 한 번도 공공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이 도서관·독서 정책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는가에 따라 시민들의 독서율은 높아질 수 있다. 특히 기초 지자체장이 의지를 갖고 독서 정책을 펼칠 때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보다 가까이에서 쉽게 책을 접하고 함께 읽고 토론할 수 있게 된다. 내일신문은 도서관·독서 정책에 집중하는 기초 지자체를 취재, 모범 사례를 공유한다. <편집자주>

은평구는 일찍부터 작은도서관 운동이 활발했던 지역 중 하나다. 작은도서관을 사랑하던 주민들은 서울시 주민참여 예산제를 활용, 공공도서관 건립 예산을 마련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성과가 2015년 말에 개관한 '구산동도서관마을'이다. 이 외에도 은평구에는 구립과 사립을 포함, 공공·작은도서관이 80여개에 이른다.

 

김우영 은평구청장 사진 이의종

 


7월 27일 은평구청 집무실에서 만난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문화와 문학, 예술과 학교와 마을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꿈꾸고 있었다. 그리고 도서관이 그 공간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바랐다.

주민들이 예산을 따서 도서관을 만들었다니 대단하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은 결핍이 만들어낸 창조물이다. 도서관을 건립하고자 했던 은평구 주민들이 서울시가 운영하는 주민참여 예산제의 공모에 참여했다.

또 만화도서관, 청소년 힐링캠프 등의 공간도 이런 방식으로 예산을 따서 구산동도서관마을 안에 짓는 방식으로 예산을 몰아줬다. 심지어 청소년 힐링캠프 예산의 경우 고등학생이 따낸 예산이다. 이런저런 방식으로 예산을 확보, 총 75억여원이 들어갔다.

이런 방식이 어떻게 가능했나.

은평구에는 작은도서관 운동이 활발했다. 현재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한 '마을n도서관'이 주축이 돼 대조동 파출소를 작은도서관으로 만들면서 작은도서관 운동이 시작됐다. 마을n도서관은 엄마들의 자율적인 도서관 운동으로 이 도서관 운동이 이어져 왔다.

지금도 주민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나.

구산동도서관마을을 건축하는 2년 동안, 주민들은 계속 책을 읽고 다른 도서관을 견학하면서 도서관 프로그램과 운영 방식에 대해 고민했다. 현재는 주민들이 은평도서관마을협동조합을 꾸려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을 포함, 도서관 정책의 방향성이 있다면.

서울시가 '도서관을 걸어서 10분 거리에 만들자'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은평구는 이에 더해 도서관마다 색깔을 입히려고 한다.

예컨대 구산동도서관마을은 구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하는 공간이다. 또 증산정보도서관은 인구 50만명 중 만 65세 이상어르신 인구가 7만명에 가까운 은평구의 특성을 살려 어르신 대상 독서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은평구립도서관은 2000세대가 넘는 다문화가구를 위해 아시아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식이다.

또 은평구 내 군부대에도 상·하반기에 100권씩 책을 기증하는 등 각계각층 지역민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책단비 서비스'가 인상적이다.

책단비 서비스는 도서관 통합검색시스템을 기반으로 원하는 책이 있는 도서관을 직접 방문할 필요 없이 가까운 도서관과 지하철역에 설치된 무인대출·반납기를 이용, 책을 대출·반납하는 서비스다. 은평구가 전국 최초로 2009년부터 시작했다.

현재 도서관 7개관이 함께 하고 있으며 녹번역 등 3개역에서 책을 대출, 반납할 수 있다. 올해 4월까지 주민들은 이 서비스를 활용, 3만1500권을 읽었다.

도서관 정책에 신경을 쓰는 만큼 은평구가 변화하는 것을 느끼나.

은평뉴타운에 살고 있는데 집을 알아보러 부동산에 들렀다. 내가 구청장이라고 말을 안 했는데 먼저 말하더라. "동네에 공공도서관이 생겨서 집값이 올랐어요"라고.

이제 마을이 형성되면 도서관이있어야 하는 분위기다. 주부, 노인들이 도서관을 이용해 자기가 필요한 정보를 찾는 것을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앞으로 펼치고 싶은 도서관 정책은?

도서관에 보다 더 색깔을 입혀 다양한 분야의 주제가 있는 도서관을 건립하고 싶다. 은평구에 초판본 3만권을 갖고 있는 퇴직 우체부가 살고 있다. 이런 이가 책을 기증하고 역할을 하는 도서관을 짓고 싶다.

또 신사동에 공공도서관을 건립하기 위해 조감도까지 나온 상태다. 이 도서관의 경우 인근에 평양에서 이전을 해 온 숭실중·고등학교가 있다. 그 학교에는 윤동주 황순원 등의 문인들이 다녔다. 이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문학도서관으로 특화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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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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