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아베노믹스의 운명과 중국의 역할

2022-07-15 12:24:45 게재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7월 8일 일본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피살된 후 아베노믹스의 운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영혼은 '대규모 양적완화'에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투자(유연한 재정정책 - 2013년 10조3000억엔의 경제자극계획) △중앙은행의 대담한 통화완화정책(미친 화폐 발행 - 엔화 평가절하) △민간투자를 자극하는 성장전략(유효기업세금 2.4% 인하, 소비세 3% 인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CPTPP 적극 주도) 3가지는 아베노믹스를 관통하는 핵심수단이다.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잃어버린 20년' 동안 일본은 국내의 심각한 인플레이션, 소비 부진, 투자 저조에 직면했고 당시 두번째로 총리 자리에 오른 아베는 한편으로는 국내의 경제활력을 증가시키고 다른 한편 '엔저와 일본 산업구조조정'을 통해 일본의 수출 우위를 되살리는 무역강국의 미래를 그려왔다. 아베노믹스 처방은 2013년 4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잇따라 나왔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아베노믹스

2013년 침체된 일본경제에 있어 아베의 처방은 효력을 발휘하는 듯 했다. 독한 약을 투여하면 단기간 내에 확실히 효과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새 정책이 나온 후 일본 경제는 '짧은 활력'을 보였고 2013년 닛케이지수는 57% 넘게 올랐다. 이는 1973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그러나 이런 활력은 모래성과 같은 것이었다.

2012년 엔화는 1달러 대비 75.540엔 범위에서 변동했지만 2022년에는 137.270엔까지 오르면서 10년 동안 80% 이상 평가절하됐다. 반대로 일본의 평균급여는 지난 30년 동안 겨우 4.4% 느는 데 그쳤다. 일본인들은 저금리 하에 돈을 모으지도 못하고 노후를 위해 어떤 것도 준비할 수 없어 일을 계속해야만 한다.

엔화 환율문제 배후에는 일본이라는 선진국의 경제발전 구조가 버티고 있다. 일본은 제조업, 특히 고부가가치 제조업을 핵심으로 발전해왔고 해외 국가에 대해서도 대량의 제조업 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일본은 원유 석탄 동과 같은 철금속 등 에너지와 자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전쟁과 같은 글로벌 환경은 일본의 경제발전에 큰 타격을 입히게 된다.

전쟁으로 가격이 오른 원유 석탄 원자재 등은 일본의 수입원가를 높여 수입성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 전쟁이 시작된 2월 24일 이후 일본의 물가가 마침내 오르기 시작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5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대비 2.5% 상승했다. 그 이전까지 일본의 CPI는 1년 내내 1.0% 이하였다.

물가상승은 아베 총리가 재임할 때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였다. 이를 위해 아베노믹스가 탄생한 것이다. 아베 총리 재임시 일본정부는 대량의 양적완화, 즉 끊임없이 돈을 찍어내어 헬리콥터가 돈을 뿌리고 은행의 마이너스 금리를 조성하는 등 모든 방법을 취해 경제를 자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집권 기간 일본 물가는 조금도 오르지 않았다.

아베정부는 심지어 소비세를 직접 올리는 수단까지 동원했다. 예를 들어 소비세를 5%에서 10%로 올렸다고 가정하자. 일본에서 100엔에 판매되는 어떤 상품에 소비세가 5%인 경우 합계 지출은 105엔이 된다. 만약 소비세를 10%로 인상할 경우 실제 지출은 110엔이 된다. 아베정부는 이런 방식을 통해 일본 물가를 억지로 올리고 인플레이션 수준을 높이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효과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국제 에너지가격과 식량가격이 폭등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높이려는 이 목표는 하루아침에 달성됐다.

