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데이터와 디지털 지방자치시대

2023-04-10 10:58:42 게재
박덕수 인천시 행정부시장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라플라스의 마녀' 주인공은 뇌신경세포 조작과 오랜 훈련을 통해 슈퍼컴퓨터와 같이 모든 상황을 예측한다. 슈퍼컴퓨터가 하는 일련의 계산을 사람의 두뇌가 직관적으로 해낸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18세기 프랑스 수학자인 라플라스가 제안한 개념을 응용한 것이다. 라플라스는 "우주에 있는 모든 원자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알고 있는 존재(Laplace's Demon)가 있다면, 그는 뉴턴의 운동 법칙을 이용해 과거, 현재의 모든 현상을 설명해주고 미래까지 예언할 수 있다"고 했다.

정보가 완전하다면 슈퍼컴퓨터가 모든 것을 설명해 줄 수 있다는 개념은 이제 상상 속의 개념이 아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챗GPT는 모든 분야의 모든 상황을 설명해준다. 여전히 불완전성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이는 정보의 불완전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데이터가 완벽하다면 우리는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완벽하게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인천, '가명정보 활용 지원센터' 개소

최근 인천시는 지역 데이터를 총망라하는 범위까지 활용하기 위해 산업데이터 플랫폼뿐만 아니라, 공공데이터 허브를 구축하고 통합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축된 데이터가 활용되고 결합되는 과정을 지원하는 '가명정보 활용 지원센터'도 올해 인천지역에 유치했으며 상반기 내 개소 예정이다.

가명정보란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정보의 일부를 삭제·대체해 추가정보 없이는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정보로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을 통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야 개발에 필수적인 정보다.

인천시는 가명정보 활용 지원센터 설립을 통해 지역 내 데이터 수요기업들을 지원하고자 한다.

현재 인천시는 수요자 맞춤형 복지정책을 발굴하기 위해 소득과 부채를 고려한 가구별 소득현황 분석을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나이스(NICE)신용평가의 협조를 받아 개인의 인구사회학적 정보와 개인금융정보를 바탕으로 한 가명정보 결합과 분석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들은 결국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역주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적절하게 발굴하고 제공하겠다는 인천시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과거 중앙정부만 가지고 있던 정보들이 이제는 빅데이터의 형식으로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관리되고 축적되고 있다. 또한 품질관리를 통해 다른 영역에서도 해당 데이터를 활용하고 결합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고 개선해 나가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지방정부가 지역 데이터를 충분히 쌓고 여타의 기관들과 협력을 통해 부족한 데이터들을 제공받는다면 우리는 좀 더 지역에 기반을 둔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지 않을까.

활짝 열리는 '디지털 지방자치' 시대

데이터산업의 발전은 지역 특성에 맞는 데이터의 저장·관리와 활용뿐만 아니라 정보공유를 통한 시민들의 정책참여 가능성도 높여가고 있다.

다양한 정보가 지역 내에 축적되고 필요한 분야에서 활용된다면 데이터에 기반을 둔 지방행정은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바야흐로 '디지털 지방자치'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