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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중국 대신 '세계의 공장'이 될 수 있을까

2022-05-13 10:43:43 게재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미중갈등이 격화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전세계는 이념과 가치관 중심으로 양분화하고 있다. 특히 공급망 안전이 국가의 안보개념으로 들어오면서 세계 각국과 지역은 자국 내 산업생태계 구축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질서를 새롭게 만들어 가는 중이다. 미국의 중국 배제전략은 유럽과 일본 한국 등 국가와 지역의 중국 생산의존도 감소와 그 대체국가로서의 베트남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베트남, 빨리 발전했지만 한계도 뚜렷

인터넷의 많은 보도를 보면 베트남은 현재 호황을 누리고 있다. 베트남 수출액이 선전(Shenzhen)을 제쳤다거나, 홍콩 최고 갑부였던 리카싱(Li Kashing)이 영국에서 철수한 뒤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나이키 아디다스 삼성전자가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한 것에 모두가 놀란다.

베트남이 중국을 대신해 새로운 '세계공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중국의 노동력 원가가 오르면서 베트남은 인건비 우위로 나이키 아디다스 유니클로 등 노동집약형 산업의 이전을 유치했다. 게다가 유럽과 미국의 베트남에 대한 저관세와 베트남 본토의 세수혜택 정책으로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베트남에 공장을 세웠다.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증가하면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인구배당효과, 관세와 세수혜택 등의 장점을 빌려 최근 몇년 베트남 경제는 매우 빨리 발전했다. 세계경제 전망에 따르면 2010~2021년 베트남은 평균 경제성장률 5.99%로 14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7.24%에는 못 미치지만 이미 많은 국가를 따돌렸다.

최근 몇십년 동안 전세계 산업 사슬에 몇차례 대이동이 발생한 적이 있다. 1960년대를 전후해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은 자국내 산업이 포화된 후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 노동집약형 산업을 점차 한국 싱가포르 대만 홍콩으로 옮겼다. 이후 이들 국가의 산업화가 가속화되고 경제가 빠르게 발전해 '아시아의 네마리 용'이 되었다.

하지만 이들 '아시아의 용' 국가도 산업이 고도화됨에 따라 1980년대 이후 노동집약형과 고소모 에너지산업을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국 연해 등지로 잇달아 이전했다. 중국의 노동력 원가상승과 산업의 업그레이드가 가속화됨에 따라 일부 부가가치가 비교적 낮은 제조업은 점차 베트남으로 옮겨갔다.

베트남의 현재 산업발전 모델은 30년 전 중국 연해 지역의 원료 가공공장과 유사하다. 저렴한 노동력으로 산업 사슬인 '미소 곡선'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낮은 조립 부분의 돈을 벌어왔지만 이윤공간이 매우 작아 이윤이 큰 연구개발(R&D) 디자인 브랜딩 판매 등 부분을 따라잡을 수 없다. 게다가 베트남은 기술도 시장도 없고 있는 것이란 저렴한 노동력뿐이다.

인구배당은 노동집약형 산업의 이전을 유치하는 열쇠다. 베트남 인구는 1억명에 육박하며, 2017년 베트남의 인구 중위수 연령은 30.5세에 불과하다. 평균임금도 중국의 1/3에 정도였다. 젊은이들이 많고 평균소득이 낮은 것은 베트남이 가공 제조업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장점으로 작용했다.

투자유치를 위해 베트남은 여러가지 기업 우대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베트남 재무부가 2016년 제출한 초안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기업소득세 세율은 이전의 20%에서 17%로 하향 조정되고 연간 영업액이 1000억동(VND)을 넘지 않는 기업은 면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유럽과 미국 등이 베트남에 주는 낮은 관세까지 더해져 기업의 수출원가를 더욱 낮췄다. 싼 노동력, 낮은 임대료 비용, 특혜관세, 세금 혜택으로 인해 베트남은 일부 중국 연해 등지의 노동집약형 산업 이전을 받아들여 제조업의 급속한 발전을 이루어냈다.

