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대상-대통령상 | 손일선 태평염전 회장

소금에 미쳐 염전경영 나선 2세

2018-12-14 10:47:12 게재

천일염 세계화에 기여 … 소금을 관광과 치유 등에 접목시켜

국내 천일염 생산자에게는 2007년이 역사적인 해다. 11월 '염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그동안 '광물'로 분류됐던 천일염이 마침내 '식품'으로 인정받았다. 이 때부터 김장을 할 때 국내산 천일염을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외면 받던 천일염이 세상의 주목을 받기까지 손일선(54·사진) 태평염전 회장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천일염의 우수성을 밝혀내고 관광과 치유 분야에 접목하는데 30년간 쉬지 않고 달렸다.

◆천일염 우수성 과학으로 입증 = 손 회장은 20대 젊은 나이에 천일염에 미쳤다. 선친이 운영한 태평염전에서 일하면서 잔뼈가 굵어졌다. 한여름 뙤약볕에서 밀대를 직접 밀어 천일염을 생산하면서 '국내 천일염'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했다.

이 때부터 천일염이 갖고 있는 가치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데 매달렸다. 대학 교수들을 찾아가 연구를 요청했다가 번번이 퇴짜를 맞기도 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 2003년 목포대학교에 '천일염 연구센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센터는 2006년 국내산 천일염에 존재하는 미네랄 가치 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성과를 거뒀다. 천일염 가치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자 지자체도 나서서 산업화 방안을 모색했다. 전남도는 2005년 '천일염 산업화 중장기 비전'을 만들었다. 또 2013년 신안 증도에서는 세계 천일염 엑스포를 열었다.

천일염 가치가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염전 면적이 2012년 3333ha에서 현재 3518ha로 늘었다.

손일선 회장이 소금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천일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태평염전 제공


◆해외시장으로 눈 돌려 = 손 회장은 2005년 물려받은 태평염전을 본격 운영했다. 태평염전은 단일 규모 염전으로 국내 최대다. 면적만 여의도 두 배인 495만㎡다. 해마다 전국 생산량의 6%인 1만6000톤을 생산한다.

태평염전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은 인체에 필요한 천연미네랄 88종을 함유하고 있어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그는 국내에서 처음 '수출'을 시도했다. 국내에서 광물로 분류됐지만 해외에서는 식품이었다. 그만큼 수출이 쉬웠다. 문제는 품질 고급화였다. 가는소금 생산이 꼭 필요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굵은 소금(천일염)은 1kg당 140원 정도에 거래된다. 이에 반해 가는소금은 1kg당 900원선에서 거래될 정도로 비싸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게랑드 소금 역시 가는소금이다. 가는소금은 소금 결정이 물 아래로 가라앉기 전 얇게 형성된 소금막을 걷어내 따로 말려서 만든다. 이 때문에 굵은 소금에 비해 생산량이 현저히 줄어들지만 단맛이 나고 미네랄 함량이 높다.

태평염전은 지난 2006년 품질 고급화를 위해 연간 가는소금 3000톤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또 자체 브랜드와 디자인을 개발, 품질 고급화를 선도했다. 또 일본이나 이탈리아에서 개최되는 국제 식품박람회에 참석해 세계 우수제품을 벤치마킹했다.

품질 고급화를 위해 직원 교육도 강화했다. 2005년부터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소금장인'을 선정하고 있다. 소금장인은 품질관리 등 32개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선정된다. 직원들은 소금장인이란 명예를 얻기 위해 품질 고급화에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손 회장은 "해외 벤치마킹을 통해서 품질 고급화를 끊임없이 시도했다"면서 "이런 노력 때문에 2008년부터 일본 등지에 수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염전, 관광과 치유에 접목 = 천일염 가치가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품질도 좋아졌지만 인지도는 여전히 낮았다. 특히 중국산이 국산으로 둔갑하면서 가뜩이나 낮은 천일염 가격을 더 떨어뜨렸다.

고심을 거듭하던 손 회장은 지난 2006년 염전을 관광 상품으로 만들었다. 체험행사에 참여한 김무숙(42)씨는 "아이들이 하얀 보석처럼 반짝이는 소금을 보면서 얼마나 좋아하는지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자 2007년 '석조 소금창고'를 개조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금박물관을 개관했다. 소금박물관은 2015년 관광객 9만8478명이 방문할 정도로 '대박'을 터뜨렸다.

염전과 소금창고를 문화재로 등록했다. 염전이 문화재로 등록되기 이전까지 이곳을 골프장으로 개발하자는 숱한 유혹이 있었다. 태평염전은 귀에 솔깃한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문화재 등록은 국내산 천일염을 세계 명품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최근에는 천일염을 치유에 연계해 미래성장 동력을 만들고 있다. 태평소금이 보유한 초미세소금과 고농도미네랄 농축액을 바탕으로 미용제품 등을 개발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기틀을 다지고 있다. 손 회장은 "프랑스 명품 소금 게랑드를 뛰어넘는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어 천일염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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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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