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선진국보다 낮아지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2022-06-03 11:54:20 게재
김영익 ESG경제연구소 소장,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2010년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세계 평균 성장률보다 낮아졌다. 앞으로 10년은 선진국 특히 미국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반영해 머지않아 한국의 금리가 미국보다 더 낮은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높은 경제성장을 한 국가 가운데 하나였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1980년에서 2009년까지 세계경제는 연평균 3.4% 성장했다. 같은 기간 한국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7.0%로 세계 평균의 2배 이상이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세계 성장률을 밑돌고 있다. 2010년에서 2021년까지 세계경제가 연평균 3.3% 성장했으나 한국은 3.0%였다. 문제는 앞으로 한국의 성장률이 선진국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는 데 있다. 4월에 발표된 IMF의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의 평균 성장률 전망치는 2.7%로 세계(3.6%)는 물론 선진국(2.9%)보다 낮다.

IMF는 같은 기간 미국경제가 3.0% 성장하면서 한국보다 더 높은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현상이 일시적이 아니라 구조적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의회는 2030년 미국의 잠재성장률을 1.8%로 전망한다. 반면 한국금융연구원의 추정에 따르면 203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0%이다. 그만큼 앞으로도 한국경제의 성장률 하락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의미다.

잠재성장률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

잠재성장률이란 노동 자본 생산성을 고려했을 때 한 나라 경제가 인플레를 유발하지 않고 최대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필자가 추정해보면 1970~1980년대 10% 안팎이었던 잠재성장률이 1990년대에는 7%로 떨어졌고, 2000~2009년에는 5%로 더 낮아졌다. 2010~2020년을 5년 단위로 보면 전반기 잠재성장률은 3.4%, 후반기는 2.6%였다. 2021년에는 잠재성장률이 역사상 처음으로 2%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노동력 감소에 있다. 생산연령인구인 15~64세 인구가 2020년부터 감소세로 전환했다. 통계청의 인구추계에 따르면 앞으로 10년간 이 인구가 매년 1%씩 줄고, 그 다음 10년에는 1.7%씩 감소한다. 우리 기업들의 자본 축적 정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투자도 크게 늘기 힘들다. 또 다른 잠재성장률 결정 요인인 총요소생산성도 하루아침에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잠재성장률을 올리기 위해서 노동과 자본이 증가해야 하고 생산성이 향상되어야 한다. 그런데 외국에서 노동력을 수입하지 않는 한 노동은 증가하기 어렵다. 자본 증가나 생산성 향상으로 잠재성장률을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총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1996년 40%에서 지난해에는 30%로 낮아졌다. 건설투자 비중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적극적 규제완화로 설비투자를 늘리거나 성장산업에 지적재산생산물투자를 과감하게 증가시키면 잠재성장률이 올라갈 수 있다. 사회적 대타협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으로 잠재성장률을 제고시킬 수 있다. 그러나 잠재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되돌리기는 싶지 않아 보인다.

한미 금리역전 시대 도래 예상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기준금리를 0.50%p 올리는 이른 바 '빅스텝'을 단행했다. 시장은 연준이 6월과 7월 FOMC에서도 빅스텝을 하는 등 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는 현상은 일시적이 아니고 구조적일 수 있다. 금리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경제성장률이다. 앞서 본 것처럼 현재 한국과 미국의 잠재경제성장률은 2% 안팎으로 비슷하다. 그러나 갈수록 한국이 미국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한국 금리가 미국보다 더 낮은 현상이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시장금리가 이를 먼저 반영할 전망이다. 특히 10년 국채수익률 차이에서 이런 현상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정부가 10년 만기 국채를 발행하기 시작했던 2000년 8월에서 2009년까지 10년 국채수익률은 평균 5.55%로 미국(4.32%)보다 1.23%p 높았다. 그러나 그 차이가 2010년에서 올해 4월까지는 0.55%p(한국 2.75%, 미국 2.20%)로 줄었다. 머지않아 한국의 10년 국채수익률이 미국보다 낮아지면서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을 미리 반영할 전망이다.

2020년 이후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대폭 순매도했으나 채권을 지속적으로 사들였다. 특히 지난해에는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24조9310억원 순매도했지만 채권을 64조5360억원이나 순매수했다. 올해 들어서도 이런 현상은 이어지고 있지만 4월 중 외국인의 채권 순매수액이 360억원에 그쳐 지난해 4월 3조3460억원보다 대폭 줄었다. 돈은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이동한다. 한국의 잠재성장률과 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채권투자 자금 유입은 더 줄어들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경제주체간 차별화가 심화하고 있다. 경제가 높은 성장을 할 때는 경제규모가 빨리 커졌기에 대부분 기업이 같이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경제규모도 상대적으로 축소된다. 이 시기에는 경쟁력 있는 기업은 더 많이 가져가고 경쟁력 없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세계 주요국 정부가 차별화를 줄이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포용성장', 중국 시진핑정부의 '공동부유론', 미국 바이든정부의 '중산층 회복을 통한 안정성장' 등이 대표적 예다.

자산에 대한 기대수익률도 낮아질 전망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면 자산가격에 대한 기대수익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5%에 근접하는 물가상승률로 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조만간 하락세로 전환할 것이다. 현재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보면 잠재성장률은 2%, 물가를 고려한 명목 GDP 기준으로는 3% 안팎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10년 국채수익률은 명목 잠재성장률을 밑돌았다. 앞으로 명목 잠재성장률이 2%대로 접근해갈 것이기 때문에 시장금리도 현재 수준(3.2%)보다 더 낮아질 전망이다.

주식에 대한 기대수익률도 떨어질 것이다. 1981~2021년 우리나라 명목 GDP 성장률은 연평균 10.3%였고 코스피 상승률은 13.1%였다. 최근 10년(2012~2021년) 평균은 각각 4.0%와 5.8%로 낮아졌다. 주가 상승률이 명목 GDP 성장률보다 2~3%p 더 높았다는 의미다. 명목 경제성장률이 2%대로 낮아지는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10년 동안 주식 기대수익률은 4~5%일 것이다.

지난 10년간 전도시 아파트가격 상승률은 연평균 4.3%로 명목 GDP 성장률(4.0%)과 비슷했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집값 상승률도 같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3년(2019~2021년)간 명목 GDP 성장률은 평균 2.8%였다. 그러나 같은 기간 코스피와 전도시 아파트가격 상승률 평균은 각각 14.0%와 9.8%로 경제성장률보다 훨씬 높았다. 앞으로 3년 동안은 주가와 집값상승률이 크게 둔화하면서 경제성장률과 격차를 줄여갈 전망이다. 모든 투자에 있어서 기대수익률을 낮춰야 할 시점이다.

김영익 ESG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