정부가 원하지 않던 물가상승 직면

그러나 이렇게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시나리오는 일본정부가 가장 원하지 않은 장면이다. 수입성 인플레이션은 건강한 인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없고, 심지어는 악성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일본의 최근 무역적자는 일본의 수입성 인플레이션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의 수입성 인플레이션은 일본의 원자재 수입원가 증가를 야기하고 국내 상품가격을 올리고 일본의 인플레이션율을 높인다. 하지만 일본은 이런 원가를 다른 국가로 전가할 수 없거나 하더라도 그 정도에 한계가 있다.

이는 수입 지출을 높이지만 일본 수출액 증가가 느려서 오히려 무역적자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공장을 하나 차리고 원자재를 매입하는 데 1000만엔을 썼지만 가공을 거쳐 완제품을 만들어 팔아도 800만엔의 수익만 보는 형국이다. 상품경쟁력이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경우 이것은 수입한 원자재가 비싸진 결과다. 설상가상으로 생산한 제품이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어 전체 시장에서 수요가 적어진다면 그 손해는 더 크다.

일본의 무역적자도 마찬가지다. 수입 원자재가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일 수도 있고, 엔화가치가 너무 떨어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전세계의 경기 불황 때문일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일본의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이런 결과의 가장 큰 나쁜 점은 경제를 쉽게 더 큰 악순환 구조에 빠지게 한다는 점이다. 즉 일본의 무역적자가 커지면서 엔화가치가 더 떨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수입성 인플레이션이 더욱 상승하게 되고 이는 결국 소비능력을 떨어뜨려 일본의 GDP 성장속도를 둔화시키게 된다. 이는 일본의 채무를 더욱 크게 증가하게 만드는 악순환에 빠지게 한다. 2021년 12월 현재 일본 정부의 '명목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25%에 달한다.

위기의 세계경제 다시 중국 필요로 해

엔화의 평가절하는 수출 이익으로 이어졌고 일본정부의 공공투자가 소비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런 호르몬 작용을 떠나 아베노믹스는 본질적으로 일본 민간의 소비와 투자 활력을 되찾게 하지 못했다. 더욱이 일본은 석유 등 대량의 원자재에 대해 지나치게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엔화 평가절하로 인한 수출이익은 곧 자원 및 에너지 수입에 잠식되었다. 특히 미국과의 특수한 관계로 인해 일본은 미국이나 미국 자본이 통제하는 자원측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비싼 제품을 대량으로 수입하는 구조다.

수출품목에서 자동차나 공업부품 같은 일본의 핵심 제품은 미국에서 경쟁력이 높아 긍정적으로 잘 팔렸지만 치고 올라오는 한국제품들은 해외에서 더 많은 '일본의 기회'를 침식해갔다. 동남아에서 한국 브랜드와 일본 브랜드는 지난 10년 동안 정면 대결했다. 휴대전화 가전제품 등 분야에서 한국계 브랜드는 일찍이 일본의 우세시장을 대신해왔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유럽도 고통스럽다. 대량의 수입성 인플레이션이 끊임없이 유럽 대륙으로 들어가고 있다. 일본과 유럽은 모두 미국이 아니며 엔화 유로화도 달러가 아니다. 일본과 유럽은 사실상 미국 경제생태계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자원 측면에서 일본의 미국에 대한 의존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뜨겁게 달아오른 2014년, 일본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경질 원유(미국 셰일가스 개발 부산물)를 수입했고, 2017년 일본정부가 미국에서 수입한 액화 석유가스는 100% 증가했다.

따라서 일본과 유럽 등 서방 선진국들은 수세적으로 글로벌 거시환경 변화의 위험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고 미국처럼 주동적으로 폭탄을 다른 나라에 전가할 수는 없다.

미국도 현재 엄청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해 있다. 놀란 바이든정부는 금리인상표를 잔뜩 늘려가고 있지만 미국 경제가 경착륙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자칫하면 자포자기해 세계의 금융 쓰나미를 일으킬 수도 있다. 지금 이 시각 세계가 중국을 필요로 하는 것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다. 현재 미중은 관세철회를 두고 협상하고 있다.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