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전략경쟁, 한반도에 거대 폭풍 온다

2020-02-14 12:02:19 게재

미 국방예산 핵현대화 초점

F-35, 프리즘 미사일 도입

분단을 넘어 평화의 상징이 되고 있던 한반도가 미중 전략경쟁의 한복판에 놓이면서 엄청난 후폭풍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년도 미국 국방예산의 상당부분이 핵현대화에 초점이 맞춰진 것과 더불어 최근 주한미군의 군비증강 움직임까지 모두가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미 의회에 제출한 2021회계연도 국가안보 예산은 7405억달러(878조원)인데 이 가운데 미 국방부에 배정된 예산은 7054억달러(837조원)다.

국방예산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핵전력 현대화에 289억달러가 배정된 점이다. 지난해에 비해 18%가 늘어난 수치라는 게 외신의 분석이다. 세부적으로는 지휘통제 시스템 개선에 70억달러, 차세대 장거리 폭격기 B-21에 28억달러, 컬럼비아급 탄도미사일 발사 잠수함에 44억달러, 지상배치전략억제전력(GBSD)에 15억달러 등이다. 289억달러 가운데 177억달러가 핵운반 시스템 및 지휘통제 시스템 개선용으로 알려졌다. 이것만이 아니다. 극초음속 무기 등 연구개발비도 사상 최대 규모인 1066억달러가 배정됐다.

예산안은 서두에서 국방부가 직면한 근본적 문제로 주요 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군사적 경쟁력이 침식당하고 있는 상황을 지목하면서 이란과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고 이를 억지하기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함께 거론했다. 이란과 북한의 위협은 당장 눈에 보이는 위협이지만 중국, 러시아와의 군사력 경쟁은 전략적 측면이 크다. 특히 지난해 8월 핵 군비경쟁을 막아온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미국이 지난해 8월 탈퇴하면서 군사강대국 간 군비경쟁이 본격화되는 추세다.

최근 미군의 움직임 가운데 한반도 상황과 관련 주목해야 할 3가지가 거론된다. 올해부터 주한미군 주력기가 기존 F-16에서 F-35 스텔스 전투기로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과 주한미군 전술지대지미사일(에이테킴스)를 사거리가 긴 프리즘 미사일로 교체된다는 보도 그리고 한반도 전술핵 배치에 대한 미 국방대 군사학술지 논문 등이다. F-35 스텔스 전투기의 경우 한국군이 이미 40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미군까지 60대를 교체하게 되면 한반도에만 100대의 F-35가 떠다니게 되는 셈이다. 단순히 북한만을 겨냥했다고 보기엔 무리다. 더구나 에이테킴스를 대체하는 프리즘 미사일 도입 등은 한반도를 넘어 중국까지 사거리가 대폭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이를 중국이 모를 리 없다. 이 같은 움직임이 현실화되면 그 여파는 예측불허다. 사드배치 보다 훨씬 큰 후폭풍을 동반할 수 있어 대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부형욱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큰 판의 위에 북핵 위협이라는 작은 판까지 맞물려 가는 형국”이라면서 “아무도 우리를 흔들지 못할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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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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