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신고 포기하는 성범죄 피해 청소년 늘어

2022-02-22 11:34:28 게재

'부모에게 통지' 지침에 신고 꺼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 개정돼야"

성범죄 피해 아동·청소년이 피해 사실 신고시 부모 등 보호자에게 의무적으로 통지하도록 한 경찰 지침 때문에 신고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성범죄 피해 아동청소년 최상의 이익을 고려하는 수사절차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권현정 탁틴내일아동청소년 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아동·청소년이 성범죄 피해를 신고할 때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부모나 친권자 등 법정대리인에게 알리고 지지와 지원을 받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원칙이 적용되기 어려운 상황이 많다"면서 "피해 아동·청소년들이 알리지 않으려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최근 경찰이 피해 사실을 법정대리인에게 통지한다고 안내하거나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요구해 (피해자들이) 신고와 지원을 포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17세 성폭행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신고하려 하다가 부모가 아는 것을 원치 않아 신고 여부와 보호자 고지 시점 등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결국 신고 자체를 포기한 사례가 발생했다.

기존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에는 보호자에게 연락하는 것이 피해자의 복리상 부적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연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외규정이 있었지만 지난해 1월 개정되면서 해당 내용이 삭제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조윤희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이채)는 "피해 아동·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면서 피해 구제에 더 효과적인 방향으로 범죄수사규칙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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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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