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 인재양성 시스템 혁신

2019-04-05 11:27:02 게재

신입사원 과감한 발탁으로 책임 부여 … 스파르타식 훈련, 창의적 열정 공존

일본의 기업들의 인재육성 시스템이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일본의 기업문화인 집단적 충성심을 통한 기업 역량의 극대화 방식으로는 더 이상 변화하는 기업경영 환경을 헤쳐나가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특히 젊은 인재를 확보하고 이들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연공서열이 파괴되고 개인의 능력을 고양시키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일본의 일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특집기사를 통해 '원석같은 젊은 인재를 놓지치 말라'는 기업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 신문은 일본 기업들의 최근 인재 육성 시스템의 변화를 △특별승진을 통한 임무의 부여 △스파르타식 훈련과 경험 △창의적 열정의 구현 등을 제시했다.

◆입사 3년만에 부장이 되다 = 중견 인재파견 회사인 UT그룹의 사노 료스케(24)씨는 지난해 회사에서 간부 후보군으로 발탁됐다. 연봉은 함께 입사한 동기들보다 150만엔(1524만원)이 많다. 사노 료스케씨는 이 회사가 지난해 도입한 간부후보 과정의 1기생이다. 이 회사는 이러한 간부후보생들에 대해 3년 동안 업무의 책임성을 높여가면서 실적을 지켜본 후 4년째 되는 해에 부장으로 승진시킨다. '특별승진'을 통해 인재를 육성하는 시스템이다.

사노 료스케씨는 "간부가 되는 데 3년이라는 짧은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것이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들로부터 인기가 많은 외국계 컨설팅 업체의 권유도 물리치고 이 회사에 안착했다. 이 회사의 사장 비서질장인 토노무라 마나부(51)씨는 "회사가 모든 직원을 확보할 수 없는 시대에 일률적으로 모두를 육성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신입사원들이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인재육성 시스템에 의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채용 컨설턴트인 마사나오(39)씨는 "일반 사무직원으로 회사의 그늘 아래 있으면 장래가 불투명하다고 느끼는 신입직원들의 불안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쓰이 물산이 채용설명회에서 신입직원들에게 '가장 희망하는 부서에 배치할 확률이 60% 이상이고, 최소한 4번째 희망하는 부서까지 합치면 90%에 달한다'는 내용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이후 취업희장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은 것이 대표적이다. 미쓰이 물산 인재개발실장인 후루카와 토모아키(52)씨는 "자신들의 업무에 대한 자존감이 분명한 젊은 세대에게 회사가 일방적으로 부서를 정해주면 따라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파솔종합연구소가 지난해 직장인 1만명을 대상으로 '무엇을 위해서 일하느냐'고 물었더니 '스스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20대는 54.6%에 달했지만, 30대 이상의 경우 40%대에 머물렀다.

◆혹독한 훈련에서 만족을 얻는다 = 쿠시카츠다나카홀딩스 그룹의 도쿄 코덴마쵸 연수센터에서는 지난 3월 중순 직원들이 업무 개시전에 사전작업을 했다. 이날 근무에 나선 10명은 대부분은 신입사원이다. 지난 2월에 입사한 시바타 코오사키(30)씨는 "선배로부터 검사를 받았는데 불합격하는 경우가 줄었다"며 "갈수록 일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꼬치류 30여 종류를 최적의 온도에서 조리하는 것은 모두 다른 조건이다. 단순히 조리뿐만 아니라 손님 접대나 매출관리 등의 업무도 배워야 한다. 이곳에서는 함께 입사한 동료들끼리 경쟁심을 가지면서 서로 도우면서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곳 연수센터에서는 1~2개월 정도 실습을 한다. 2017년까지 신입사원 연수는 3일만 진행했지만, 연수후 개별 영업점에 배치한 후에도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퇴직하는 사원이 많았다. 이 회사 이사인 오다 진시(32)씨는 "일을 하면서 기술을 익히는 것은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신입직원을 대상으로 보다 긴 시간 연수를 거치도록 했고, 실패를 하면 보다 엄하게 책임을 추궁하는 스파르타식 훈련을 도입하게 됐다.

인력서비스 회사인 엔재팬의 연수 컨설턴트 요코타 쇼오미노루(44)씨는 "지금의 젊은이는 행동의 이유와 목적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불합리한 일이 있어도 승진을 위해서 참아 온 기존의 선배 세대와는 달리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있어야 움직인다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 노동경제백서에 따르면 일본의 직장내에서 훈련을 받는 비율은 남성이 50.7%, 여성은 45.5%였다. 예전과 달리 일하면서 기술을 익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평균(남성 55.1%, 여성 57.0%)을 밑도는 수준이다.

해외연수 경험도 신입직원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타이세이 건설의 야스이 카츠노리(36)씨는 "하청업체인 현지 사람과의 관계를 풀어나가고 현장에서 체험을 하는 것은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해외사업의 비중을 높여 나갈 계획인데, 일본에 비해서 힘든 해외에 입사 6년차인 직원들 상당수를 파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일본 국내에서와 달리 예상 밖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해외 현장에서 보다 힘든 경험을 하면서 젊은 사원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열정을 심어줘라 = 토큐부동산은 올해 여름 도쿄 미나미 아오야마에서 시부야로 본사를 옮긴다. 본사 이전 프로젝트 팀에는 40여명의 20~30대 직원들이 함께 하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이 회사 다카하시 다이스케(34)씨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풍토로 바꾸겠다. 그룹 내부나 회사 밖의 기업과 연계를 강화하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앞으로 우리는 더 많은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시부야로 이전하는 본사에 그룹내 각 회사의 인적교류를 활성화 할 수 있는 자유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도쿄의 시부야'답게 사원 전원의 복장을 스타트업 기업들과 같은 비즈니스 캐주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 회사 한 임원은 "젊은 사원들은 앞으로 우리 회사에서 30~40년 함께 일하면서 함께 고민하고 함께 결정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시나가와에 있는 리크루트 매니지먼트 솔루션즈라는 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입사 1년차의 경우 '주체적으로 경력을 만들고 싶다"는 직장인이 71%에 달하지만, 입사 7년차가 되면 62%로 줄어든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회사에서 오래 일할 수록 보수적으로 변하는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다.

젊은 직장인의 열정을 심는 데는 기업의 영역을 넘어선다. 도요타 자동차 등 50개 이상 기업의 젊은 직원들이 모여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만들어 가는 'ONE JAPAN(원 재팬)'은 "대기업을 바꾸기에는 팀이 아니면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미쓰코시 백화점 이세탄점에서 이 모임에 참가한 MD전략부의 카미야 유키(30)씨는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회사와의 연계를 통해 백화점에서 양복의 공유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기존과는 다른 백화점의 영업방식으로 도전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이러한 단체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처럼 최근 일본의 기업내 젊은 사원들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상황에서 일에 대한 열정으로 기업이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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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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