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민정수석 인사도 좌우했나?

2016-10-26 10:55:05 게재

2014년 5~6월 당시 홍경식 수석 후임인사

최순실씨가 청와대 민정수석 선임과 관련한 보고서를 받아본 정황이 드러났다. 이 보고서가 청와대 내부보고서가 맞다면, 최씨가 민정수석 인사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민정수석이 검찰, 국정원 등 국내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파장은 더 크다.

TV조선은 25일 최씨 측근들의 사무실에서 입수했다며 '민정수석실 추천인 및 조직도'라는 제목의 문서를 공개했다. 이 문서는 2014년 6월까지 재직했던 홍경식 민정수석의 후임 인사에 관한 것이다. 민정수석실 조직으로 홍경식 민정수석, 이중희 민정비서관, 김종필 법무비서관의 나이, 출생지, 학력, 경력 등이 나와 있고 공직기관비서관과 민원비서관은 공석으로 표기돼 있다.

이 문서의 작성시기는 2014년 4월 15일부터 5월 12일 사이 어느 시점으로 추정된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2014년 4월 15일 '청와대 문서유출 사건'으로 물러났고, 이중희 민정비서관은 5월 12일까지 청와대 출근 후 검찰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홍경식 민정수석의 후임으로는 곽상욱 당시 감사위원이 추천인 자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2014년 6월 실제 홍 수석의 후임으론 김영한(8월 별세) 변호사가 임명됐다. 최씨가 '비선 실세'로 정부의 각종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민정수석 인사에도 최씨가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떠올릴 수 있다. 원래 추천인으로 올라있던 곽 전 감사위원 대신 김 변호사를 밀었다는 것이다.

이중희 민정비서관 후임 인사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빠질 수 없다. 현재 민정수석인 우 수석은 2014년 5월 이중희 민정비서관의 후임으로 임명돼 2015년 2월 민정수석으로 승진했다.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최순실씨가 우병우 민정수석 인사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우 수석은 올해 인사검증 실패 문제와 본인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도 민정수석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대검에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고검장)이 구성돼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이지만 우 수석이 본인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이번 국정감사 내내 이어졌다.

만약 최씨가 민정수석 인사를 좌우할 정도의 '비선 실세'였다면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서 진행 중인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수사도 우 수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셀프수사' 논란에 빠질 수도 있다.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를 총괄·기획하기 때문이다.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은 8월 말에 언론을 통해 처음 제기됐다. 시민단체의 고발 이후 특수부가 아닌 형사8부에 사건이 배당됐고 이달 20일 처음으로 문체부 담당자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졌다. 26일 재단 사무실과 최씨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되면서 첫 강제수사가 시작됐다. 의혹 제기 후 2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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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기자 eas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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