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언제 나올까

2020-02-07 12:28:59 게재

영국 이코노미스트 "첫 임상실험 이르면 4월 … 1년 내 백신 나올 수도"

최근 몇주 동안 영화 '컨테이젼'(Contagion)에 대한 구글 검색량이 치솟았다. 2011년 개봉한 이 영화는 전 세계 급속히 퍼진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다. 홍콩에서 시작된 전염병으로 전 세계 2600만명이 사망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과학자들은 백신을 개발하려 미친 듯이 노력한다. 결국 첫 감염 발생 이후 약 133일 만에 과학자들은 백신 개발에 성공한다.

하지만 실제 세계는 더디다. 가장 최근 개발된 백신을 보면 출시되기까지 수년이 필요했다. 일부 백신은 10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바이러스 백신은 아직 과학자들이 풀지 못한 미지의 세계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6일 "기술 혁신과 보다 능률적인 개발 과정이 전제된다면, 전염병으로 이어질 잠재력이 있는 새로운 병원균에 대한 백신을 과거보다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상하이 생명공학 회사인 스테미르나 테라푸틱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상실험을 거쳐 최종 시판까지는 1년 정도 걸릴 예정이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했다. 전 세계 백신 제조사들에게 최우선 임무가 떨어진 셈이다. 7일 0시 기준으로 중국 내 확진자는 약 3만1116명, 사망자는 636명이다.

중국 과학자들은 지난달 12일 우한 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을 공개했다. 미심쩍은 호흡기 질환을 겪는 환자로부터 균을 분리해낸 지 1주일이 안된 때였다. 1월 말 전 세계 여러 백신개발 그룹들이 해당 유전자 데이터를 놓고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인간에 대한 첫 임상실험은 일러도 4월은 돼야 한다. 운이 좋다면, 신종 코로나 백신은 1년 내 준비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위해 오는 11∼12일 글로벌 연구·혁신 포럼을 소집한다. WHO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6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연구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국제적인 연구 노력을 조정하기 위해서 포럼을 소집했다"며 "유효한 진단 검사, 백신, 의약품 개발을 신속히 하는 목적이며 가장 주요한 도전과제 중 하나는 핵심 우선순위를 지원하기 위해 연구 자금을 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전에도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2013~2016년 서아프리카를 휩쓴 에볼라 바이러스를 맞아 전 세계는 여러 방면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속도를 높일 필요성이 가장 컸다. 보통 느리게 움직이는 각종 조직과 기관들이, 그리고 서로 서먹서먹했던 단체들이 백신 개발 작업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한데 모였다. 미국과 유럽의 의약 규제당국, 제약사, 자선단체, 전문가, WHO 등이 백신 시험과 필요한 기술의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협력했다. 결국 성공했다. 2018년 콩코민주공화국에서 발생한 에볼라 전염병은 개발한 백신을 광범위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대부분 잡혔다. 현재 발병 감소 국면에 돌입했다.

공공 및 민간부문 이해관계자들의 글로벌동맹인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대표 세스 버클리는 "과학적 촉진의 과정이 다시 진행중"이라며 "이번엔 더욱 집중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백신이 1년 내 준비된다고 해도, 중국을 발원으로 유행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막기엔 너무 늦다. 하지만 백신은 다른 나라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신종 코로나가 독감처럼 보다 광범위하게 퍼져 계절마다 전 세계를 찾아오는 유행병이 될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바이러스를 통제하기 위해 약 5000만명을 격리하는 등 이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음 겨울이 찾아올 때까지 다른 나라에서 유행병이 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신종 코로나가 얼마나 치명적일지 지금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만약 계절 독감처럼 주기적으로 재발한다면, 방역과 위생이 취약한 나라와 국민에게 지금 개발중인 백신은 필수품이 된다. 2017~2018년 미국에서만 80만명 이상이 독감에 걸려 그중 6만명 정도가 사망했다.

