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정사 100년을 걷다 | (25) 우려 속에 속전속결 '1991년 첫 방위비분담금 비준'

야 "꼬리 물어 나중엔 수억불" 정부 "규모·종류 우리가 정해"

2019-11-21 11:48:40 게재

'한미 협의' 원칙 보다 '한국이 정해 미국 통보' 강조해 야당 설득

외통위 전체회의 하루 만에 통과 … 본회의도 이견없이 넘어


1991년 2월 5일 장문의 안건이 국회 외통위에 상정됐다.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개헌으로 직선제가 도입됐고 노태우 대통령이 선출된 후였다.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 제5조에 대한 특별조치에 관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협정 비준동의안'이다.

정부는 이 비준동의안을 1월 25일에 국회에 제출했으며 외교통일위원회는 열흘만에 상정, 한번의 전체회의를 거쳐 2월 6일에 원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민중공동행동 "굴욕협상 필요없다!" |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제3차 회의가 열리는 18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 입구 앞에서 민중당 당원, 민중공동행동 관계자 등이 방위비 협상에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28년전 미국측 "국내 경제여건과 대외원조 축소 압력" = 외통위에 나온 이상옥 외무부장관은 제안설명을 통해 "우리나라는 주한미군의 한국인 고용을 위한 경비의 일부를 부담하며 우리나라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여타 경비의 일부도 부담할 수 있게 되어 있다"면서 '여타 경비'에 대해서는 "다른 경비란 방위비분담경비 중 법적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 예컨대 미항공기 정비비 같은 경비로서 이에 대한 법적근거를 두기 위한 것인데 이는 한미방위분담 구성변화에 융통성있게 대응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매 회계연도마다 우리 정부가 결정하여 미측에 통보하도록 되어 있으며 SOFA 합동위원회를 통해 협정에 관한 모든 사항을 협의하게 되어 있다"며 "일견 한국측이 일방적으로 정하여 미국에 통고하는 것 같이 이해될 수도 있지만 양국간의 원활한 관계를 위하여 협정 제3조를 두어 합동위원회에서 부담경비의 종류와 규모 등에 대해서도 협의가 가능하도록 길을 터놓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는 이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우리의 능력범위 내에서 적정규모의 방위비를 부담하여 한미 상호동맹관계의 안정적이고 균형있는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도 했다. 이어 "80년대 후반부터는 미측은 국내경제적인 이유와 의회로부터의 대외공조 축소 압력으로 방위비 요구를 강화하기 시작했으며 1990년에는 주한미군에 근무하는 한국인 노무비 군사시설비 등의 현지발생 경비 등의 일부 부담을 요청하여 왔다"고 설명했다. 1990년 2월 한일국방부장관 회담에서 미국측은 주한미군 근무 한국인 노무비의 일부 부담을 요청한 바 있다.


야당의 권헌성 의원은 "일부 나토 국가와 일부 국가와의 형평의 원칙을 유지하고자 할 때에는 형편의 원칙에 균형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고 형평의 원칙에 어느 정도 위배되는 것"이라며 "일ㅈ본과 나토의 경우는 특히 필리핀 같은 경우는 노무자들의 노동비 부담을 미군측에서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의 조순승 위원은 "조문을 읽어봤을 때 마음에 걸리는 곳이 있더라"며 "나중에 가서 미국사람들이 확대해석을 하게 되면 이 'other expenditures'에 관해서도 우리가 돈을 물게 되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결국 잘못하면 미국이 모든 경비를 다 대주게 된다 이렇게 까지 확대해석할 수 있게 되어 있다"며 "다른 국가에서는 노무자의 Expenditure에 대해서 필리핀같은 데에서는 지불하지 않고 있다. 차라리 미국쪽에서 미군 주둔비에 대해서 돈을 달라고 했을 때 일시불로 5000만불을 준다든가, 6000만불을 주는 것이 낫지 이 조문대로 할 것 같으면 자꾸 꼬리를 물려가지고 나중에 가서 수억불을 물게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왜 우리나라만 분담하나" = 이상옥 장관은 "필리핀의 경우는 필리핀 자체의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비용보다는 미국의 아태지역의 전략과 관련해서 미군이 기지를 사용하고 있는 그런 측면이 강하다"며 "우리의 경우는 정면으로 직접적인 안보에 공동대처하기 위해 미국이 여기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협정 1조에 여타 경비의 일부는 부담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미국이 포괄적인 방위비 부담을 요구할 수 없고 이것은 한국측이 결정한 사항"이라며 "이런 점을 명확히 할 목적으로 협정 제2조에 한국측이 결정, 미측에 통보한다고 규정되어 있다"고 했다.

"여타 경비를 언급한 것은 앞으로 추가부담할 경비를 예정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앞으로 상황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함과 동시에 과거에 예산승인방식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 지출한 일부 방위비 분담경비, 예를 들면 미 항공기지원 이런 것에 대해서 앞으로 국회의 동의를 받아 명백한 법적 증거를 마련하고자 하는 그런 취지에서 그런 조항을 만들어 합의를 한 것 같다"고도 했다.

당시 외통위 전문위원실이 정리한 의원들의 질문에 대한 정부 답변을 보면 '우리가 다른 경비의 일부도 부담할 수 있도록 한 규정으로 미국측이 우리에게 과다한 요구를 해올 것이 아닌가'라는 질의에 대해 "부담할 경비의 규모와 종류는 우리가 정해 미측에 통고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부담할 수 있는 다른 경비의 범위'에 대한 질문에는 "지금껏 법적근거가 명확하지 않으면서 우리가 부담한 미항공기 정비료 등과 같은 경비를 말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두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통위에서 통과된 이후 이틀이 지난 2월 8일에 본회의 문턱도 원안 그대로 넘어섰다.

["한국 의정사 100년을 걷다"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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