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윤석열 당선인을 위한 '인도 사용설명서'

2022-03-11 12:00:06 게재
이준규 한국외교협회장 전 주인도·일본 대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국내외에 산적해 있는 난제들로 인해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여유도 없을 것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 때와는 달리 2달간의 대통령직 인수 준비 기간이 있다. 이를 최대한 활용해 새정권이 국제무대에도 활기찬 모습으로 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금 윤석열정부가 헤쳐나아가야 할 대한민국을 둘러싼 국제환경은 조금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을 만큼 엄중하다고 할 수 있다. 국제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돼 진퇴양난 상황에 처해 있는 북한은 언제든 새정부를 시험하려 들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장기전의 양상을 보이면서 교전 당사국은 물론 전세계의 정치지형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제는 일상화된 미중간 대립과 경쟁은 어느 한쪽과의 관계도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도전적인 과제를 던진다. 최악의 단계까지 추락한 한일관계는 해결의 실마리를 쉽게 찾기 어려워 보인다.

어려운 외교환경을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긍정적 자산의 활용은 극대화하고 부정적 부담은 그 영향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인도라는 외교자산 활용하면 큰 힘 될 것

인도가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외교적 자산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역대 정부의 이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윤석열정부가 인도의 가치를 제대로 깨닫고 외교적 자산으로서 잘 활용한다면 우리 외교에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러면 인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첫째, 인도의 중요성과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인도는 수년 내로 세계 1위의 인구대국이 될 것이고, 조만간 경제규모도 세계 3위가 될 것이다. 인도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이미 중국을 넘어섰는데, 장기적으로 미국과 중국 경제규모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나라다.

인도는 비동맹외교의 오랜 전통을 바탕으로 외교에서 독자성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에는 미국과 급속히 가까워지면서 미국 러시아 두나라와 우호관계를 유지해 국제무대에서 그 존재감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중국과는 국경분쟁을 벌이는 가장 경계하는 이웃 나라이지만, 동시에 명백한 반중반열에는 서지 않음으로써 적절한 수준의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인도와의 관계 강화가 우리에게 가져다 줄 혜택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접과 고려를 해야 한다. 우리가 늘 버릇처럼 4강, 4강 하는데 이제 인도를 모든 외교사안에 상수로 포함시켜 5강으로 인식하면 어떨까?

둘째, 인도를 경제적 측면뿐만 아닌 전면적인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우리와 인도는 이미 수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미래비전을 공유하는 특별전략적동반자'로 격상시켜 놓았다. 동맹이 아닌 관계에서는 최상의 단계까지 발전시켰지만 솔직히 우리가 인도를 대하는 태도는 이에 걸맞았다고 볼 수 없다. 이제 우리가 약속한 대로 인도와 미래를 함께 꿈꾸고 전략을 논의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셋째, 인도 입장을 이해하는 역지사지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해 4월 인도에서의 코로나19 확진자가 40만명을 넘어서는 어려움을 당할 때 우리는 언론들은 인도를 '지옥'이라고 보도했을 뿐 친구로서 어떠한 호의적 제스처도 보여주지 못했다. 북핵문제를 비롯한 남북한 문제, 독도, 동해표기, 후쿠시마 문제 등 우리의 외교적 과제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지지를 요청하면서도 인도가 안고 있는 파키스탄과의 카슈미르 분쟁, 중국과의 국경분쟁 등 다양한 문제에 관해서는 세심한 배려가 부족했다.

우리가 원하는 게 있으면 상대방도 원하는 게 있다. 이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우리에 대한 상대방의 배려를 기대할 수 있다.

특사파견·정상통화 시 인도 포함시켜야

넷째, 인도와의 관계강화를 위해 우리가 선제적으로 먼저 움직일 필요가 있다. 인도는 오래 전부터 동방정책(Look East Policy, 모디정부는 Act East Policy)의 대상으로 한국을 포함시키고 관계강화를 위해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왔는데, 우리가 이에 만족스럽게 대응해 오지 못한 측면이 있다. 최근 인도의 경제성장과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제고에 따라 한국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떨어지고 있는데, 새정부가 인도에 손을 먼저 내밀어 분위기를 반전시킬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우선 윤 당선인이 주요국에 특사를 파견하거나 정상들과 통화를 하게 될 때 인도를 포함시켜야 한다. 미국 다음에 어느 나라냐를 망설이게 될 때는 인도를 먼저 생각하는 선택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