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이중구조, 임금체계 개편에서"

2022-10-04 10:57:20 게재

미래노동시장연구회 토론회

"근로자대표제 활성화해야"

지속가능한 노동시장을 위해서는 주52시간제 개선, 연공형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법 전반의 획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이러한 노동개혁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근로자대표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노동경제학회 노동법학회 등 노동 3대 학회가 주최하고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주관으로 지난달 29일 서울시 중구 로얄호텔에서 '디지털 시대, 일하는 방식의 새로운 모색'이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이같은 내용이 논의됐다.

윤석열정부는 연금개혁 교육개혁과 함께 노동개혁을 3대 개혁 과제로 꼽고 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좌장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용노동부가 노동시장 개혁 우선 추진과제인 노동시간 제도와 임금체계 개편을 논의하기 위해 만든 전문가 모임으로 지난 7월 발족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10월 말까지 권고안을 마련해 고용부에 제시할 예정이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발제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규직의 과보호와 연공급(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상승)에 따른 임금인상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임금을 인상한다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난 정부(문재인정부)에서 이런 방향의 정책을 실행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정규직의 고용 경직성, 즉 정규직 과보호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며 "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해고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서 문제가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노동관계법 개선 방향으로 "개인의 성과와 기업의 실적이 보상에 반영될 수 있도록 연공형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해야 한다"며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중소기업 근로자 직업능력개발 같은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발제에서 "노동관계의 영역에서 항구적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는 일터에서의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라고 전제하고 "노동시장 불평등과 양극화는 주로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격차에서 기인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특고) 등 개인하청과 기간제·단시간 노동자 등 비정규직의 증가로 인한 '일터의 균열화'는 사용자를 상대로 한 노동자의 권리주장을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며 "노조조직률 확대, 초기업 단위 교섭 및 단체협약 적용 범위 확대를 위한 협약임금 적용 확대는 임금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직접적인 대응책"이라고 밝혔다.

또한 권 교수는 "근로시간 '유연화'에만 초점을 맞추면 (노동개혁이라는) 문제를 풀 수 없다"며 "근무시간 유연화를 논하기 앞서 근로기준법에 있는 '근로자대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우리의 경우 근로자대표라는 기표만 존재할 뿐 (과반 노조가 없는 경우) 근로자대표가 누구인지, 어떻게 선출하는지, 임기는 얼마인지 등 근로자대표 제도의 실질적인 내용은 공백 상태"라며 "근로자대표 제도의 민주적 정당성이 담보되고, 그러한 민주적 정당성이 적절한 기간마다 갱신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근로기준법에 근로자대표의 선출방식 및 근로자대표의 임기에 관한 조항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자대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이뤄지는 근로시간 유연화는 어떤 미사여구를 붙이든 사용자의 재량권 확대, 즉 기업의 사적 권력의 확대에 기여할 것이란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희성 교수는 '근로자대표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달리했다.

김 교수는 "기존의 경직된 근로자대표제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무연구직 등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선호하는 직무나 부서별로 노사합의를 거쳐, 1년 이내의 범위에서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기간을 자율 설정하는, 이른바 '부분 근로자대표제'를 도입할 것"을 제시했다.

앞서 이날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축사에서 "디지털 기술 혁신으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은 노동시장에 유례없는 큰 변화를 가져왔다"며 "재택근무와 화상회의가 더 이상 낯설지 않고, 플랫폼 종사자수가 취업자의 8.5%에 달하는 등 일하는 방식과 고용형태가 다변화됐다"고 말했다.

권 차관은 "그러나 노동시장을 규율하는 현재의 노동법은 1953년에 제정된 이후 여전히 산업화 시대 전형적인 임금 근로자 중심의 뼈대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에 모든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고 산업 현장의 다양한 요구와 선호를 반영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속가능한 노동시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노동법 전반의 획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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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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