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국경제 이대로는 안된다

2023-04-12 11:34:05 게재
박재윤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전 경제수석, 재무부장관

정부는 '한국경제혁신 10개년계획(2023~2032)'을 수립, 집행하고 매년의 경제추이를 분석해 경제시책들을 제시하는 '경제백서'를 작성, 발표함으로써 한국경제가 2032년에는 반드시 선진경제권에 진입하게 만들어야 한다.

한국경제는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경제 전체가 불안정하고 산업현장에서는 안전사고가 빈발한다. 저성장기조가 정착되고 경제·사회적 격차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다. 인구감소가 시작됐으며 국토의 불균형적 이용이 극에 달했다.

한국경제가 이대로 가다가는 중진경제권 진입 반세기 내에 선진경제권으로 진입하지 못한 채 중진경제권에 머물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후진경제권으로 추락하는 이른바 '중진국함정'에 매몰될 위기다.

대출금리는 인상, 예금금리는 인하를

첫째, 한국경제는 동행경기종합지수가 2022년 11월 109.6에서 2022년 12월 108.7, 2023년 1월에는 108.5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21년 하반기에 비해 2022년 하반기 상품수출이 2.2% 감소한 반면 상품수입은 11.8% 증가하면서 상품수지가 52억3800만달러에서 마이너스 19억6100만달러로 악화됐다. 2021년 8월~2022년 1월 월평균 소비자물가지수는 103.7이었지만 2022년 8월~2023년 1월 지수는 109.2로 연간 5.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월평균 은행대출금리가 2.94%에서 4.51%로 폭등했다. 또 월평균 환율은 2021년 9월~2022년 2월 달러당 1185.22원에서 2022년 9월~2022년 2월 달러당 1332.76원으로 12.4% 상승하는 등 매우 불안정한 추세다.

경제전체의 불안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예금기준금리와 대출기준금리로 구분해 전자는 하향, 후자는 상향조정해야 한다. 정부는 법인세를 인하하고 소상공인들에 대한 보조금을 증대하며, 수출시장을 다변화해 경기진작과 물가안정 환율안정 상품수지 개선 등을 도모해야 한다.

산업재해 줄이는 안전특별점검주간 설정

둘째, 한국경제는 자연재해 산업안전사고 교통사고 등의 빈발로 경제활동의 안전이 계속 위협받고 있다. 안전사고는 체계적인 사전점검과 시정에 의해 예방할 수 있다. 산업안전사고와 교통사고는 거의 완벽하게, 그리고 자연재해까지도 상당한 정도로 막을 수 있다.

정부는 전문가그룹에게 의뢰해 국민생활의 모든 측면에서 안전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매년 연초 2주간을 '안전특별점검주간'으로 설정해 국민들이 각자의 생활에서 안전상황을 철저히 점검해 안전사고예방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해야 한다.

연평균 4% 성장률 복원

셋째, 한국 경제성장률은 1963~1972년 연평균 10.3%에서 점차 하락하고 있다. 1973~1982년 9.1%, 1983~1992년 10.2%, 1993~2002년 6.8%, 2003~2012년 4.0%에서 2013~2022년에는 2.6%까지 떨어져 저성장기조가 정착되고 있다.


한국은 천부의 기억력과 새마을운동 등근면성, 강한 실행력의 경제체질을 유지하면서 산업사회를 이뤘고 20세기 말까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시작된 새로운 인류사회인 지식사회에서는 정보력과 창의력, 협동력으로 구성되는 지식력 중심의 경제체질이 요구된다. 하지만 한국은 이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사회교육과 학교교육 전반에 걸쳐 지식력을 배양, 강화해 2023~2032년 경제성장률을 연평균 4.0%로 높여야 한다.

촘촘한 복지 위한 '공통소득제'

넷째, 2007~2016년 한국의 5분위배율(최상위 20% 소득계층의 평균소득/최하위 20% 소득계층의 평균소득)은 평균 5.8로, 미국의 8.8보다 훨씬 낮지만 격차에 대한 사회적 불만은 미국보다 훨씬 더 강하며 사회전체에 팽배하다.

미국은 여러가지 촘촘한 사회복지제도로 모든 국민에 최소한의 기본적인 사회생활을 보장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이같이 촘촘한 사회복지제도를 확립하기는 매우 어려우므로, 근로가능한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인간적 생활에 필요한 소득(기본소득)의 85%(공통소득)를 지급하고, 근로가 불가능한 장애인과 노년층에게는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제도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근로가능한 저소득층의 근로의욕을 고취시키면서 팽배한 격차불만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

출산율 제고와 입양문화 정착

다섯째, 한국의 인구는 2020년 5182만9136명에서 2021년 5173만8071명으로 감소하기 시작했고, 2070년에는 3765만5867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계된다.

생산가능인구는 2020년 3737만8502명에서 2021년 3702만9895명으로 감소하기 시작했고 2070년에는 1736만7650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계된다.

이는 육아를 위한 경제적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합계출산율(15~49세의 여성 1인의 평균 출생아수)은 1971년 4.54에서 2021년 0.82로 하락했다. 2025년엔 0.74로 떨어졌다가 이후 미미한 상승세로 반전해 2070년 1.21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국 공공유료 종일 돌봄시스템을 도입해 직장생활을 하는 부모가 최소한의 비용으로 자녀를 출근길에 맡기고 퇴근길에 데리고 올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전국민적 노력으로 무자녀 성인 및 노인이 양자녀 및 양손자녀를 입양하는 문화를 하루 속히 정착시켜야 한다.

행정단위 개편으로 지역 불균형 해소

마지막으로 한국의 인구밀도는 2021년 말 현재 서울특별시 1만5700명/㎢, 인천광역시 및 경기도 1500명/㎢, 그리고 비수도권 300명/㎢으로 국토가 극히 불균형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는 전국 행정단위가 17개로 지나치게 분립돼 있고 전국 행정수도가 2개로 나뉜 탓이다. 또한 경제력이 서울특별시로 집중된 반면 광역시 및 도청소재지가 경제수도로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국을 1개 특별시와 8개 도로 통합하고, 그 아래에 적정수의 시·구·동을 두어야 한다. 서울특별시가 전국의 행정수도와 경제수도로 기능하도록, 그리고 각 도의 도청소재지가 각 도의 행정수도 및 경제수도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경제혁신 10개년계획 세우기

이를 위해 전국의 행정권을 모두 특별시와 각 도에 이양하고 중앙정부의 행정권은 사후 감독 및 시정조치에 그치도록 해야 한다. 국세 축소와 지방세 확대를 통해 중앙재정을 대폭 지방재정에 이양해야 한다.

정부는 이런 조치들을 포함한 '한국경제혁신 10개년계획(2023~2032)'을 수립, 집행하고 매년 경제추이를 분석해 경제시책을 제시하는 '경제백서'를 작성, 발표함으로써 한국경제가 2032년 반드시 선진경제권에 진입하게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