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인플레이션 이후의 글로벌 경제

2021-12-10 11:29:36 게재
김영익 ESG경제연구소 소장,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2021년 글로벌 경제의 특징은 빠른 경기회복과 높은 물가상승률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세계경제는 마이너스(-) 3.1% 성장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였다. 그러나 IMF는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이 5.9%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미국경제가 2020년 -3.4%에서 2021년에는 6.0%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빠른 경기회복만큼 물가상승률도 높아졌다.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올해 10월에 전년동월비 6.2%나 올라 1990년 11월(6.3%) 이후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11월 소비자물가상승률도 3.7%로 2011년 12월(4.2%) 이후 가장 높았다.

2022년 하반기 인플레율 낮아질 것

물가상승 원인은 우선 수요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경기회복으로 실제GDP가 잠재수준에 빠르게 접근했다. 실제와 잠재GDP 차이인 GDP갭률이 급격하게 축소됐다. 2020년 2분기 -10.8%였던 미국의 GDP갭률이 2021년 3분기에는 -1.7%로 줄었다. 이 추세면 올 4분기에는 실제GDP가 잠재 수준에 접근할 것이다. 소비 중심으로 수요가 늘다 보니 물가도 오를 수밖에 없다.

공급 측면에서는 원자재가격 상승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올 1~11월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이 배럴당 평균 67.6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8.8달러)보다 74.2% 상승했다. 2000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당월의 유가 상승률과 다음달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 사이에 상관계수가 0.77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유가가 오르면 바로 1개월의 시차를 두고 물가가 뒤따라 올랐다는 의미다.


이외에 공급 측면의 병목현상도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글로벌 공급망(GVC)에 의해 상품을 가장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곳에서 수요가 있는 곳으로 자유로운 교역이 이뤄졌다. 그러나 코로나가 전세계에 확산되고, 일부 국가는 국경을 봉쇄했다. 상품 이동도 자유롭지 못했다. 교역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상품을 국내(DVC, Domestic Value Chain)나 인접 지역(RVC, Regional Value Chain)에서 생산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생산비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가 매일 쓰는 마스크를 미국이나 멕시코에서 중국만큼 싸게 생산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앞서 살펴본 수요와 공급 요인이 함께 작용하면서 2022년 상반기까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의 물가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그러나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수요 감소로 인플레이션율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수요 둔화로 물가상승률 낮아질 전망

경기선행 지표가 경기둔화를 예고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가 대표적이다. OECD는 가입국뿐만 아니라 중국 등 주요 신흥국의 선행지수를 매월 작성해 6~9개월 이후 주요국의 경기를 예측한다. 이에 따르면 중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올 3월을 정점으로 10월까지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선행지수로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연속 하락했으며, OECD 전체 선행지수도 9월부터는 하락 추세로 전환했다. 시차를 두고 주요국 경기가 둔화할 것이라는 의미다.

올해 10월부터는 블룸버그 통신에서 발표하는 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에 대한 컨센서스도 낮아지고 있다. 보통 경제성장률이 올라가는 국면에서는 전망기관(혹은 이코노미스트)의 예상치보다 실제 성장률이 더 높게 발표된다. 그러나 성장률이 꺾이고 난 다음에는 경제전문가들의 전망치보다 실제치가 더 낮게 나타나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뒤따라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경향이 있다. 지금이 그러한 시기다.

경기가 둔화하고 수요가 위축되면 물가상승률이 낮아질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면 각종 원자재 수요가 줄면서 가격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월 배럴당 85달러까지 상승했던 WTI 가격이 12월 들어서 66달러로 21%나 폭락한 것도 수요 둔화를 미리 반영한 것이다.

여기에다가 부분적으로 거품이 끼어있는 자산가격이 급락하면 수요가 더 빠르게 위축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주요국의 중앙은행은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천문학적인 돈을 찍어냈다. 그 결과 주가와 집값 등 주요 자산가격에 거품이 발생했다. 특히 미국의 주식시장에는 역사상 가장 큰 거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의 지표로 예를 들자면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2021년 2분기 현재 미국 전체 주가총액이 GDP의 33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0~2020년 평균인 180%보다 훨씬 높다. 이전의 최고치였던 2000년 정보통신혁명 거품 붕괴 직전의 210%를 크게 웃돈다.

저금리와 경기회복이 자산가격의 거품을 지탱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율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중앙은행이 테이퍼링(양적축소) 속도를 높이거나 금리를 예상보다 더 빨리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주 열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여기다가 OECD 경기선행지수가 하락 추세로 전환하면서 경기둔화를 예고한다. 주가의 경기선행성을 고려하면 주식시장 거품이 조만간 붕괴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역의 부의 효과로 소비 중심으로 경제성장률이 더 빠르게 둔화하고 물가상승률도 크게 낮아질 것이다.

시장금리 보면 미국 성장률 떨어질 듯

올해 들어 물가가 오른 만큼 시장금리가 오르지 못하면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시장금리를 대표하는 금리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10월 국채수익률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가 -4.6%로 1974년 12월(-4.9%) 이후 거의 47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1970년 1월에서 2021년 10월까지 실질금리 평균이 2.2%였다. 2000년 이후로는 평균 실질금리가 1.0%로 낮아졌지만, 장기적으로 실질금리는 플러스 상태를 유지했다.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시장금리가 상승하거나 물가상승률이 낮아져야 한다. 올해 3월 말 1.74%까지 올랐던 국채수익률이 12월 들어서는 1.34%로 떨어졌다. 장기금리는 미래의 경제성장률을 선반영한다. 갈수록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사실을 시장금리가 시사해주고 있는 것이다.

1970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미국의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다음에 2~7분기 정도의 시차를 두고 경제성장률도 마이너스로 떨어지거나 성장률 수준 자체가 낮아졌다. 현재 금융시장에서 우려하는 인플레이션이 1년 후에는 디플레이션으로 바뀔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