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빚 탕감, 지자체에 떠넘기는 정부

2022-07-06 16:42:39 게재

원금감면 추진, 보증선 지역신보 문닫을 판

정부출연금 4%뿐, 금융기관도 '안전'

재원 40% 부담 지역 신보만 최대 피해

지방자치단체 신용보증재단이 고사 위기에 몰렸다. 6일 서울신용보증재단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긴급대출을 시행하는 지역 신용보증재단들은 정부의 코로나 빚 탕감 정책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역 신보는 정부와 금융기관 그리고 지자체가 낸 출연금으로 운영된다. 대출이 필요하지만 신용등급이 낮아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에게 보증서를 발급, 은행을 통한 금융지원이 가능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생색은 정부가, 부담은 지자체가 = 지역 신보는 지자체의 은행 역할도 겸한다. 법에 따라 이들은 자산의 15배까지 보증을 제공할 수 있다. 출연금이 1000억원이라면 1조5000억원까지 보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각종 서민지원 정책을 운영하는 지자체 입장에선 신보의 보증여력이 여간 요긴한게 아니다.

지역 신보 노조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정부가 발표한 원금감면 정책인 '새출발기금'이다.

윤석열정부는 오는 10월 집중적으로 도래하는 소상공인 대출에 대해 만기 연장, 원리금 상환유예, 신규대출지원 등 대비책을 마련 중이다. 30조원을 투입, 자영업자 자금난 완화를 돕겠다고 했다.

이 가운데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 국면에 대거 발생한 소상공인 대출에 대한 일종의 채무 소각이다. 정부는 적게는 60%에서 많게는 90%까지 일시에 빚을 탕감해준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문제는 부실 채권을 누가 떠안느냐는 것이다. 서울신보의 경우 보증업무를 위한 기초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재단 출연금을 정부는 거의 내지 않았다. 빚을 탕감해줘도 정부가 손해볼 게 별로 없다는 얘기다. 서울 신보의 정부 출연금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0원'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소상공인 대출 수요가 폭증한 2020년과 2021년에는 출연금도 대폭 증가했는데 이때도 정부 몫은 각각 4.4%, 2.2%에 불과했다.

금융기관은 지역 신보의 최대 출연기관이지만 손해볼 게 없다. 보증서를 발급한 신보를 통해 채권을 회수하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 채무탕감의 최대 피해자는 지역 신보가 되고 이는 열악한 재정 여건에 허덕이는 지방자치단체 부담으로 직결된다.

정부는 지역 신보의 부실 채권을 사들이겠다고 했지만 문제는 매입가격이다.

노조의 우려가 커지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정부 정책엔 찬성하지만 원금을 최대 90%까지 감면해주고 정부가 채권을 헐값에 사들일 경우 지역 신보는 직격탄을 맞는다.

시장에서 통용되는 부실 채권 매입가는 두 자리수를 넘지 않는다. 최대 10%를 적용해도 신보 입장에선 1조원을 탕감해주고 1000억원 밖에 건지지 못하는 셈이 된다. 신보 관계자는 "지금처럼 대책없는 원금탕감 정책을 추진하다가는 지역 신보의 자본 잠식은 물론 보증여력 소진으로 향후 소상공인 긴급대출이 아예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불이익 커질 가능성 = 정부 발표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은 지난 3월 기준으로 960조7000억원에 달한다. 코로나 이전보다 40.3% 증가했다. 일시적 해결이 어려운 만큼 정부가 단계적 재정 투입과 채무조정을 진행하겠지만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는 소상공인 긴급 지원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게 전국 지자체 신보와 노조의 공통된 주장이다.

채무조정 손실에 대한 법안을 준비 중인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채무감면으로 인한 손실이 지역 신용보증재단의 기본재산 손실로 이어진다면 자영업자에 대한 보증여력이 낮아져 결국 자영업자가 금융지원상 피해를 입게 된다"며 "코로나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지게 된 빚을 정부가 인수한다면 당연히 그 손실도 정부가 감당해야 한다. 안 그러면 불이익이 자영업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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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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