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법 개정안' 강사 반발 확산│① 무엇 때문에 반대하나

처우는 제자리, 고용불안만 키웠다

2017-01-24 09:56:35 게재

5년여 논의 끝 국무회의 의결, 법안 발의 … 학교측서 요구한 '당연퇴직' 포함

지난 2010년 조선대에서 10년간 시간강사로 일하던 서 모씨가 자살했다. 그는 교수 채용에 뒷돈이 오가고, 논문 대필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특히 유서에는 생활고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열정페이' 수준의 시간강사 처우가 알려지자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비난이 쏟아지자 정부는 강의전담 교수 전환, 4대 보험가입 지원, 공동연구실 마련, 시간강사료 인상 등이 포함된 처우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정부가 시간강사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자 '개악'이라며 강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의 개정안 반대 기자회견 장면. 사진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제공


교육부는 최근 국무회의에서 대학 강사의 신분보장 및 처우개선을 위해 마련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강사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5년여에 걸친 논의의 결과물이지만 정작 당사자인 시간강사들은 '개악'이라며 반대한다. 이들은 개정안이 처우는 개선시키지도 못하면서 오히려 고용불안만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좌 쪼개기 성행할 것' = 개정안은 강사를 교수 부교수 조교수와 함께 법적 교원으로 규정했다. 임용 기간은 1년 이상을 원칙으로 한다. 방송대 출석강사, 팀티칭·계절학기 수업 강사, 기존 강의자의 퇴직, 휴직, 징계·파견, 보직수행 등에 따른 대체강사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1년 미만 임용을 허용했다. 교육부는 "무분별하게 임용기간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년 미만 임용할 수 있는 사유를 법에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초단기간 교원 그것도 시급을 받는 교원을 양산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팀티칭 과목'에 1년 미만 계약을 허용하면 강좌 하나를 여럿이 담당하는 이른바 '강좌 쪼개기'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인간과 성'은 생물학과와 사회학과, '글쓰기'는 철학과와 국어국문학과, '현대사회의 이해'는 여러 학과들을 섞어서 조금씩 진행하면 강사들은 모두 1년 미만 계약할 수 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학령인구가 감소하는데다 정부로부터 융복합 등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라는 주문을 받고 있는 대학이 이 조항을 악용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최소한 방어권도 없어 = 개정안의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당연 퇴직된다'는 조항도 비판의 대상이다. 교육부는 "강사의 재임용심사청구권 인정에 따른 소청심사청구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 규정은 대학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사들은 교원소청심사권을 전면 부정하고 더 열악한 비정규교수직을 양산할 것이라며 반대한다. 임용기간 '1년 이상' 조항을 '최대 1년'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임교원의 경우 교수재임용심사제도와 교원소청심사제도를 활용해 제한적으로나마 고용 안정을 요구할 수 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행정소송도 제기한다.

하지만 강사들은 당연퇴직 조항으로 인해 소청심사청구 등 최소한의 방어권도 가질 수 없다. 이 조항은 사용자 측(대학)이 강력하게 요구했다.

강사들은 "개별 근로계약서도 아니고 법률에 자동 퇴직 조항이 포함되면 어디 가서도 고용을 지속시켜 달라고 호소할 수도 없어진다"면서 "대학 측은 일부러 해고한 것이 아니라고 할 것이니 부당해고로 따져보기도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이 조항만 있으면 대학 교원을 1~2년짜리 계약직으로 뽑아다 쓰고 기간이 지나면 바꿔버리면 그만"이라면서 "앞으로 대학에서 '정년트랙 전임교원'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학생지도도 못하게 = 보완강사법이 강사의 임무를 '학생교육'으로 한정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이 강사에게 연구비 수혜, 취·창업 지도 등 과도한 실적을 요구하는 부작용을 예방해 고용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강사들은 교육부가 교원의 임무를 학생교육에만 한정짓는 '반쪽짜리 교원제도'를 만들려 한다고 지적했다. 강사들도 전임교원처럼 교육·지도·봉사·연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되 비교평가 범주를 '강사'로 한정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강사의 임무를 '학생교육'에 한해 적용하는 것은 교원으로서 강사의 권리를 법적으로 제한하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다. 강사의 임무에 연구를 포함하면 연구공간과 연구비를 지급해야 한다. 또 학생 지도를 포함하면 학생지도 수당도 지불해야 한다.

임순광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 위원장은 "강사법은 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주지만 사실상 교원이 아닌, 앞뒤가 맞지 않는 개악법"이라며 "이번 개정안을 철회하고, 모법이 된 기존의 시간강사법 역시 폐기해 올바로 대체입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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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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