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 우수교사 179명'이 던지는 메시지

"인성교육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필수 덕목"

2017-11-30 10:25:36 게재

2018년 교육과정 적용 전 최종 리허설 … "약방 감초, 언제까지 조연취급만"

'문학교육과 인성교육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교육과정 사례발표를 하던 오윤주(경기도 수원 수일여중)교사가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최근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고, 마음 정리가 안된 상태에서 다시 교단에 선 오 교사. 아이들은 오 교사가 상(喪)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위로의 편지를 썼다. 한 아이가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오 교사를 뒤에서 안아주며 "선생님 힘내세요"라며 위로했다. 아이들이 갖춘 '공감'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설명하는 대목이다.

경기 수원 수일여중 오윤주 교사가 '문학교육과 인성교육의 통합' 을 주제로' 2115개정 교육과정'에 탑재할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오 교사는 '문학교육과 인성교육의 통합설계'에 대해 사례발표를 이어갔다. 청중은 전국에서 모인 인성우수교사들이다. 교사들은 강의 중간 중간 토론을 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적었다. 이들이 사례발표 중 토론하고 정리한 내용은 2018년에 적용될 '2015개정 교육과정'에 담긴다.

오 교사는 "문학작품의 해석 그 자체보다 다른 사람의 해석을 경청하고 그것에 공감하는 과정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문학교육은 필연적으로 인성교육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며 "문학작품 수업을 통해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귀담아 들을 수 있는 인성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과 소통'이라는 인성덕목을 문학 작품 속에 녹여 교육과정을 재구성한 것이다.

인성교육과정에 대해 토론하는 우수선진교사들.


결국 교육과정에서 집단이 함께 배우고 이해한 공감이 인성능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이는 다시 개인의 문화적 교양과 결합되어 이른바 심미적 감성역량으로 확장된다는 게 오 교사 설명이다.

실제 '공감능력'은 덴마크를 세계 행복지수 1위로 만든 요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높은 수준의 공감능력은 사회적 관계를 향상시키고 이는 행복지수 상승효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우수교사 위촉 뒤 성공사례 쏟아져 = 교과과정에 인성덕목을 녹여 재구성하는 전국 인성우수교사 179명이 24일 대전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워크숍을 마쳤다. 인성교육 실천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2018년부터 사용할 '2015개정 교육과정'에 접목시키기 위한 최종 리허설이다. 인성교육 우수 선진교사 워크숍은 인성담당교사들의 전문성 강화와 학교현장에서 인성교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미래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대한민국 교사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대목이 '인성교육'이라는 게 참석교사들의 증언이다.

국어과목 인성교육과정 사례발표


앞서 교육부는 2014년 12월 인성교육법 제정과 함께 '인성교육 로드맵'을 마련해 현장에 보급했다. 교과별 인성 핵심가치와 덕목을 구현할 수 있도록 방향과 목표를 설정했다. 초중고 핵심 교사 179명을 양성해 인성교육 '전사'로 양성시킨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 4월 인성교육 우수 선진교사 179명을 위촉했다. 미래 인성교육을 책임질 교원을 양성하고 교실수업 확산의 구심점으로 삼는다는 취지다. 그 결과 다양한 성공사례가 쏟아져 나왔다. 인성교육과정을 준비하면서 교사들한테도 변화가 일어났다. 자존감, 관용, 능력이 향상되면서 부모와 학생들의 '존경' 대상으로 자리매김했다.

교사들은 인성교육을 위한 학년별 토론수업 모델을 개발하고 적용했다. 인성중심 수업역량 강화를 위한 학년중심 협의체 구성과 소통 시간을 마련하고 창의적인 교수·학습자료를 개발했다.

수원 세류중 교사들은 '어울림'이라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생들에게 다가갔다. 방과 후 활동을 하면서 학부모들과 소통 수위를 높였다. 결과, 학생들은 '학교생활이 즐겁다'는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인성교육은 담배문제나 학교폭력 등 학교생활 문화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조사결과 '학교부적응' 수치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 지역사회에 퍼지기 시작했다.

충남 부여 규암초교는 모든 교과과정에 인성교육을 녹여서 운영한다.

이을용 부여 규암초교 교장은 "모든 교과를 지식 전달 중심 교과수업 내용에서 연극, 대화법, 감정조절 등 실천과 행동화된 교수법으로 재구성했다"며 "학년별 주제 중심의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지속적이고 꾸준하게 바른 언어 사용과 경청의 자세가 습관화되도록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규암초 역시 소통과 존중, 배려의 인성역량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규암초교에서는 '인사 잘하고 어른공경하라'는 구닥다리 예절교육은 찾아볼 수 없다. 교육과정을 '인성=리더십'이라는 '21세기형 교육'을 추구하는 선진국형으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교과시수' 줄인 대구교육청 = 교사들은 대구시교육청의 인성교육과정 재구성에 관심을 보였다. 인성교육 우수학교로 뽑힌 노변초등학교의 경우 인성교육에 최적화된 학교 교육과정을 편성했다. 주지 중심의 교과시수를 과감히 줄이고 도덕성과 의사결정능력을 길러주는 독서기반 토론수업 시수를 늘렸다. 이 과정에서 국어, 수학교과 8시수를 감축하고 대신 즐거운 생활 4시수, 도덕교과 8시수로 확대했다. 이는 파격적인 조치로 실천중심의 인성교육을 강화한다는 대구시교육청 정책에 따른 결과다.

인성교육 성공사례가 나오면서 학부모들의 관심과 참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인성교육 로드맵을 완성시키기 위해 학교와 가정(부모), 지역사회가 연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사들은 "이론수업보다 자연에서 체험중심의 놀이나 캠프활동이 인성교육에 효과가 크다"고 설명한다.

인성담당 교사들은 '줄 세우기 교육이 인성교육의 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입중심의 서열화 교육'을 인성교육의 한계로 규정했다. 문재인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에 특목고나 암기식 줄 세우기 교육이 필요한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성적순으로 순위를 결정하는 '고교-대학'의 구조적 모순을 사람중심(학생중심)교육으로 시급히 개선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차원의 '인성교육 공통과정'을 시급히 마련해 학교에 보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부호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은 "교사의 인성교육 역량이 학교 인성교육을 좌우하는 핵심"이라며 "그동안 인성교육 중심에서 우수 모델을 개발하고 실천해온 선진교사들이 학교와 사회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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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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