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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속 이산화탄소의 숨겨진 문제 '해양산성화'

2022-12-02 10:58:12 게재
이기택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교수, 미국 지구물리학회 석학회원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면 지구의 온도는 적절히 유지된다. 지난 100만년 동안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는 일정했으며, 지구의 평균온도는 15℃로 잘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19세기 들어서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산업혁명의 태동이다. 산업혁명 이후 석탄 석유 천연가스 사용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지구 온도도 서서히 높아졌다. 화석연료로부터 방출된 이산화탄소 중 절반 정도만 대기에 잔류하고, 나머지 반은 해양과 육상 식생이 흡수하게 된다. 만약 해양이 대기로부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않았다면 지구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 대기온도도 훨씬 올라갔을 것이다.

해양은 이산화탄소를 무궁무진하게 저장할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배출한 모든 이산화탄소를 해양에 저장하면 현재 해양이 갖고 있는 이산화탄소의 1% 정도만 증가할 것이다. 사실 해양은 대기가 갖고 있는 이산화탄소 총량보다 60배 넘는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있다.

2000년 초부터 해양산성화 심각성 대두

해양은 대기로부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해왔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해양에서 생기기 시작했다. 해양산성화다. 해양이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과일의 시큼한 맛과 같이 해양이 좀 더 시큼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이산화탄소가 해양에 녹아 수소이온 농도가 높아져서다.

해양이 대기로부터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해양의 수소이온 농도 증가는 예측되어왔다. 과거에 산성화의 심각성이 부각되지 않았던 이유는 해양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도 해수 속 탄산염 이온이 풍부해 수소이온 농도 증가가 미미할 것으로 예측되어서이다. 하지만 지난 200년 동안 해양이 흡수한 이산화탄소 양이 1200억(탄소)톤이 넘으면서 해양산성화의 심각성이 2000년대 초반부터 대두되기 시작했다.

초기 해양산성화가 해양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경고는 전 지구적 탄소순환모델링 결과에서 나왔다. 향후 100년 동안 인류가 태울 화석연료량과 해양이 흡수하게 될 양을 기반으로 예측했을 때 전세계 해양 표층은 현재보다 산성화가 심각하게 진행되어 전세계 산호초 대부분이 녹아 없어진다는 끔찍한 시나리오가 발표되었다.

하지만 해양은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아 장기간 직접 산성화 진행을 관측하기 어려워 1990년대까지는 관측에 기반을 둔 명확한 증거가 없었다. 다행히 미국과학재단에서 해양환경 및 생태계 변동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1989년부터 북태평양 하와이와 북대서양 버뮤다 인근에서 매달 장기 관측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30년 넘게 관측자료를 축적한 곳은 이 두곳뿐이다. 관측자료를 분석해 보면 관측시점부터 수소이온 농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결정적 증가가 제시됐다. 중요한 사실은 인간의 활동에 덜 영향을 받는 먼 대양은 대기로부터 유입된 이산화탄소가 산성화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해양산성화가 생물에 미치는 영향

다양한 관측결과에 따르면 대륙에 인접한 연안의 산성화는 대기로부터 유입된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다른 여러 환경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연안은 인류가 사용한 질소비료와 화석연료로부터 발생한 질소오염 물질 유입에 의해 부영양화가 빈번히 일어나게 된다.

부영양화가 일어나면 많은 양의 유기물이 과다하게 만들어지고, 만들어진 유기물은 얕은 수심의 해저에 쌓이게 된다. 쌓인 유기물은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에서 물속의 산소를 소모하고 동시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물과 반응해 연안 물속 수소이온 농도를 급격하게 증가시킨다.

연안에서는 산성화에 영향을 주는 프로세스들이 특정지역과 특정계절에 집중되기 때문에 대양과 달리 산성화의 계절적 변동이 크며 해역별 편차도 큰 경향이 있다.

먼 바다와 대륙에 가까운 연안 모두 산성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관찰 결과는 2000년대 이후 수많은 논문으로 발표됐다. 같은 시기에 해양산성화가 해양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한 논문도 많이 발표됐다.

초기 획기적 연구 결과는 독일 과학자들에 의해 1993년 네이처지에 발표됐다. 이 논문에 따르면 바다 플랑크톤 중 산호와 같은 탄산칼슘 성분을 만드는 종들이 있는데 해양산성화가 진행될수록 이 종들은 탄산칼슘을 잘 만들지 못한다고 한다. 해양산성화가 심각하게 되면 탄산칼슘을 만드는 플랑크톤은 결국 멸종하게 된다고 한다.

아주 반대되는 연구결과도 있다. 특정 1차생산자들은 심각한 산성화 상태에서 오히려 잘 자란다고 한다. 특히 지중해에 해저 화산이 발달한 곳이 있는데 이곳은 100%에 가까운 이산화탄소가 해저바닥에서 계속적으로 방출되고 있다. 산성화가 최악에 가까운 상태에 놓여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자라는 해저숲은 별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수백년 동안 최악의 산성화에 노출되었기 때문인 듯하다. 즉 해양 생태계의 근간인 1차생산자들은 해양산성화에 다양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미래에 해양산성화가 악화되면 일부 종은 멸종을 피할 수 없고, 일부 종은 잘 자라 번성하게 되고, 어떤 종들은 별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1차생산자들이 이렇게 다양하게 반응한다면 산성화가 진행되더라도 크게 걱정할게 없지 않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타당한 의문이다.

해양산성화의 영향은 천천히 나타나

해양산성화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연구는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 지금까지 발표된 대부분의 연구들은 생물이 산성화에 단기간 노출되었을 때 보이는 반응에 초점을 두었다. 따라서 산성화에 장기간 노출되었을 때 생물의 생리변화에 관한 연구는 실험의 난이도가 높아 흔하지 않다. 좀 더 많은 연구가 해양 생물이 장기간 산성화에 노출되었을 때 일어나는 변화 연구에 집중되기를 바란다. 장기간 산성화 노출 실험을 통해 산성화가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험결과의 불확실성이 해양산성화의 위험성에 대한 우리의 대비를 늦추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해양산성화가 진행되면 해양생물들이 다양하게 반응할 것이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해양산성화가 진행되면 모든 생물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에는 해양생태계의 근간인 1차생산자들이 몰락하게 될 것이다. 1차생산자가 파괴되면 연쇄적으로 상위 생태계도 파괴될 것이다.

해양산성화는 다른 환경문제와 다르다. 20세기 대표적 환경문제인 오존파괴 수은중독 방사능물질은 인간이 그 위험성을 피부로 느끼게 되고 따라서 적절한 대책을 빠르게 수립해 대응해왔다. 하지만 해양산성화는 아주 천천히 전세계 바다에서 진행되고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아주 서서히 일어나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상태에 도달했을 때까지 대책수립이 어려울 수 있다. 비유하자면 차가운 솥에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열을 올리면 뜨거워질 때까지 개구리가 느끼지 못하고 결국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과 같다.

우리가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해양으로 녹아들어가 일으키는 해양산성화는 우리가 쉽게 느낄 수 없는 환경문제이지만 아주 천천히 해양생태계의 다양성을 줄어들게 만들고 결국 해양생태계 전체를 회복불능 상태로 만들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화두인 탄소중립은 지구온난화로부터 지구를 구하는 일이 되는 동시에 해양생태계를 구하는 일이 될 것이다. 모든 시민의 탄소중립 동참이 해양산성화로부터 해양생태계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