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 원민지(강원 가정중학교 교사)

학교는 기다림이 필요한 공간이다

2021-06-16 11:29:47 게재

수업과 상담에서 발견한 '기다림'은 나의 교직관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지금은 새로운 기다림을 만나고 있다. 수요자 중심 교육과정, 개별화 교육과정은 꾸준히 대두된 얘기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괴리감은 아직까지 너무나 큰 게 사실이다. 시골의 소규모 학교에서 교육과정 다양화는 두터운 현실의 장벽을 뛰어넘어야 하는 일이었다. 공동 교육과정 등을 통해 다양화를 꾀하지만, 차선책일 뿐 최선책은 아니다. 소규모 학교와는 반대로 밀집도가 높은 도시 학교에는 물리적인 버거움 이상으로 다가온다.

그 고민을 담아 자율적인 교육과정과 학습자 중심의 교육과정을 꾸려가는 대안학교를 찾았다. 학교 곳곳에 붙어있는 학생들이 쓴 대자보, 그 안에 담긴 많은 이야기들이 학교의 첫 인상이었다. '우리들의 화장실, 깨끗이 쓰고 있나요?' '옷 브랜드가 꼭 중요한가요?' 공동체 회의를 통한 생활 협약, 존중의 약속, 아침 열기와 하루 닫기를 통한 서클의 생활화. 이 안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이야기하고, 성장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겪어온 교실 속 아이들은 처음부터 침묵과 친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이야기도, 궁금한 것도 많았다. 하지만 경쟁을 겪으며, 교실 속에서 여러 경험을 겪으며 침묵하는 일이 잦아졌다.

하지만 이곳의 아이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궁금한 것을 해결할 기회를 가졌다. '오늘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이유는?' '존중받을 때의 느낌은 어떤가요?' 아침, 저녁으로 서클 활동을 하며 자신을 표현할 기회를 갖고, 선생님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기다려줬다. 학급회의, 학년회의, 공동체 회의를 통해 아이들은 해결책을 찾아갔다. 답을 제시하지도, 보기를 제한하지도 않았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답을 찾는다고 했다.

시간을 주고 기다려주면 매주 진행되는 학생자치회 회의에는 끊임없이 안건이 나온다고 했다. '건강한 스킨십 문화는 어떤 것인가' '타종이 꼭 필요한가' '자율동아리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매번 두시간이 넘는 회의 속에서 서로의 생각을 듣고, 대안을 찾아간다. 교육 공동체는 이 과정을 기다리며 지켜본다.

이곳에서 만난 '기다림'은 아이들의 주체성을 키워주고 있었다. 자신의 주변에 관심을 갖고 사회와 만나고 있었다.

이는 곧 '선택'의 기회였다. 스스로 선택할 기회, 스스로 판단할 기회, 스스로 구성할 기회, 스스로 실천할 기회. 학교는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기회를 주고, 지원자 역할을 할 뿐이다. 학생의 성장을 고민하는 학교에 큰 숙제를 던져주는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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