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주목받는 지자체·정책 | 서울 강서구 의료관광

지역 특화병원 손잡고 관광시장 다변화

2017-11-30 10:16:01 게재

옛 소련연방 공략 5년새 외국인환자 10배

'허준의 고장' 한의학 연계, 융합서비스 구상

"강서에는 척추 관절 불임 분야 특화전문병원이 많은데 2009년 의료법이 개정된 이후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 시작하더라구요. 공공 지원이 곁들여지면 지역경제에 크게 보탬이 되겠다고 판단했죠."

서울 강서구가 지역 특화병원과 손잡고 국제적 의료관광 도시로 도약을 꾀하고 있다. 특히 중국 일변도를 탈피, 관광시장을 다변화하는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진 강서구 제공


민선 5기가 시작된 2010년부터 서울 강서구는 의료관광에 눈을 돌렸다. 노현송 구청장은 "세계적으로 한류문화에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강서구가 가진 지리적 이점과 우수 의료기술을 접목하면 의료관광산업을 촉발시켜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돌이켰다. 서울 관문이자 김포공항 인근에 의료시설이 몰려있어 접근성이 뛰어난데다 허 준과 겸재 정 선의 발자취라는 지역 상표가 있었다.

해외설명회로 가능성을 타진하는 동시에 의료특구 지정에 공을 들였다. 2015년 특구 지정이 확정되던 해 외국인 환자는 5년 전과 비교해 10배 가량 늘었고 진료수입만 연간 80억원에 달한다. 중국 일본 관광객 성형분야에 집중한 다른 지자체와 달리 러시아와 옛 소련 연방 국가를 집중 공략, 새로운 관광시장을 개척했다. 새정부도 관광객 다변화와 함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관광산업 육성에 눈을 돌리고 있다.

민간기술+공공지원, 신뢰도↑= 노 구청장은 "자원이 있어야 관광산업 육성이 가능합니다. 강서로와 공항대로에 척추 관절 불임 등 분야에서 국내외 의료기술을 선도하는 특화병원이 밀집해있어 의료관광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죠."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특화병원 의료기술을 인정, 척추·불임치료 핵심지역으로 3년 연속 선정하기도 했다. 사통팔달 교통망은 외국인 환자 유치에 제격이다. 인천공항에서 30분, 김포공항에서 5분이면 병원에 닿는다. 노 구청장은 "3시간 안에 병원을 찾을 수 있는 인구 10만명 이상 도시가 60여곳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고국의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원하는 해외 거주 동포를 비롯해 상대적으로 의료기술이 뒤쳐진 아시아 국가 환자부터 공략하자 싶었다. 2012년부터 병원들과 합동으로 매년 두차례씩 해외 의료설명회를 정례화했다. 러시아 하바롭스크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해 카자흐스탄 등 옛 소련연방 국가, 베트남 몽골 중국 등 동남북 아시아, 교포 숫자가 많은 미국까지 시장 다변화를 꾀했다. 14개 특화병원이 참여한 병원협의회는 외국인 환자 유치와 홍보를 위해 함께 움직였고 구는 지역특화발전특구 추진반을 구성, 국제의료관광 중심도시로 도약할 계획을 마련했다.

2013년 특구 명칭공모전에서 '강서 미라클메디'(Miracle-Medi)가 낙점됐고 구는 병원협의회, 마곡지구에 입주할 이화의료원과 특구지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중소기업청 문을 두드렸다. 동시에 다문화여성을 대상으로 수술·입원기간에 자국어 소통을 도울 국제간병인 양성에 나섰다. 2015년 11월 181만35㎡ 의료시설 집적지에 3년간 719억원을 투입하는 특구 지정이 확정됐고 구는 바로 의료 분야를 포함해 숙박 외식 쇼핑 등 관련 분야 72개 기관과 특구협의회를 꾸렸다.

노 구청장은 "의료시설에 대한 특례가 적용돼 병상 확대 등 외국인 환자를 더 유치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며 "민간의 앞선 기술에 공공의 지원이 더해지면서 병원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외국인 환자 207명→2165명 = 2009년 207명이던 지역 내 외국인 환자가 2015년 2165명으로 10배 가량 늘었다. 진료수입은 같은 기간 3억4600만원에서 80억3800만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루블화 하락에 사드 영향이 겹쳐 환자가 1740명으로 한풀 꺾이긴 했지만 진료수입은 60억1700만원이나 된다.

노현송 구청장은 "의료관광객 증가세가 둔화되기는 했지만 사드로 타격을 입은 다른 지자체와 달리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며 "한 국가에 편중되지 않도록 시장 다변화를 꾀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강서구는 허준박물관 겸재미술관 양천향교 한강생태습지 등 기존 자원에 더해 서울식물원과 항공박물관, 민간 문화예술공간 등을 유치해 회복기 관광객들에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노현송 구청장은 "허 준의 고향이자 한의학과 밀접한 지역 특색을 십분 살려 한방과 양방이 조화된 차별화된 서비스도 구상 중"이라며 "지역사회 협력을 토대로 특구를 더욱 활성화해 주민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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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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