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수교 60주년, 중남미 매력에 빠져보자

2022-09-16 10:43:58 게재
신숭철 한·중남미협회장

올해는 한국과 중남미 15개국이 외교관계를 수립한 지 60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우리 정부, 주한 중남미 대사관 그리고 여러 민간단체들이 기획·주최하는 많은 문화 행사들이 줄을 잇는다.

중남미가 새로운 한류 열풍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발표한 '2021 지구촌 한류 현황' 자료에 의하면 중남미의 한류동호회는 352개에 달하고 동호인수는 1221만명에 이른다. 아르헨티나 상원은 작년 10월 매년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지정했다.

중남미에서 한국문화가 이토록 관심을 끄는 것은 중남미 사람들이 문화 다양성을 지향하고 문화 수용성이 높다는 점에 기인한다. 물론 우리가 중남미 지역에 우리 문화를 체계적이고 정교한 방식으로 전파·확산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반면 우리가 가지는 중남미에 대한 관심과 이해 정도는 어떤가? 그리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둔 물리적 거리감, 현지 치안에 대한 불안감, 언어장벽 등이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심지어는 중남미의 문화를 미국 문화의 일부분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문화의 보고이자 매력의 발산체

사실 중남미는 문화의 보고이자 매력의 발산체다. 중남미 문화는 용광로에 여러가지 원석들을 넣고 잘 섞어 만든 보석과 같다. 원조 격인 원주민 문명에 아랍과 로마의 피가 섞인 스페인 문명이 합쳐졌고,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성분까지 가미돼 빛을 발한다. 이런 면에서 중남미 문화는 여러 문화가 뒤섞인 혼종성이 특징이며, 나아가 열정을 발산하는 독창적이고도 대중적인 성격을 가지는 문화로 발전했다.

중남미 나라들을 다녀보면 이러한 특징적인 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멕시코의 아즈테카와 마야문명, 페루의 잉카문명 유적지를 둘러보면 그 규모의 웅장함과 정교함에 탄성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다. 또 그 잔해 위에 세워진 성당들을 보면서 문화의 뒤섞임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도 알 수 있다.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콜롬비아의 바랑키야, 볼리비아의 오루로 등에서 개최되는 카니발에서는 화려함과 강력한 정열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중남미 사람들의 기질이 한국인과 흡사하다는 점을 발견하곤 자신도 모르게 이들의 친구가 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중남미의 문학 음악 미술에는 그야말로 중남미 문화의 특징이 그대로 녹아있다. 중남미 문학은 토속적이면서도 환상의 공간을 마련하는 독창성으로 세계 문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1945년 칠레의 가브리엘라 미스트랄(Gabriela Mistral)로부터 2010년 페루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Mario Vargas Llosa)에 이르기까지 무려 6명의 작가가 줄을 이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오늘날 K-팝이 중남미에서 많은 호응을 받고 있지만 중남미 음악이 주는 매력도 대단하다. 멕시코의 마리아치(mariachi), 쿠바의 살사(salsa) 맘보(mambo) 룸바(rumba), 도미니카공화국의 메렝게(merengue), 자메이카의 레게(reggae), 브라질의 삼바(samba) 보사노바(bossa nova), 아르헨티나의 탱고(tango)와 같은 음악들은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미술에서도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로 대표되는 벽화 미술과 프리다 칼로(Frida Kahlo)의 초현실주의 미술 등이 출현했다.

중남미 문화의 특성 중 하나로 사회와의 연관성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음악을 통해 사회개혁을 이룬다는 높은 이상을 품고 출발한 엘 시스테마(El Sistema)가 대표적이다. 이것은 베네수엘라의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Jose Antonio Abreu) 박사의 주창 하에 시작된 운동으로 전세계적인 호응을 받고 있다. 엘 시스테마 출신으로 2009년부터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이 아브레우의 계보를 잇는다.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 아미고가 되자

이제 중남미와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이 아미고(Amigo, 친구)가 되는 첩경이다. 이런 노력은 우리 사회 발전동력이 되고 나아가 정치경제 등 중남미와 제반 협력관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 중남미 15개국과의 수교 60주년을 맞아 중남미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어 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