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코로나19 반성

"전파속도 저평가가 결정적 잘못"

2020-05-18 11:05:49 게재

의사 163명 사망, 의료종사자 1만2천여명 감염

2조6천억 투입 병상 계획, 국제정보 교류 중요

유럽지역에서 최초로 폭발적인 코로나19 확산을 경험했던 이탈리아는 코로나19 발생초기 방역당국이 코로나19의 전파속도를 저평가한 것이 방역실패의 결정적 잘못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탈리아 카디아이(CADIAI. 이탈리아 대표적 돌봄의료서비스기관) 관계자들은 이탈리아의 초기 방역 실패 원인을 묻는 본지의 물음에 "전염성과 감염속도에 대한 저평가가 사태악화의 주요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면봉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의료진 대량 감염으로 사태가 악화됐다"고 17일 밝혔다.

나폴리 시내의 마스크 착용 당부하는 성모 마리아 벽화│마스크를 착용한 이탈리아 여성들이 13일(현지시간) 나폴리 시내에서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유지하세요"라고 말하는 성모 마리아를 묘사한 벽화 옆을 지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탈리아에서는 최근 봉쇄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있다. 나폴리 AFP=연합뉴스


프랑카 구글리세메티 카디아이 대표와 라라 퓨리에리 국제사업총책임자에 따르면, 이탈리아 내 코로나바이러스의 최초 두 사례는 1월 30일 로마의 스팔란자니 연구소에서 확인한 중국인 관광객 2명으로, 이들은 1월 29일부터 격리 입원됐고 2월 26일 완치 판정받았다. 이탈리아 정부는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중국과 동양으로부터 유입을 차단하는데 전반적인 관심을 집중했다. 보건부 장관은 90일 동안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을 차단했다.

그런데 2월 18일 로디 지방 롬바르디의 한 마을인 코도그노에서 2차 감염 사례가 처음 발생했는데, 감염자가 독일인 동료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그제서야 다른 형태의 감염을 알게 되었고 코로나19 억제를 위한 조치들을 취했다.

2월 23일 코로나19가 발생한 지자체에 대한 출입 금지, 시위와 행사 중단, 모든 교육 활동을 중단시켰다.

3월 11일 필수사업이 아닌 상업활동에 폐쇄조치를 내렸다.

3월 22일 업무나 건강상의 이유를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대중교통이나 개인의 운송수단을 이용해 자신이 위치한 지역 이외의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금지시켰다. 또한 정부는 핵심적이지 않거나 전략적이지 않은 생산활동을 폐쇄조치했다. 식료품점, 약국, 기초 생필품 가게와 필수 서비스 사업장만 문을 열었다.

4월 4일 프로스포츠를 포함한 운동선수들의 훈련도 중단했다.

◆초기 진단위한 면봉도 못 갖춰 = 프랑카 대표 등은 "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19 초기 발생과 확산의 구체적인 원인을 판명하기는 어려웠고 감염자 특히 무증상 감염자 선별을 위한 면봉을 갖추지 않았던 사실에서 보듯이, 시간상 긴급하게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따라서 각 지역에서 의학적 감시 또한 그렇게 효과적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코로나19의 폭발적인 확산 속에 이탈리아 의료종사자들은 헌신 속에 희생됐다. 5월 14일 기준 의사 163명 사망, 감염된 의료종사자가 1만2000명으로 나타났다. 감염된 의료종사자만해도 우리나라 전체 발생자수와 비슷하다.

또 코로나바이러스를 억제하지 못한 이유가 병원에 대한, 특히 첫번째 감염 환자가 입원한 롬바르디의 코도그노 병원에 대한 통제가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비난이 있다. 감염자를 치료한 의사들에게 적절한 보호장치가 즉각 제공되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감염 확산이 가속화되었다.

이탈리아 북부지역의 의료돌봄체계가 최고의 전문성과 시설로 인정을 받는다해도, 의료진들은 자신들에 대한 치료 조건들을 갖추기가 매우 어려웠다는 것이다. 게다가 초기에 감염자들은 직접 응급실로 갔으며 그 결과, 응급실이 바이러스 전염의 수단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공의료 강화 필요성 '반면교사' = 이탈리아 전문가들은 국제적 연대를 강조했다.

쿠바 정부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의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53명의 의사와 간호사를 파견했고, 알바니아 의료진도 함께했다.

한국을 비롯해 이탈리아를 도운 나라들의 지원과 위로가 이 기간 동안 필요했고, 국가 간의 상호 원조가 큰 힘을 준다고 이들은 확신했다. 프랑카 대표 등은 "현재 물질적 도움은 필요 없는 상황이지만 각국이 취한 조치들과 좋은 사례/지표 등 코로나19 관련 정보들을 교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공동의 과학 연구가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탈리아 정부는 앞으로 감염병에 대한 반성으로 우선 20억 유로(약 2조 6000억원)를 투자해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를 집중치료·준집중치료할 수 있는 전용병원을 영구적으로 갖출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모든 지역에서 실질적인 응급 병동이 설립되는데, 다른 환자와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응급 전용 병동이나 별도의 병동으로 구분한다는 방침이다. 의료진과 간호인력의 신규 채용을 위한 추가 투자도 이뤄질 예정이다.

유럽연합은 코로나19 확산과 연결된 경제 및 보건의료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그 계획은 회원국의 △보건의료 시스템에 필요한 공급품목 확보, △일자리 보존, △사업을 지원하고 지속적으로 경제를 지탱할 수 있도록 재정 분야의 유동성 보장, △국가 원조 규칙 및 안정과 성장 협약에 따른 최상의 유연성 허용, △백신과 치료법을 위한 긴급 과학 연구 기금 마련, △비상사태로부터 조직적이고 점진적인 출구를 확보하기 위한 권장사항 제공 등이다.

특히 보건의료의 관점에서 유럽 연합은 유럽위원회와 정부 당국 사이의 조정, 유럽의 질병 예방 및 대책 기관, 과학자 팀, 국가 보건의료 시스템에 직접적인 지원, 개인 보호 장비 등을 보강하기로 했다.

또한 이탈리아 과학위원회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풀기 위해서 '기본 감염재생 수가 0.5 이하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세웠다. 이는 격리조치가 없을 때 감염자 1명이 감염시키는 사람 수를 말한다. R0이 1보다 작으면 감염자가 점차 줄어들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감염이 소멸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한편 이탈리아는 5월 17일 현재 감염환자22만4760명, 사망 3만1763명이다.

임종한 인하대의대 교수는 "이탈리아 정부는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코로나19 등 감염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20억유로를 투입해 감염병환자 전용 병상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감염병 대응이 부실해 생기는 사회적 부담을 반면교사로 삼아 공공의료 강화라는 교훈을 이탈리아에서 배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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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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