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극복, 당신이 희망입니다

"유례없는 위기 … 서로 손잡고 극복해야죠"

2020-03-18 11:34:37 게재

고용유지하려 폐업하지 않은 사장

사장 위해 임금 40% 반납한 직원

수원 인계동 영천식당 상생 '눈길'

위기극복·희망 릴레이 전국 확산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1월 19일)한 지 두 달, 대구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한 달이 지났다.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내일신문은 '코로나19 극복'에 앞장서고 있는 사례를 소개해 힘을 보태고자 한다. <편집자주>

 

임태선(왼쪽 맨앞) 영천식당 대표와 2호점 직원들. 사진 임태선 대표 제공


"매달 몇 백만원의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2호점 폐업을 결심했지만 직원들이 눈에 밟혀 폐업 대신 낮 장사만 하기로 했습니다."

"사장이 폐업하기로 했다가 우리 때문에 낮 장사라도 하겠다는 말을 듣고 우리도 급여의 일부를 내놓기로 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심각한 경영난에 처한 임태선(47) 경기 수원시 인계동 영천식당 대표가 직원들의 고용유지를 위해 폐업하지 않기로 하자 직원들이 자신의 급여일부를 자진 삭감해 주위에 감동을 주고 있다.

11년 된 한우전문 영천식당 본점과 숯불구이 전문 2호점을 운영하는 임태선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면서 지난달 중순부터 하루 매출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임 대표는 "2호점 평균 매출이 하루 250만원대에서 100만원 선으로 60% 이상 감소했다"며 "임대료 공과금 인건비 등 기본경비를 감당할 수 없어 두 곳 가운데 2호점은 폐업하려고 했는데 5년 전 개업 초기부터 함께 해온 직원들이 눈에 밟혔다"고 말했다. 결국 임 대표는 폐업 대신 점심 장사만 하면서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하기로 했다. 임 대표는 "저 빼고 직원들이 5명인데, 그들도 한 집안의 가장이고 다른 곳에서 일자리 얻기도 어려운 상황 아닌가"라며 "어떻게든 유지해보려고 점심장사만 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마스크 양보하기에 동참해주세요 | 17일 강원 강릉시 월화거리에서 여성단체들이 마스크 양보하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강릉 연합뉴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2호점 직원들은 자신들도 고통을 감내하겠다며 임금의 40%를 자진 삭감하겠다는 뜻을 임 대표에게 전했다. 2호점 직원들은 "내가 사장이라도 이런 상황에서 가게를 운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사장이 폐업하기로 했다가 우리 때문에 점심장사라도 한다는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 소식을 접한 본점 직원들도 일터 살리기에 동참했다. 직원 6명이 이달부터 급여에서 30만원씩 반납하기로 한 것. 임 대표는 "직원들 얘기를 듣고 귀를 의심했다"면서 "직원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경제가 회복되면 반드시 직원들의 급여를 환원하겠다"고 말했다.

◆'착한 임대료' '마스크 양보' 운동 확산 = 코로나19 사태로 온 국민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수원 영천식당 사례처럼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려는 지자체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희망나눔' 운동이 전국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전북 전주 한옥마을에서 시작된 '착한 임대료' 운동은 서울 남대문시장을 거쳐 전국으로 확산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 문을 닫아야 했던 식당 주인에게 2개월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는 건물주, 선행을 알리지 않고 동참한 착한 건물주들이 적지 않다. 중앙정부도 임대료를 인하해주는 건물주들의 세금 감면 등 지원에 나섰고, 지자체와 산하 공공기관들도 공공건물 임대료를 낮추며 동참했다.

한 달 전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패닉에 빠졌던 대구·경북도 광주를 비롯한 이웃 지자체들의 도움의 손길과 응원의 메시지에 힘입어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전국의 의료진들이 한달음에 달려와 힘을 보탰고, 모금운동과 기부를 통해 마련된 각종 지원품이 대구로 향했다. 의료자원봉사자들에게 숙박시설을 무료로 내놓은 업주, 의료진에게 도시락을 배달한 봉사자 등 대구시민의 묵묵한 헌신도 빛났다.

지자체와 기업과 단체, 시민들의 기부행렬도 줄을 잇고 있다. 경기 용인시는 17일부터 공직자는 물론 일반 시민과 단체, 기업을 대상으로 대구·경북 돕기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백군기 용인시장은 이날 한달치 봉급 전액(700만원 상당)을 성금으로 내놨다.

자원봉사자들의 헌신도 빛을 발하고 있다. 재봉이 가능한 자원봉사자들은 취약계층을 위해 천 마스크 제작 재능기부에 나섰고, 자가격리자 지원활동, 의료진에 응원물품 전달하기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경기도와 농협, 경기도자원봉사센터가 지역 특산품으로 만든 자가격리 키트는 미국 ABC 뉴스에 소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스크 등 부족한 자원을 나눠쓰자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나보다 마스크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마스크 양보하기' '마스크 안사기' 운동에 동참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의료용 마스크를 기부 받고 천 마스크를 나눠주기 시작한 서울 서대문구 사례는 수도권과 강원도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희망백신' 전파하는 사람들 = 특히 국민기초수급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착한 기부는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최근 부산에서 지체장애인이 파출소에 마스크를 몰래 기부하고 사라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민들이 마스크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70대 기초생활수급자인 한 할머니는 "대구의 어려운 분들을 위해 써달라"며 마스크 40장과 현금 100만원을 울산 남부경찰서에 건네고 사라졌다. 서울 관악구와 구로구 성북구 등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들의 성금이 이어졌다. 이들은 "그동안 받은 도움에 이제는 보답할 차례"라고 했다.

경남도는 온라인 경남1번가에 '경남 희망백신'을 마련, 시민들의 응원과 선행사례가 소개하며 '희망'을 전파하고 있다. 하동군 소재 기업 '에코맘 산골이유식'의 지역 특산물로 만든 이유식과 녹차를 우한교민들에게 전달한 사연, 자발적 휴업에 들어간 '창원 한식집 903호'가 음식재료와 1회용 마스크를 맞교환해 노인복지관에 기부한 사연 등 미담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 성남시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 불안감 등을 극복하기 위해 대형 현수막 개첨, SNS를 통한 격려와 희망 메시지 릴레이 운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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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영 기자 · 전국종합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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