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신격호 명예회장, 어려운 환경에서 세계적인 기업 일궈"

2020-01-21 11:50:22 게재

정·재계 추모발길 이어져

창업 1세대 마지막길 배웅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은 조문객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장례식 초례│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장례식 초례에 가족들이 참석해 절을 하고 있다. 사진 롯데그룹 제공


20일 이른 아침부터 빈소는 분주했다. 롯데인사들이 빈소에 모였고 상주인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조문객을 받기 시작했다. 빈소에는 신격호 명예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 신동주 전 부회장의 부인 조은주씨, 신동빈 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마나미 여사 등 가족들도 전날에 이어 자리를 지켰다. 신동빈 회장의 아들 신유열 씨는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빈소에 도착했다. 신유열 씨는 노무라증권 해외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시작으로 수많은 정·재계 인사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경제 성장과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신 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입관식 나서는 신동주-신동빈 형제│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서 입관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이 중에서 신격호 명예회장과 재산 및 경영문제로 갈등을 겪었던 가족들도 빈소를 찾아 애도했다. 재산권 다툼을 벌였던 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도 빈소를 찾아 자리를 지켰다. 고인의 둘째동생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은 빈소를 방문하지 못했지만, 그의 아들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과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이 빈소를 찾았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빈소에는 1000여명에 달하는 조문객이 방문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오전 9시 조문이 시작된 직후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이어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최한명 풍산 부회장, 김 윤 삼양 회장, 구자열 LS 회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박인구 동원 부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윤종규 KB 회장, 박용성 전 두산 회장,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 조원태 한진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이 빈소를 방문해 고인을 애도했다.

경제단체장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존경하던 분"이라며 고인을 그리워 했다.

박용만 회장은 "1세대 창업주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방문했다"며 "얼마나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 롯데를 일궜을 지, 지난 과정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오후 1시 57분쯤 서울아산병원에 도착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유족에게 "우리나라 경제 성장과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신 거인을 잃게 돼 안타깝다"고 전했다. 오후 4시 30분쯤 방문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고인은 국내 식품과 유통 산업 기반을 닦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일군 선구적인 인물이었다"며 유가족을 위로했다.

정계에서도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김형오·박희태 전 국회의장, 오거돈 부산시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 이낙연 전 국무총리,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한국 경제의 고도 성장을 이끌었던 주역들 가운데 한 분인 고인에 대해 애도를 표하러 왔다"고 말했다.

정부 인사로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조문했다. 김상조 실장은 "고인께서 식품, 유통, 그리고 석유화학에 이르기까지 한국 경제의 토대를 쌓으셨고 창업 세대라는 점과 한일간 경제 가교역할을 하셨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금과 같이 기업가 정신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에 고인의 도전적인 개척 정신과 열정 경영이 앞으로 큰 울림으로 전달되지 않을까 싶다"고 애도했다.

오후 9시가 넘은 늦은 저녁에 빈소를 방문한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일본)에서 그런 성공을 거두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며 "고인께서 불굴의 의지로 기업을 일구셨는데, 지금의 젊은 세대와 다음 세대들도 고인과 같은 의지로 대한민국 미래 산업을 잘 이어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갖는다"고 밝혔다.

장례식 발인은 22일 오전 6시다. 고인이 남긴 유산 처리에 대해선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고인이 생전에 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히신 것은 가족들이 더 잘 알고 있다"며 "재산 상속 문제는 차후 상속을 받으시는 분들끼리 의논할 것이고, 사회에 환원할지도 가족들이 의논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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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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