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의료소비자가 신뢰하는 주치의 필요

2021-06-18 11:30:53 게재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한국소비자연맹은 1980년대부터 의료소비자 문제에 관심을 갖고 '소비자 중심의 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주치의제 도입을 위한 활동을 본격화해 지난해 8월 의료계와 소비자, 시민단체 등 92개 단체와 함께 '주치의제 범국민 운동본부'를 출범했다.

■ 의료서비스 제공에 있어 무엇이 문제가 되고 있나.

건강관리, 특히 질병에 걸린 환자는 의료서비스 정보의 비대칭을 경험한다. 진단과정이나 검사, 치료, 약 처방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본인에게 적절한 것인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 전문가인 의료인에 의해 대부분의 치료 과정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환자는 의사의 제안을 수용하고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 주치의제가 도입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나.

주치의제가 없는 지금은 건강검진을 받은 후 검사결과지만 받는 사례가 흔하다.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하면서 진단내용과 검사결과가 단절되고, 전생애에 걸쳐 내 건강상태를 파악하기 어렵다.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주변의 입소문 등으로 전문의나 의료기관을 판단하거나 무조건 큰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주치의제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기는 어렵겠지만 일차의료기관의 좋은 주치의는 평소 환자와 의료정보를 공유하고, 건강관리나 성인병 등 관리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본다.

■ 의료서비스의 주체인 환자는 어떤 요구를 할 수 있을까.

의료서비스에서도 소비자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 환자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받고, 선택과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전한 의료서비스 환경을 제공받아야 하고, 필요한 경우 의료사고에 대한 적절한 피해구제도 보장돼야 한다. 이런 요구는 환자들이 먼저 나서서 할 수밖에 없다.

■ 일차의료기관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선결돼야 할 조건이 있다면.

많은 소비자가 일차의료기관은 경증질환 치료에 적합하다고 생각하고,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방문하지 않는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일차의료기관은 전문 분야별로 세분화돼 예방적·종합적 건강관리 기관이라 생각하기 어렵다.

일차의료기관 역시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기보다는 이벤트별로 대응하는 수준이다. 일차의료기관의 비급여진료가 증가하면서 일차의료기관의 신뢰를 쌓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향후 지역 기반의 동네 일차의료기관이 한 개인의 전생애 주기에 걸친 건강과 질병을 관리해줄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 한다. 환자들도 건강·의료 정보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의료소비자로서 역량을 높여야 할 것이다.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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