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급식비로 업체·농가 살려주세요"

2020-04-08 11:31:16 게재

전남 '농산물 가족꾸러미' 눈길

타 지역 농민들 "우리 지역도"

김영록 지사 "전국 확대 기대"

"개학이 연기되더니 이제는 사이버 개학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무상급식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학교급식 업체와 계약재배 농가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자체에 대책을 요구해보지만 안된다는 말만 합니다."

김남운 전국농민회 충북도연맹 정책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로 학교급식 농가들이 고사 위기에 처해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전남도의 친환경농산물 가족꾸러미 사업을 예로 들며 각 지자체·교육청이 이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제주 유채꽃 광장 갈아엎는 트랙터 | 제주 서귀포시청 관계자들이 8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9.5㏊ 규모의 유채꽃 광장을 트랙터를 이용해 파쇄하고 있다. 제주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학교급식이 중단되면 3·4월 급식예산은 있는데 쓸 방법을 못 찾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남의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사업을 다른 지자체들도 신속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전남도와 전남교육청은 전남지역 학생 26만여명에게 직접 친환경농산물로 구성된 꾸러미를 가정으로 전달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학교 급식에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는 농가의 판로가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8일 전남도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이번 사업에는 104억원을 긴급 투입됐다. 이번 사업은 전국 학교의 개학일이 4차례나 연기되면서 친환경농산물 생산농가가 어려움에 처하자 전남도와 전남교육청이 협의해 결정한 것이다.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는 곡류와 채소류 과일류 등 전남에서 생산된 친환경농산물 식재료로 학생 1인당 4만원 상당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다만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학부모 부담을 제외한 도비와 시·군비 보조금만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1인당 2만4000원 범위 안에서 꾸러미로 공급한다.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품목은 각 시군 학교급식지원 심의회에서 결정되며, 학교는 학부모 동의 절차를 거쳐 학생 주소지를 시군에 제공해 시군 57개 공급업체는 꾸러미를 제작해 각 가정에 있는 학생들의 숫자에 맞춰 직접 배송할 예정이다.

전남의 경우 지난해 학교급식용 친환경 농산물은 곡류 8499톤, 과일류 1232톤, 채소류 3905톤 등 모두 8499톤이 공급 지원됐지만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공급 실적이 전무해 친환경 농산물 재배 농가가 파산위기에 처해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국가적 재난시기에 전국 최초로 시도한 친환경농산물 가족꾸러미 사업이 코로나19 극복에 희망의 불씨가 되길 기대한다"며 "전남이 전국의 시범 모델이 돼 국책사업으로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 지자체와 교육청의 무상급식 지원예산은 그대로 남아있다. 인천의 경우 시 760억원과 군·구 470억원, 교육청 400억원 등 1630억원이 올해 무상급식 예산이다. 방학을 제외한 10개월 정도 급식이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한달 163억원 정도를 사용한다. 3·4월 급식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326억원의 예산이 남게 된다. 대전은 전체 예산 1320억원 중 20%인 264억원이 남는다. 이는 다른 지역도 모두 마찬가지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미집행 학교급식비를 각 가정에 직접 현금으로 지급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정기현 대전시의원은 최근 "개학 연기에 따른 수업일수 축소로 발생된 미사용 급식비를 활용해 각 가정에 학생 급식비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휴업 중 급여를 받지 못하는 교육공무직의 생계 지원을 위해 기 편성된 인건비를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일부 지자체는 이 예산을 코로나19 재난대응 예산으로 전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학교급식 공급업체와 계약재배 농사들에 대한 대책은 마땅찮은 상황이다. 여러 지자체들이 농가들이 처한 위기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판매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급식 업체와 농가들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김남운 충북농민회 정책위원장은 "전남의 친환경농산물 가족꾸러미 사업은 농가는 물론 학교급식 업체의 위기도 지원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이라며 "다른 지자체들도 방법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지 말고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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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홍범택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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