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의정원 100년, 현존 유일 '임시의정원 관인' 공개

2019-04-09 12:57:03 게재

홍진 유족, 김구 주석 친필사임서 등 14점 기증

대한민국임시헌장 초안문·루즈벨트 조전문도

김 구 임시정부 주석이 직접 작성한 사임서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임시의정원 관인 실물도 일반인들이 볼 수 있게 됐다.

9일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전날 홍진 임시의정원 의장의 손자며느리인 홍창휴 여사가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임시의정원 관련 기록물 등 14점을 기증했다

가장 눈에 띄는 기증물은 임시의정원 관인이다. 임시의정원 관인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의정원이 상해에 만들어진 이후 1945년까지 26년여동안 사용한 국새다.

임시의정원 관인 기증 | 9일 홍진 임시의정원 의장의 손녀 며느리인 홍창휴 여사가 문희상 국회의장을 방문해 임시의정원 관인을 기증하고 있다. 사진 국회의장실 제공

현존하는 유일한 임시의정원 관인

해방직후 임시정부 요인들이 귀국할 때 임시정부 공식관인이 국내로 들어왔지만 한국전쟁(6.25전쟁)때 분실한 후 찾지 못했다. 이번에 홍진 의장 유족이 기증한 관인은 현재 확인된 유일한 임시정부 관련 공식 인장인 셈이다.

이외에도 임시의정원의 의장직을 3번이나 수행한 홍진 의장의 인장도 전달됐다. 홍 의장의 초명인 홍명희와 호인 만호를 새긴 인장이 각각 기증됐다.

기록물에는 김구 주석의 사직서 2매가 들어있다. 이 사직서는 김 주석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의미가 있다.

김구 주석이 홍진 의장에게 제출한 정무보고서

또 대한민국임시헌장의 초안문도 포함돼 있다. 대한민국 임시헌장은 제 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라고 선언했다. 제 2조에는 임시정부의 권력구조를 "대한민국은 임시정부가 임시의정원의 결의에 의하야 이를 통치함"이라고 규정했다. 전문 10개조로 만들어진 임시 헌장은 5차례의 개정을 거쳐 1944년 4월 22일에 전문 7장, 62개조로 다져졌다.

이외에도 △「대한민국 25년(1943년)10월 제35차 정기의회소집공고 요망 - 의정원의장 홍진으로부터 주석 김구」 △홍진의장이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 서거에 대한 조전문 △김 구 주석의 취임 선서문(홍진의장 감서인) △김규식 부주석의 취임선서문 △이시영 국무위원 등 14명이 날인한 문서 △김구 주석이 홍진 의장에게 제출한 정무보고서 △조소앙 국무위원의 사면서 △의정원 의원 조소앙 의정원회의 불참계도 처음으로 나온 임시의정원 관련 기록물이다.

김구 주석 친필 사직서

◆ 루즈벨트 기념관에서 조전문 실물 확인 = 홍 의장의 손부인 홍창휴씨는 이날 문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루즈벨트 서거에 대한 조전문을 보낸 후 받은 영수증을 보면서 "루즈벨트 미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 (홍진 의장이) 조문을 보냈다. 뉴욕 (루즈벨트) 박물관에 가서 확인했다"고 했다.

국회는 오는 10일 국회의사당 중앙홀과 국회도서관에서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 기념식'을 열고 홍진 선생의 흉상 제막식과 임시의정원 유품 기증식을 갖기로 했다.

이날 행사에는 문 의장을 비롯한 국무총리,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요인과 정당 대표와 원내대표, 국회의원, 전직 국회의장 등 입법·사법·행정부 주요 인사, 주한외교사절, 헌정회·제헌국회유족회 등 유관단체 관계자, 임시의정원 관련 독립유공자 후손 등 약 500명이 참석한다.

루즈벨트 미 대통령 서거에 대한 조전문

국회는 또 이날 중국 상하이 한국문화원에서 개원 기념행사도 갖는다. 이날 기념행사에서는 5당 원내대표(홍영표, 나경원, 김관영, 장병완, 윤소하 의원), 독립유공자 후손대표(이종걸, 우원식 의원)를 포함한 국회의원 20인이 참석하기로 했다. 정부측 인사로는 정해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장이 나와 축사를 하기로 했다. 역사적 고증을 토대로 현실적으로 각색한 개원회의도 진행될 예정이다.

국회 사무처는 "100년 전 대한민국 임시의정원은 산재된 임시정부를 통합하고 좌·우의 통합의회를 구성했으며, 첫 회의에서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하고 최초 헌법인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제정했다"며 "이번 기념행사는 우리 국회의 뿌리를 기억하고, 국회의 나아갈 바를 고민하는 뜻깊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10일, 100주년 기념식 한국 중국 동시 열어 = 이와 함께 국회도서관은 임시의정원의 역사적 의의와 헌법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9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20분까지 국제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 세미나는 '대한민국 임시의정원부터 국회까지의 역사적 변천 과정과 의의', '대한민국 임시의정원의 정통성 고찰', '대한민국 임시의정원의 헌정사적 의미와 헌법적 평가', '개헌 과정으로 본 대한민국 임시의정원'을 주제로 한 발표와 토론으로 구성됐다.

임시의정원 관인과 홍진 의장 인장들


헌정기념관 지하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임시의정원, 미래를 품다'는 주제로 국회사무처·국회도서관이 보유하고 있는 임시의정원 관련 기록물·사료를 특별 전시된다.

여의도 봄꽃축제가 끝나는 11일까지 여의도 윤중로에서는 '임시의정원 100주년 홍보관'이 설치된다. 홍보관에는 임시의정원 100주년 기념 영상과 임시의정원 최초 회의 내용 및 임시헌장, 임시의정원 사람들 등이 전시된다. 임시헌장 탁본 체험, 폴라로이드 사진·액자 제작, 특별전시 방문 스탬프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

국회방송(NATV)은 특집 다큐멘터리<국민의 이름으로 나라를 세우다> 2부작을 10일과 17일에 방영키로 했다.

한편 국회도서관은 4지난 5일 <대한민국 의회정치의 시작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 기념 목록집: 한국·미국·일본·대만> 자료집을 발간해 배포한 바 있다. 이 자료집에는 국내외 유관기관의 임시의정관 관련 자료조사 경과 및 목록, 임시의정원 관련 수집기록물 화보 이미지 및 임시의정원 연표 등이 수록돼 있다.

[한국 의정사 100년을 걷다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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