신종 코로나 백신 개발은 '전염병 대비 혁신연합'(CEPI)이 주도하고 있다. 이 단체는 서아프리카에 에볼라 전염병이 창궐하던 2017년 설립됐다. CEPI는 알려지지 않았던 병원균에 대한 백신을 갖기 위해 일단 정체가 확인된 지 16주 내 인간을 상대로 임상실험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여러 대학의 연구센터와 이에 자금을 대는 바이오기술기업들이 '즉시 시작'(plug-and-play) 백신 디자인을 연구중이다. 수많은 바이러스에 사용될 수 있는 기본 기술을 개발하는 것. 특정 병원균의 염색체 서열을, 백신의 기초를 구성하는 기존 분자 플랫폼에 삽입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과거 백신에 대한 실험에는 실제의 바이러스 덩어리가 필요했다. 특히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매우 까다롭다. 특별한 격리시설과 철저한 과정이 필요하다. 바이러스가 유출되거나 과학자들이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유전자 배열 작업이 돼 있다면 이 과정이 빠르고 안전하며 쉽게 진행될 수 있다. 연구자들은 바이러스의 특정 부분들을 합성해 만들 수 있다. 병원균의 완전한 샘플이 없어도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

과학자들은 이 기술을 활용해 다른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개발했다. 지카나 에볼라 그리고 사스와 메르스 등 2개의 코로나바이러스 등이다. 우한 바이러스와 사촌 간인 2개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기존의 백신 연구는 최근 몇 주 동안 큰 도움이 됐다.

백신이 실험실에서 개발되면, 공장으로 보내져 무균 백신 혼합체로 전환된다. 이를 유리병에 넣어 오염되지 않은 것을 최종 확인한 뒤 인간에 대한 임상실험 단계로 넘어간다. 이 과정만 여러달이 걸린다. 하지만 유전자 배열 작업은 이 과정을 훨씬 촉진시킬 수 있다. 백신 유리병에 담긴 모든 것의 DNA를 서열화하고 그 결과를 연구하면서 과학자들은 존재해선 안되는 바이러스의 정체를 추적할 수 있다. 영국의 백신 연구팀들은 의약 당국과 이같은 대안적 테스트에 대한 승인 과정을 논의중이다.

영국 옥스포드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연구팀장인 사라 길버트는 "병목현상만 없다면 백신 개발은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길버트 연구팀은 새로운 병원균에 신속히 적용할 수 있는 백신 견본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6~8주면 첫 번째 새로운 백신을 만들 수 있다. 과거 그 과정은 1년까지 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생산하려는 다른 연구팀도 비슷한 방법을 쓰고 있다.

당국의 신속한 승인도 필요하다. 백신을 만든 뒤 임상실험을 거쳐야 한다. 길버트 연구팀은 신속한 윤리적, 규제적 검토를 요청할 계획이다. 2014년 영국에서 만든 에볼라 백신에 대한 임상실험은 신청 며칠 만에 승인됐다. 길버트 박사는 "일반적이라면 임상실험 승인 과정은 3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백신이 개발되고 승인 받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처럼 빠르게 확산되는 경우 또 다른 걸림돌이 생긴다. 빠르게 많은 양의 백신을 만드는 방법을 미리 계획해야 한다. 백신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공장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백신은 종종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보급된다. 미국 정부는 이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백신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전용 제조시설을 갖췄다. 영국도 비슷한 시설을 구축중이다.

충분한 백신 물량을 만들었다고 해도 절실한 사람에게 바로 보급되는 건 아니다. 대유행병엔 국제정치가 개입하기 때문. 백신 제조 시설을 갖춘 국가의 정부는 국가안보나 국가방어를 이유로 백신 일부를 자국민 용도로 한정해 징발할 수 있다.

CEPI 대표 리처드 해칫 박사는 2009년 독감이 대유행할 당시 백악관에서 일하고 있었다. 당시 독감은 사망률이 매우 낮았지만, 미국 시민들에게 처방되기 전 백신을 수출하는 것에 대해 정치적 논란이 일었다. 현재 WHO와 함께 일하는 해칫 박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전 세계 여러 곳에서 동시에 만들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정 국가나 국민이 필요할 때 신속히 보급하기 위해서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고 전망되는 실험약 중 하나는 '렘데시비르'(remdesivir)다.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가 만든 약으로, 에볼라 전염병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됐다. 하지만 에볼라뿐 아니라 다양한 바이러스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염병 발생시 연구개발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WHO의 바시 무어티는 "HIV 치료에서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약을 혼합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런 방법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유망해 보인다"며 "현재 환자들에게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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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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