기술함량 낮은 노동집약 산업의 한계

베트남으로의 산업 이전은 확실히 중국의 일부 수출제품을 대체했지만 기본적으로 가구 타이어 등 기술함량이 낮은 제품들이다. 무역정보업체 판지바(Panjiva)에 따르면 이케아 등 유통업체들의 중국가구 수입은 13.5% 감소한 반면 베트남 수입은 37.2% 증가했다. 자동차 타이어는 미국의 중국 수입이 28.6% 줄면서 베트남 수입이 141.7% 폭증했다.

사실 베트남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곳은 중국 내륙지방이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의 가공 및 제조산업의 이전을 기대했지만 이들의 상당수가 베트남으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베트남의 외자투자 총액은 10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6.2% 증가했다. 그중 절반은 중국에서 왔다.

그러나 중국의 제조경쟁력이 독일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으로 높아졌기 때문에 '세계의 공장'이라는 위상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2021년 4월 유엔산업개발기구(UN Industrial Development Organization)의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제조 경쟁력은 2012년 세계 5위에서 2위로 상승했다. 중국의 제조업이 창출하는 GDP는 4조달러에 가깝다. 중국은 자동차 휴대전화 컴퓨터 세탁기 에어컨 컬러TV 냉장고 철강 등 여러 제품의 생산량 전세계 1위를 안정적으로 지켜나가고 있다.

베트남에 이전하는 산업은 노동집약형 산업이다. 현재 베트남은 고급 제조업도 중공업도 없고 중국처럼 전체 산업 생태계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베트남은 산업고도화를 추진하는 중국과 사실상 산업 상호보완 관계가 더 많아 질 것이다.

산업적으로 보면 베트남은 주로 노동집약적 경공업을 기반으로 하며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과 더욱 동질화되어 있다. 노동비용이 태국 수준으로 올라가면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우위가 없어져 계속 상승하기가 매우 어렵다.

장기적으로 보면 베트남은 한국과 일본을 배울 수 있고 방직 자동차 전자 등 분야에서 몇가지 선도산업을 선택해 해당하는 산업 사슬과 관련 생태계 네트워크를 전략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축적이 필요하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환경 속에서 후발 국가인 베트남이 성공하기에는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또한 경제발전을 위해 많은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글로벌 유동성 긴축에 부딪히면 매우 위험하다. 태국이 살아있는 예다. 2차산업 이전의 흐름을 성공적으로 잡은 태국은 경제발전이 막 이뤄지는 시점에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촉발된 1997년 외환위기 때 무참하게 무너졌다. 현재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높아진 만큼 자산이 적은 베트남이 이를 버틸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일부 주요 월스트리트 은행들은 미국 연준이 달러 긴축 사이클에 들어서면서 연준의 긴축정책 리스크가 취약하고 빈곤한 국가로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터키 스리랑카 베트남 브라질 아르헨티나 및 기타 취약한 국가들은 현재 융자비용 증가와 부채이자 증가라는 양쪽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개발국가 '한강의 기적' 쉽지 않아

베트남이 최근 몇년 동안 정말 열심히 경제를 발전시켰고 산업화와 수출도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가난한 나라에서 부유한 나라로의 상승을 이루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발전과정에 놓인 함정이 매우 많다. 베트남이 이 어려움을 극복한다면 태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 4마리 용 발전모델, 기러기편대 이론이 미중의 글로벌 공급망 분리로 더는 먹히지 않는다. 미국 중심의 서방국가들이 공급망 안전을 국가안보 개념으로 정립하면서 미국 지역 중심, 유럽 중심으로 공급망을 구축해가기 시작했다.

동남아 국가들을 포함한 저개발국가들의 '한강의 기적'과 같은 경제적 비상은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을 수 있다.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