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글로벌 경제의 공존방식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2023-05-12 12:38:26 게재
김영익 ESG경제연구소 소장,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2000년 이후 세계경제는 미국의 소비자와 중국 등 나머지 국가의 생산자 역할이 조화를 이루면서 성장세를 지속했다. 이들을 달러가 연결해주었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서 미국 경제와 달러의 역할이 축소되고 상대적으로 중국과 위안화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소비자, 중국은 생산자 역할 분담

세계경제에서 소비자는 단연 미국이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신흥국에서 상품과 원자재를 수입했다. 신흥국은 대미 수출에서 벌어들인 달러로 미국 국채를 사들였다. 미국 소비자는 신흥국이 저임금을 바탕으로 생산한 상품을 싸게 쓸 수 있었다. 또한 신흥국이 미 국채를 매입하면서 미국 금리가 안정되고 주가가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도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이러한 미국과 신흥국의 관계는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가속화했다. 2001~2022년 중국의 대미 누적 무역수지 흑자가 6조2000억달러에 이를 정도였다. 중국은 미국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외환보유액을 늘렸다. 2000년 말 1656억달러였던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2022년 말에는 3조1277억달러로 19배나 증가했다. 중국은 미국에서 벌어들인 돈 일부로 미 국채를 사들였는데, 2001년 말 786억달러였던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이 2013년 말에는 1조2700억달러에 이르렀다. (그 이후로 서서히 팔고 있는데, 올해 2월에는 8488억달러로 줄었다.)

한편 중국은 WTO에 가입한 이후 수출 중심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2001~2022년 중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8.4%로 세계 평균 성장률(3.5%)의 2배보다 높았다. 같은 기간 미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9%였다. 이에 따라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1년 3.9%에서 2022년 18.1%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미국 비중은 31.3%에서 25.4%로 줄었다.

물론 미국 금융시장은 저금리를 바탕으로 크게 성장했다. 2001년 말 16조4500억달러였던 미국의 주식 시가총액이 2021년 말에는 80조600억달러(2022년 말에는 64조5200억달러)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에 명목GDP 대비 시가총액 비중도 154%에서 329%로 급증했다. 실물경제보다 주식시장이 2배 이상 빠르게 성장한 셈이다.

중국이 미국의 통화질서 모방

달러가 미국의 생산자와 중국 등 생산자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마디로 달러는 세계무역과 금융거래에서 '편리함'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달러를 무기화하면서 달러는 '위협'의 상징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시스템에서 북한과 이란을 퇴출시켰다. 또한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SWIFT에서 퇴출됐다. 미국은 달러 자산으로 표시된 러시아의 외환보유액도 동결했다. 그래서 이 국가들은 SWIFT 시스템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미 국채를 매각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앞장서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과의 무역거래에서 대부분 위안화를 사용한다. 중국은 브라질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원자재와 원유를 수입하면서 달러 대신 위안화를 주기로 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최근 중국을 방문하면서 "왜 국제거래에서 반드시 달러를 써야 하느냐"며 "중국과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를 더욱 늘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왜 우리는 자국 통화에 기반한 무역을 할 수 없는가"라며 "국제 무역에서 달러 지배를 종식시키자"는 제안까지 했다. 브라질에 이어 아르헨티나도 위안화 사용에 동참하기로 했다.

또한 사우디도 중국으로 원유를 수출하면서 달러 대신 위안화 결제를 고려하고 있다. 사우디의 원유 수출 중 25% 정도가 중국으로 간다. 만약 사우디가 원유 수출대금으로 위안화를 받는다면 지난 50여년 지속되어온 '페트로 달러(Petro dollar)' 체제가 중대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페트로 위안' 시대의 서막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올해 3월에 중국의 무역결제에서 위안화 비중은 48.4%로 처음으로 달러 결제 비중(46.7%)을 넘어섰다.

중국은 무역으로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수출국에 위안화를 내보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흥시장에 각종 사회간접자본투자나 직접 투자를 통해 위안화를 수출하고 있다. 이렇게 중국 밖으로 나간 위안이 어떻게 중국으로 회귀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우선은 원자재 수출국이 중국의 상품을 수입하는 데 위안화를 사용할 것이다.

다음 단계에서는 중국의 금융상품으로 위안화가 중국으로 들어올 전망이다.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위안화 국제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금리 자유화와 더불어 외환시장 자유화를 단행할 것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중국이 현재의 달러 중심의 통화질서를 모방하고 결국에는 그를 부분적으로 대체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비중 축소와 달러가치 하락

이러한 글로벌 경제 질서의 변화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이고 우리 기업과 가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첫째, 세계경제에서 미국의 역할 축소다. 미국경제가 소비자 역할로 세계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과정에서 미국의 부채가 급증했다. 2001년 GDP의 304%였던 민간과 정부 부채가 코로나19가 발생했던 2020년 2분기에는 415%까지 올라갔다. 2022년에는 358%로 낮아졌지만 아직도 절대적이다. 또한 국내 통화 증가와 해외 자금 유입으로 모든 자산가격에 거품이 발생했다가 붕괴하고 있다.

두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미국경제가 장기적으로 저성장을 할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GDP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25.4%에서 2028년에는 24.0%로 낮아지리라 전망한다. 같은 기간 중국 비중은 18.1%에서 20.4%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둘째, 미국 소비자와 중국 생산자 역할이 축소되고 미국으로의 자금 유입도 줄어들 전망이다. 2001년 미국 연방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외국인이 17.5% 보유했으나, 2014년에는 그 비중이 34.0%로 증가했다. 그러나 그 이후 중국 중심으로 상품 생산국들이 미 국채를 매각하면서 외국인의 미 국채 보유 비중이 2022년에는 23.3%로 줄었다. 이 기간에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비중이 9.3%에서 18.9%로 늘면서 연준이 미 국채를 사주었다. 그러나 물가상승으로 연준이 양적축소를 통해 국채를 줄이고 있다.

정부와 의회의 협의로 정부의 부채 상한 한도가 올라가더라도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사줄 경제주체가 부족하다. 외국인들이 과거처럼 미 국채를 사들일 가능성이 낮아 미국에서 저금리시대가 지속할 수 없고 금융시장도 성장이 정체될 것이다.

셋째,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중장기적으로 달러가치가 하락할 전망이다. 미국경제에 누적된 대내외 불균형(정부 부채와 대외 순부채 증가)이 달러가치 하락을 통해서 해소될 수 있다.

넷째, 달러가치가 하락했던 시기에는 미국 주가지수가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우리 기업과 개인은 이러한 거대한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우선 기업 차원에서는 미국 중심의 경제질서가 중요하지만 변화하는 중국 중심의 통화질서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수출 가운데 중국(22.8%)과 아세안(18.3%) 비중이 미국(16.1%)과 일본(4.7%)보다 훨씬 높다. 머지않아 중국이 우리나라와 무역거래에서 위안화 결제를 요구할 수 있다. 개인의 금융자산 배분에서는 상대적으로 미국 비중을 낮추고 신흥시장 비중을 높여야 할 것이다.

김영익 ESG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