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쯤 막을 내릴까

2023-05-12 12:40:04 게재
박노벽 전 러시아·우크라이나대사

러시아는 5월 9일을 2차대전 승전일로 기념하며 서방과 연대와 우호관계를 과시해왔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5.9 전승일 의미는 사라졌다. 러시아와 유럽은 5.9 전승일을 상호대립과 내부단합의 계기로 이용하고 있다.

9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기념행사 연설을 통해 서방이 러시아에 대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전쟁을 나치독일에 대한 소련의 투쟁과 유사한 의미를 부여하며 애국심과 전쟁지지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았다.

같은 날 폰 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을 만나 대러제재 강화를 촉구했고, 스톨텐베르그 나토사무총장은 외신기자회견에서 모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가 나토회원국이 될 것이라는 데 대해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주권독립국가로서 우세하게(prevail) 되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미국을 위시한 나토국들은 우크라이나군에 필요한 전차 230여대를 포함해 탄약과 훈련을 제공해, 전선의 땅이 굳는 대로 소모전에서 기동전을 펼칠 전망이다. 러시아는 현재 장악한 지역을 고수하기 위해 950km에 이르는 긴 전선에 참호와 지뢰밭설치, 장거리미사일과 포격사정권을 확보해 전세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미국과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통해 수도 키이우에 대한 우세를 추구하면서도 러시아와 직접 대결과 같은 확전을 피하기 위해 전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관리하고 있다. 서방은 우크라이나군이 필요로 하는 장거리미사일(ATCAM)이나 전투기(F16) 등 무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 중국의 종전 중재 기대 안해

전쟁의 결과는 군대 규모나 무기 수량으로만 판단하기 어려운 불확실성과 예기치 못한 요인이 작동할 수 있다. 때문에 섣부른 예측보다는 전황전개를 신중히 지켜보아야 한다.

우크라이나정부는 군사적 대응만이 아니라 전시경제 운영에서도 서방의 지원이 긴요하다. 우크라이나 인구의 30%(1300만명)가 난민이 된 상태에서 작년에 GDP 30% 감소, 인플레 25% 등 전시경제 운영에 어려움이 크다. 설상가상으로 흑해를 통해 수출되던 우크라이나의 곡물(밀의 경우 세계 수출량 10% 차지)은 러시아의 곡물협정 이행 거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값싼 곡물이 낮은 관세로 유럽연합에 유입되자 폴란드 등 유럽농업국들 반발로 중단되었다.

우크라이나의 적자재정 안정을 위해서 미일·유럽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지원에 나서고 있다. IMF는 지난 3월 말 미국의 요청에 따라 상환보증조건을 완화해 지원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변경, 우크라이나에 4년간 156억달러를 대출해주기로 했다.

미국 등 서방측은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현실적 제약을 고려해 우크라이나 영토의 완전회복보다는 주권과 독립유지, 서방의 단결,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 무력으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을 강조한다.

전쟁 종식과 관련 각국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의 러시아에 대한 영향력이 큰 상황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재를 자처한 것이 종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중국이 그간 러시아에 경사된 중립 입장을 보여온 점에 비추어 미국과 유럽측은 그다지 기대를 갖지 않고 있다.

종전협상 개시는 이해당사국들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당사국들의 대통령선거도 협상에 영향을 줄 중요 변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내년 3월 예정이며 미국은 11월이다. 내년 상반기 종전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종전협상은 당사국의 정치적 입장이 좌우

전쟁 당사국 중 러시아 지도부가 전쟁 지속비용과 대가가 기대이익을 초과한다고 보고 정치적 결단을 내리면 협상이 개시될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 군부는 현재 수적 우위로 승리를 확신한다. 미국 바이든행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우크라이나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내 지지동향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할 것이다. 따라서 교섭 기회의 창이 열리기까지 넘어야 할 고비와 과정이 많이 남아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은 억제와 대비, 오판의 문제 등을 일깨워 준다. 이번달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세계경제운영 전략과 함께 러시아에 대한 공동전략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옵서버로 참여하지만 우크라이나전쟁의 다양한 측면과 상황 전개, 우리 안보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효과적인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