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정사 100년을 걷다 | (23)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학입시

"대입제도 부작용" 우려에 정부 "세계적 추세, 문제없다" 반복

2019-10-31 12:25:11 게재

대정부질문에서 교육부총리·장관 향해 고강도 비판 쏟아내

"수능만점자 탈락' '고교수석합격자 서울대 불합격' 지적하자

"공부벌레 아닌 나라 이끌 지도자 원해" 하버드 사례 제시


2009년 4월 10일 본회의에서는 당시 김춘진 의원과 이명박 정부의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열띤 논쟁이 이어졌다.

김 의원은 입학사정관제 확대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했다. 안 장관은 "(입학사정관제는) 내신만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여러가지를 고려하게 되면 오히려 일반고에서 같은 점수나 혹은 낮은 점수를 맞은 학생도 (자사고나 특목고 출신보다) 더 유리하게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미국은 80년간 해 왔다. 그런데 우리가 갑자기 전면 확대해서 완벽하게 하겠다? 문제이지 않는가"라고 따져물었다.

2007년 4월 11일에는 노웅래 의원이 노무현정부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향해 "주요 대학들이 수능점수를 통한 선발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김 장관은 "1995년 (김영삼정부) 교육개혁위원회가 대학별 본고사 대신에 고등학교에서 공부한 내용을 가지고 뽑자고 한 것"이라며 "본고사 대신에 학생생활기록부로 뽑자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능 관련 정의당 브리핑 | 2014년11월24일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이 국회 정론관에서 '수능 복수정답 인정'과 관련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국회도서관 제공


그는 "그것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가 그렇게 가고 있고 교육개혁위 때인 95년에 세계적인 추세에 우리 입시제도도 그렇게 방향을 잡은 것"이라며 "국민의정부도 그것을 확인했고 그 앞의 정부도 만들어서 그렇게 했고 참여정부에 와서도 그것을 재확인한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고교등급제 때문에 학생들의 개인별 차이를 알수 없다. 그런데 수능이 있다. 수능은 전국기준으로 학생의 위치를 정해주는 것"이라며 "미국제도에 거의 흡사한 것"이라고도 했다. "거기에 더해 면접을 할 수 있고 논술도 칠 수 있고 학생의 여기저기 학력 경시대회에서 우승을 한 것을 활용할 수 있고 그밖에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고 도 했다.

◆윤한도 "수능만점자 탈락, 해괴망측" = 2001년 6월 본회의에서는 수능 만점 받은 학생이 입시에 탈락한 내용이 회자됐다. 윤한도 의원은 대정부질문에 나서 "김대중정부 들어서서 교육부장관이 여섯 번이나 바뀌었고 장관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 변경으로 학생들과 부모들은 우왕좌왕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며 "교육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질책했다. 이어 "세상천지에 수능시험 만점을 받고도 대학에 탈락하는 이러한 해괴망측한 입시제도가 이 지구상에 또 어디 있느냐"며 "이것이 준비된 대통령의 준비된 교육정책이냐. 미래희망을 안겨줄 교육정책 방향을 소상하게 밝혀 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완상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답변을 통해 "세계에서 제일 좋다고 하는 하버드대학의 수능시험은 1600점 만점인데 같은 고등학교 학생 둘이 수능시험을 쳤는데 1500대 점수를 맞은 학생은 떨어지고 1300대 점수 맞은 학생이 (합격) 되었다"며 "하버드대학에 항의를 했다. 하버드대학의 대답이 이렇다. 우리는 공부벌레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원한다고 이랬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400점 만점이 떨어진 것은 아마 봉사활동 그 이외에 여러 가지 것을 참고해서 떨어졌다고 생각한다"는 얘기였다.

◆수능의 원래의도는 고교교육과정 정상화와 시험경쟁 완화 = 한 부총리는 "지금 현재 수능시험제도의 원래 의도는 고교에서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이면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여 고교교육과정의 정상화를 유도하고 학생들의 지나친 시험경쟁을 완화하여 수험부담을 줄이는데 있다"며서 "수능시험 점수만으로는 학생의 사회봉사능력,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창의적 능력 그리고 더불어 사는 능력을 측정하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우리 부는 시험성적 뿐만 아니라 학생의 소질과 적성과 희망, 이것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전형방법을 2002학년도 대학입시제도에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수능 오류 피해자 구제책 마련 | 2014년 12얼 9일 제19대 국회는 제329회 제14차 본회의에서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오류로 인한 피해자의 대학입학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의결했다. 사진 국회 도서관 제공


한 부총리는 두달전인 같은해 4월 12일에도 본회의장에 나와 "최근 고교 수석졸업생이 서울대 입시에서 떨어지고 미국의 유명대학에 합격한 사실과 관련해 우수한 학생들이 더 이상 불합리한 대입제도의 피해를 받지 않는 방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하버드나 예일은 수능시험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면서 "수능시험 의존도를 낮추면서 학생들의 다양한 취향과 선택, 그리고 봉사심 지도력 미래에 대한 헌신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수능시험은 상대적으로 조금 떨어지더라도 다른 면에 뛰어난 사람을 뽑는 것이 일류대학을 만드는 취지이기 때문에 이것이 불합리한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점에서 대학입학제도는 개혁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다한 사교육비 지출을 경감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력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학생들의 특성, 특기, 취향, 선택폭을 존중하기 위해 새로운 2002년 대학입시제도를 도입했다"고 소개하면서 "이를 통해 정상적으로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그런 길을 열고자 한다"고도 했다.

◆1981년에야 대입 법으로 규정 = 국회에서의 교육제도 비판은 다소 한계가 있다. 법을 통해 시행령에 교육제도 변경을 일임해줬기 때문이다. 국회는 1949년에 교육법을 처음으로 만들었지만 대학입학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조항을 두지 않았다. 1952년에 만든 교육법 시행령도 마찬가지였다.


1981년 1월30일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는 교육법을 개정해 대학입시관련 내용을 처음으로 포함했다. 송지영 당시 문교공보위원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제안설명을 통해 "대학입학예비고사제를 대학입학학력고사제로 변경하여 그 주요사항을 규정한다"고 했다. 그러고는 선발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정부안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1994학년도 제1차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시행을 앞둔 1993년 3월에는 수능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교육법과 교육법시행령이 변경됐다.

국회는 2005년, 2006년, 2017년 세 차례에 걸쳐 수능관련 내용이 담긴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제재조치를 보완하고 출제정보 유출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장애인 응시자에 대한 편의 제공 의무도 집어넣었다.

2014년 12월에는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오류로 인한 피해자의 대학입학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의결했다. 2013년 11월 7일 시행된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과목의 출제 오류에 대해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피해자의 구제 방안을 발표하자 피해자를 정원 외로 입학시키기 위한 법적 근거가 필요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의 제안으로 특별법이 제정됐다. 수능 문제 출제 오류에 따라 성적이 정정된 사람을 22015학년도 대학입학·편입학을 허가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한국 의정사 100년을 걷다"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