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철호 한국BIPV협의회장

"다품종 소량생산해야 중소업체에 기회"

2021-05-10 11:38:53 게재

에너지·건축 융합 산업, 제도개선 필요 … 신기술 개발해도 활용 못하기도

"건물일체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BIPV)은 지붕 창호 외벽면 등 굉장히 다양한 부분에 활용할 수 있어요. 시장 자체가 아직 활성화되지는 못했지만 발전 잠재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건물일체형 태양광 패널을 들고 있는 김철호 한국BIPV협외희장. 사진 남준기 기자

4일 서울역 인근에서 만난 김철호(56) 한국BIPV협의회장(세종인터내셔널 대표)의 말이다. 한국BIPV는 대경엔지니어링 동신폴리켐 등 8개 업체들이 모여 만든 협의체다.

BIPV는 쉽게 설명하면 건물에서 에너지를 캐내는 시스템이다. 외벽면이나 지붕 등 건물 외관에 태양광을 장착해 에너지를 만들고 사용한다. 건축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설치부지가 필요하지 않다. 종전 태양광은 건물 옥상이나 대지 위에 별도의 구조물을 세운 뒤 태양전지를 설치하는 방식이라 한정된 공간에만 적용 가능했다.

서울시청 신청사, 충남도청 신청사, 판교 SK케미칼 신사옥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게다가 서울시의 경우 민간건물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의무화를 2년 앞당겨 2023년부터 시작, BIPV시장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지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BIPV시장 활성화를 위해 올해 보조금 지원 규모를 20억원으로 확대했다. 보조금 대상자로 선정되면 설치비의 최대 80%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일반형 태양전지에 대한 지원을 제외하고 디자인형과 신기술형 태양전지에 대해서만 지원한다.

건물에서 에너지를 캐고, 가치도 높여

"BIPV는 도심 디자인 개선에도 효과가 있어요. 게다가 맞춤형으로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 주택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대기업 중심의 대량생산 방식보다는 중소업체들이 개별 고객 특성에 맞춰 설계를 해주는 시스템이 BIPV 특성을 더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품종 소량생산 시장이니 중소업체들이 경쟁력이 있을 수 있어요. 게다가 심미성이 좋아지니 당연히 건축물의 가치도 높아지죠."

김 협의회장이 BIPV 사업에 뛰어든지는 약 10년이다. △경량성 지붕 위에 최적화된 CIGS(구리·인듐·갈륨·셀레늄 화합물) 박막모듈과 징크강판일체형으로 구성된 태양광 패널인 'CIGS 징크패널' △지붕일체형 태양광 전통기와 CIGS 모듈 'HanTile' △외벽일체형 태양광 커튼월 CIGS 모듈 'HanWall' △외벽일체형 태양광 커튼월 'SolWall' △스터드 클립형 태양광 패널 'Smart Panel'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 제품이 적용된 곳은 서울시 염창동의 청년주택(51kW급 BIPV)이다. 서울시 중앙 버스정류장 BIPV 스마트 쉘터 프로젝트에 지붕일체형 태양광 패널이 선정되기도 했다.

김 협의회장은 "내년에는 올해보다 매출이 2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지금과 같은 성과를 내기위해서 버텨오기란 쉽지 않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향후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경제성 문제 등은 아직도 풀어야할 숙제

하지만 아직도 풀어야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 그 중 하나가 경제성이다. 아무리 외관상 보기 좋다하더라도 추가 비용 부담은 각오할 수밖에 없다. 또한 관련 시설 관리를 위해 설치 뒤에도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워낙 경우의 수가 다양해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투자비 회수기간을 20년 정도는 잡아야 하죠. 하지만 시장이 활성화되면 투자비 회수기간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작지만 단단한 중소업체들이 생겨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 대표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해준다면 중소업체들이 다양한 BIPV 신기술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R&D 지원 등을 통해 기술이 개발되어도 제도적 미비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BIPV는 에너지와 건축 분야가 융합된 산업이다. 때문에 아직 시장이 정착되지 못한 상황에서는 여러 가지 방면에서 기준부터 모호한 부분이 있어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내 에너지업계는 BIPV를 건축외장재로 판단하는 반면 건설업계는 태양전지 모듈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국내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에서 생산하는 모듈을 국내 건축자재 제조업체에서 보유한 장비로 다양한 BIPV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BIPV는 태양광 모듈을 다양한 건축자재화하는 사업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지원하는 제도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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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남준기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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