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1호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운영의 문제점

2023-04-05 10:53:33 게재
최권호 경북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대한민국 제1호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대전에서 개원을 앞두고 있다. 2013년 12월 29일, 중증 장애아동 가족 모임으로 시작한 '토닥토닥'은 실현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겨졌던, 그래서 기적이라고 했던 병원설립을 위해 10년 가까이 뛰어 왔다.

장애아동이 2014년 4월 12일 대전 서구가 개최한 마라톤대회에 참여해 다함께 뛰던 그날, 그리고 2015년 4월 19일, '제1회 대전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기적의 마라톤 대회'를 통해 아이들은 세상 밖으로, 말 그대로 드러났다.

휠체어에 탄 채 뺨에 따스한 봄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수많은 어린이들의 평범한 일상은 비로소 이날 실현됐다. 자신의 목소리로 권리를 말할 수 없는 아이들의 소리없는 환호성은 이제 첫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개원으로 구현된다.

병원설립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자신의 뒤틀린 몸으로 호소하던 다섯살 건우는 이제 열다섯이 되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계기로 사람들은 의료 공공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흔히 공공재정의 투입과 함께 운영주체를 공공(흔히 정부)에서 맡음으로써 의료 공공성이 달성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의료 영역의 전문가 독점 뛰어넘기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의료의 공공성은 재정·운영을 공공이 담당하는 것과 별개로 의료에 대한 시민의 참여와 지배가 충분한 수준에서 담보될 수 있어야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의료영역의 전문가 독점을 넘어 시민이 운영의 결정에 참여하는 경로가 폭넓게 담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견제받지 않는 상황에서 공공병원은 시장에 포섭된 또 다른 병원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8년 7월 대전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이 확정된 이후 약 5년이 흘렀다. 그 사이 대전시가 병원 건립을 위해 다양한 전문가와 시민들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시민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왔던 것은 부족하나마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2023년 3월 15일, 대전시는 병원 개원일자와 운영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새롭게 운영위원회를 구성했다. 2021년 4월부터 설립 준공 시까지 유효한 기존의 운영위원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운영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위원들과는 어떠한 상의 한 마디 없었다. 특히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을 위해 헌신적으로 애써 왔던 장애 당사자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의구심마저 든다. 민주적인 병원운영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전에서 개원을 앞두고 있는 제1호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장애 당사자 운동의 산물이자 동시에 대전시민, 그리고 제대로 치료받을 곳이 없어 난민처럼 살아가며 고통받다 세상을 떠난 수많은 아이들의 염원이다. 공공성은 단지 공공재정 투입과 공공의 운영주체로서만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 그 제공되는 서비스의 공공성, 그리고 운영 과정에서 시민 참여의 거버넌스가 마련돼야 구현될 수 있다.

공공성은 시민참여 전제돼야 가능

특히 지금껏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는 누구보다 '기적'처럼 이 병원을 기다리고 바랐던 장애아동과 그 가족들의 의사가 제도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넓게 열려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