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코로나 불경기 차단 총력전 펴는 워싱턴 정치권

2020-03-09 11:51:36 게재

코로나19의 감염과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워싱턴정치권이 긴급예산 83억달러를 승인해 투입하고 총력 지원에 나섰다. 83억달러 가운데 코로나 감염 검사에서 치료제, 백신 개발 등에 30억달러를 쓰고 연방, 주, 로컬 공중 보건당국에 22억달러를 내려 보내며 10억달러는 해외에서 사용하게 된다.

트럼프, 코로나19 대응 10조원 긴급예산안 서명│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의회가 승인한 83억 달러(약 9조8천억원) 규모의 코로나19 긴급 예산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왼쪽은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연방의회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는데 83억달러를 비상 투입하는 긴급예산안을 상원에서는 96대 1, 하원에선 415 대 2 라는 사실상의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즉각 서명해 신속하게 집행하기 시작했다. 최종 확정된 83억달러의 긴급예산 가운데 77억6000만달러는 코로나19 퇴치 예산이고 5억달러는 노년층 정부의료보험인 메디케어 제한을 일시 유보해주는데 필요한 것이다.

코로나19 퇴치 긴급 예산 가운에 30억달러는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치료제 개발에 투입된다. 22억달러는 연방과 주별, 로컬 정부의 공중보건 담당 기관들에게 지원돼 코로나19 검사부터 감염자치료, 감염 경로 추적, 격리보호 등에 쓰이게 된다.

최종 확정된 워싱턴 정치권의 83억달러 지원패키지는 코로나 사태가 크게 악화되기 전에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25억달러 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것이지만 척슈머 민주당 상원대표의 85억달러 제안보다는 약간 적은 것이다. 트럼프행정부는 당초 25억달러의 긴급 예산을 추진하다가 미국 내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면서 대폭 증액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민주당 상원의 85억달러 제안을 받아 들였다.

전격 금리인하에 감세조치도 고려

트럼프행정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코로나19가 미국경제의 고용과 소비, 성장에 가할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들을 사용할 것이라고 약속해 놓고 있다.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3일 금융위기와 불경기 때였던 2008년후 12년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나 한꺼번에 내리는 초비상조치를 취했다. 정례회의도 아닌 비상조치였으며 한꺼번에 0.5%포인트나 내린 빅 컷이었다.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야기됐던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미국의 최악의 불경기가 엄습했던 2008년 10월 이래 12년만에 초비상 긴급처방을 취한 것이다. 연방준비제도는 오는 17일과 18일 FOMC(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개최하는데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지 주시된다.

워싱턴 정치권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봉급에서 원천징수 되는 페이롤 택스의 일시적 삭감과 납세자들에 대한 리베이트 체크 제공, 사회기반시설 국책공사 등 코로나19 불경기를 차단하려는 비상조치들도 검토하고 있다.

저임금 근로자들 집단 감염에 취약

코로나19가 급속 확산되는 팬데믹(대유행)으로 비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는 저임금 근로자들에게 심각한 건강위기와 생활고를 동시에 안겨주게 될 것이란 적색경고가 나왔다.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는데 전력투구하고 있는 CDC(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는 발열과 기침 등 호흡기 질환증상을 느끼면 일터에 나가지 말고 집에 머물러야 한다고 강력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권고는 저임금 근로자들에게는 전혀 먹혀들지 못할 것으로 CBS 뉴스가 지적했다.

미국내 저임금 근로자들의 대다수가 몸이 아파도 결근하면 봉급을 받지 못하고 심지어 해고위기를 맞게 돼 병가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코로나19 감염 증상을 느끼더라도 병가를 내고 집에 머물기 어려운 처지라고 CBS 뉴스는 보도했다. 경제정책 연구소에 따르면 병으로 결근해도 봉급을 받는 혜택은 고임금 직종과 저임금 직종사이에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고임금 전문직종의 90% 이상이 아파서 결근하는 병가를 내더라도 봉급을 깎이지도, 해고의 위험도 없는 혜택을 보고 있다고 경제정책 연구소는 밝혔다.

반면 저임금 근로자들은 10명중 고작 3명만이 유급 병가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대다수인 70%는 무급 병가 근로자들이라고 경제정책 연구소는 전했다. 결국 시급 15달러이하의 저임금 근로자들의 70%는 몸이 아파 결근하고 집에 머무는 병가를 받을 수는 있으나 봉급을 깎이는 무급 병가이기 때문에 코로나에 감염증세를 보여도 집에서 자가 격리를 선택하기 어려운 처지이다.

저임금 근로자들의 대다수는 봉급이 깎이는 것은 물론 파트타임시 해고될 위험까지 있어 코로나 감염 증상을 느끼더라도 건강위기를 무릅쓰고 생활고를 피하기 위해 무급병가를 내지 않을 것으로 CBS 뉴스는 내다봤다. 특히 이들은 대부분 식당을 비롯한 서비스업종과 판매업종에 종사하고 있어 대중들과 직접 접촉하고 있는 근로자들이라는 점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대유행을 초래 할 것으로 우려된다. .

이에 따라 미국내 고용주들과 당국은 특별 지침을 만들어서라도 코로나19 감염 증상을 느끼는 누구라도 병가를 내고 집에 머물게 되면 봉급을 깎지도 않고 해고도 못하게 규정하는 비상조치를 시급하게 취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과 노조들은 촉구하고 있다.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