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마비 한일관계 출구가 안 보인다

2017-02-07 00:00:01 게재

주한 일본대사 일시귀국 한달 … 한일 외교장관 독일 회동 가능성

부산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일본이 주한 일본대사를 일시귀국시킨지 한달째이지만 한국과 일본 정부간 외교갈등은 아직 해결의 기미가 없다.

일본대사의 복귀는 더 미뤄지는 분위기이고 한일 관계 교착상태는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6일 브리핑에서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의 귀임에 대해 "아직 미정"이라면서 "나가미네 대사의 귀임은 앞으로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이날 주한 대사 귀임 시기를 3월 이후로 전망하며 "박근혜대통령의 진퇴 문제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이는 3월 중순까지 한국측이 문제해결에 대처하는 것이 곤란할 것"이란 이유를 들었다. 통신은 헌재의 탄핵 결정 여부에 따라 상황이 갈릴 것이란 관측을 내놓았다.

박 대통령이 탄핵을 피하면 일본 정부가 소녀상 철거를 강력하게 요구할 계획이고, 그 반대의 경우라면 차기 정부 출범 때까지 문제가 방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분위기에서 아베 신조 총리 주변에선 "한국이 뭐라도 하지 않으면 대사를 돌려보내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결국 한국 국내 정치상황에 따라 5월께로 예상되는 차기 대선 이후까지 한일관계 경색이 지속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일본 역시 자국 국내 정치를 의식해 이런 상황을 활용해 왔다. 지난달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서 일본인 72%가 주한 대사의 귀국 조치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치 이후 내각의 지지율이 66%일 정도로 아베 총리는 정치적 득을 봤다.

우리 정부는 주한 일본대사의 귀임에 대해 "일본 정부가 판단할 일로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없다"면서도 일본 스스로 터닝 포인트를 찾기 어려운 지경으로 몰아간 측면이 있다는 불만도 갖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주한 대사 소환 등 아베 정부가 취한 조치에 대해 "너무 나간 잘못된 대응으로 일본 스스로 발목을 잡은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가 소녀상을 민간단체에 얘기해 해결 노력한다고 한 거지 옮긴다고 한 게 아니다"면서 "소녀상 문제와 전혀 관계없는 통화스와프까지 끌어들였으니 입장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위안부협상에 대해 "국민 의견수렴 없는 일방 추진으로 첫 단추를 잘못 뀄다"는 비판으로 입지가 어렵다. 조기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될 경우, 차기정부가 12·28 위안부합의 과정에 대한 청문회 등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어쨌든 주한 일본대사가 한달이나 서울을 비우는 비정상적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다. 2012년 이명박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2005년 독도 갈등 때 본국으로 돌아갔단 무토 마사토시, 다카노 도시유키 당시 주한대사는 모두 12일 만에 귀임했다.

한일 양국 정부가 모두 국내정치를 이유로 최악의 한일관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오는 16~17일 독일 본의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와 18~19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사태해결의 실마리가 찾아질지가 지켜볼 만한 관전 포인트다. 외교부 다른 당국자는 "16~19일 사이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외상의 별도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독일에서 문제 해결의 단초가 마련된다면 최악으로 치닫는 한일관계에 반전의 계기가 오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양국 관계 정리는 한국 차기정부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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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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