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 계기로 성폭력 없는 사회를 ⑨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 효과, 취약집단(여성, 20~30대 등)일수록 '회의적'

2018-03-22 10:50:59 게재

여성 성희롱 피해 장소 1위 '직장' … 지난해 10개 사업장 중 4곳 예방 의무교육 위반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사과, 각종 협회·단체들의 후속 조치와 미투 지지 성명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문화예술계를 포함한 한국 사회 전반의 시스템과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사회적 관심이 사라진 이후 같은 사태가 되풀이될 수도 있다. 내일신문은 미투 운동을 지지하며 문화예술계를 비롯해 사회 각 분야 변화의 필요성을 짚는다. <편집자 주>

#1. "직장에서 성희롱 예방교육을 매년 받기는 한다. 하지만 학교 때 대강당에 앉아 그냥 의례히 받던 성교육과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최근 온라인으로 대체했는데 아예 안보고 그냥 클릭질만 하거나 2배속으로 틀어놓고 딴 짓을 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 40대 남성 직장인 윤 모씨

#2. "미투를 계기로 행여 잘못된 행동이나 말을 하는 건 아닌지 여러 궁금한 점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정작 어떤 행동들이 잘못이고 고쳐야할 점인지 잘 모르겠다. 여성상사가 여성 후배들에게 성폭력을 가할 수도 있다는데, 어찌 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매번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았는데, 정작 실제에선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 50대 여성 직장인 김 모씨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실효성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10인 이상 사업장은 연 1회 이상 강사 또는 동영상 등 교육자료를 통해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하지만 사후관리는커녕 제대로 된 교육조차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게다가 여성이나 20~30대, 소규모 사업체 종사자 등 성희롱 사건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집단일수록 성희롱 예방 교육 효과에 회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성희롱사건 증가 추세, 관련 예산은 오히려 줄어 = 고용노동부의 '최근 5년간 성희롱 진정사건 접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진정사건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2년 249건에서 2013년 364건, 2014년 514건, 2015년 507건, 2016년 552건 등으로 늘고 있다. 게다가 여성가족부의 2016년도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희롱 피해를 입은 여성 중 42.7%(복수응답)가 직장에서 해당 사건이 발생했다고 응답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 예산은 오히려 감소했다. 올해 고용부의 성희롱예방 교육 관련 예산(건전한 직장문화 예산)은 6000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2017년보다 4000만원 감소한 수치다.

성희롱 발생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대책은 예방 교육이다. 하지만 지난해 성희롱 예방 의무 교육 사항을 위반한 사업장은 무려 39.6%(555곳 점검, 위반 사업장 220곳)에 이른다. 2016년의 경우 33.5%(535곳 점검, 위반 사업장 179곳), 2015년 28.2%(506곳 점검, 위반 사업장 143곳) 등이었다. 더 큰 문제는 위반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나마 확인된 곳들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고용부의 '사업체노동실태현황' 조사에 의하면 2015년 기준 성희롱 예방 교육 대상 사업장(10인 이상)은 전국 29만2579곳에 이른다. 성희롱 예방 의무교육 이행 점검은 근로감독관이 근로감독을 나갈 때 한 항목으로 보기 때문에 전 사업장을 확인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다.


때문에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시행 여부를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해 정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삼화(바른미래당·비례) 의원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장의 사업주에게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 결과를 고용부장관에게 제출하도록 규정한 남녀고용평등법을 지난해 11월 대표발의한 바 있다.

고용부 "강사 자격 요건 강화 등 내실화 강구" = 여가부의 '2015 성희롱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3.86점, 5점 척도 기준)에 비해 '남성'(4.08점)이 '일반직원'(3.93점)에 비해 '관리직'(4.06점)이, 그리고 민간사업체의 경우 규모가 클수록 성희롱 방지효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곧 성희롱 피해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집단(여성, 20~30대, 일반 직원, 소규모 종사자)이 성희롱 교육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결과다. 실제로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았다고 답한 7123명 중 절반 이하인 48.8%만 '피해 근로자의 고충상담 및 구제 절차'에 대한 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효순 고용부 여성고용정책과장은 "성희롱 예방 교육의 경우 매번 똑같은 내용을 강의한다는 지적이 있어서 큰 틀에서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강의 내용은 강사가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왔다"며 "성희롱 예방 교육은 당장 가시적인 결과물보다는 예방 효과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꾸준히 확대하면서 강사 자격 기준 강화 등 질적 내실화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고용부가 승인한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 양성과정' 이수자가 강의를 할 수 있도록 자격 요건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올해 내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영세사업장(10~29인, 21만곳) 무료교육 지원도 확대한다. 연 220곳이 무료교육 지원을 받았지만 약 10배 늘어난 2100곳이 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시 처벌도 강화된다. 5월부터 매년 1회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사업장이 이를 위반했을 때 사업주가 내야 하는 과태료가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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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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