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코로나는 이미 풍토병이 되었나

2023-05-19 11:30:41 게재
조용균 가천대길병원 내과 교수

중국의 제로코로나정책 포기 후에 가파르게 증가했던 전세계 코로나 사망자수는 올해 1월 이후 급격히 감소하면서 안정됐다. 이달 초 세계보건기구(WHO)는 '공중보건위기상황' 종식을 선언했다. 대역병 기간에 7억6000만명 이상 감염됐으며 그중 최소 700만명이 희생당하는 재앙을 겪었다. 유행 정점인 2021~2022년 겨울 하루 감염자 700만명에서 현재는 7만명으로 1/100로 줄었으며 치명률(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은 나라마다 큰 차이를 보였지만 국내를 기준으로 유행 초기의 약 2%에서 현재는 0.1% 이하로 1/20로 감소했다. 그렇다면 코로나19는 이미 풍토병이 되었는가?

유행병(epidemic)과 풍토병(endemic)의 차이는 예측가능성(predictability)과 대응준비(preparedness) 여부에서 나온다. 풍토병으로 간주하기 위한 첫번째 조건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환자의 발생, 두번째는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고 사망자수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보건의료 대응역량이다.

풍토병 여부 올 여름 지나야 확인 가능

전세계 데이터를 보면 2020년 1월 이후 6차례의 유행 정점 중에 2021년 봄 인도의 델타변이 유행을 제외하고 나머지 5차례 유행은 매년 여름과 겨울에 발생했다. 코로나19는 지난 3년간 대역병(pandemic)의 급성기를 지났으며 풍토병으로 넘어갈지 여부는 올해 여름을 지나서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유행 정점 때마다 새로운 변이바이러스가 출현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의 대응준비는 크게 두가지 국면으로 나눌 수 있다. 1단계(2020년 1월~12월)는 비약물적 대응 기간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 환자의 신속격리와 중환자병상 확보 등을 통해 이루어졌다. 2단계(2021년~현재)는 백신 접종과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약물적 대응이다.

비약물적 대응은 환자 발생을, 약물적 대응은 이와 더불어 중증이나 사망자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비상사태 시 병상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병원에 부분 투자방식으로 재정 지원사업에 착수했다. 병상확보가 예정대로 실현되고 수년 내 치명적인 변이바이러스가 출현하지 않는다면 풍토병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감염자 발생을 줄이는 방역대책은 3밀(밀폐 밀집 밀접) 자제와 개인위생, 신속격리 등으로 관리할 수 있지만 치명률은 왜 감소했을까? 치명률을 낮추는 요인은 적절한 의료서비스의 제공, 인체 면역력의 증가, 바이러스 병독성(virulence)의 감소, 치료제의 개발이다.

비약물적 대응 초기 1년간 2% 이상의 높은 치명률을 보인 이유는 첫째, 진단검사 확대의 어려움으로 경증환자수가 실제보다 적게 분모에 포함되었고, 둘째, 치명률이 높은 고령자의 사회적 보호조치가 부족해 인구비율 대비 감염률이 높았고, 셋째, 의료선진국을 포함해서 많은 나라의 의료시스템 붕괴로 인해 환자들이 적절한 초기치료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통계적 오류와 보건의료 시스템의 혼란으로 전세계 치명률이 2020년 봄 8%를 정점으로 그해 겨울 2% 내외로 감소했다.(https://ourworldindata.org/)

2020년 12월 이스라엘에서 시작돼 전세계로 확대된 백신의 불균형 공급, 백신반대운동, 방어면역력의 때이른 감소, 변이바이러스의 면역회피 등 많은 방해와 한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인류의 70% 이상이 백신을 접종했다. 접종 초기에 백신의 감염방어력이 90%를 상회했지만 지속적인 변이 발생과 함께 2020년 11월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등장하면서 감염전파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다음해 봄 국내에서도 매일 60만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다.

백신의 면역력 증가효과는 바이러스 전파를 억제하는 항체면역과 바이러스 병독성을 중화하는 세포면역 두가지로 나뉜다. 원(우한)바이러스에 기반해 만들어진 초기 백신 표적항원의 변이속도가 너무 빨라 충분한 항체를 형성하지 못해 전파방어력은 낮아졌지만 감염된 후 바이러스와 싸우는 세포면역은 지속적으로 유지됐다. 게다가 같은 백신을 추가 접종하면 그 효과가 수개월 더 지속됐다. 결국 백신의 진정한 효과는 중증환자를 줄이고 치명률을 낮추는 데 있었다. 전세계 접종률이 60%가 넘은 2022년 봄이 되자 치명률이 백신접종 이전보다 40% 감소했다.

약물적 대응 기간에 백신과 함께 중요한 요인은 외래처방이 가능한 경구치료제 보급이다. 여러 연구에서 경구치료제(팍스로비드)의 사망 감소효과는 50% 이상으로 확인됐다. 이전 치료제들은 효과도 매우 낮지만 주사제이기 때문에 입원해야만 치료가 가능해 병상 확보가 관건이었고 중증 환자만 치료할 수 있었다. 경구치료제는 많은 환자를 외래에서 치료할 수 있게 만들었다. 바이러스의 변이도 중증도와 치명률을 줄이는 데 한몫했다. 오미크론은 직전 델타 변이 바이러스보다 치명률이 1/3 정도 낮았다.

정리하면 바이러스 병독성의 완화, 백신의 중증예방 효과, 경구치료제의 보급, 안정적 의료시스템 순으로 현재의 낮은 치명률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치명률을 낮출 수 있는 대책이 전무한 대역병 초기에 환자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희생자를 최소화하고 약물적 대응을 신속하게 도입한 국가들(한국 포함)의 전략이 가장 유효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앞으로 코로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그럼 우리 각자는 앞으로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홍역은 자연감염 후 거의 평생토록 면역이 되고 백신접종으로 10년 정도 감염예방효과를 유지한다. 그러나 코로나는 자연감염이나 백신면역 후 짧게는 수개월 길어도 1년이 지나면 재감염 가능성이 있다. 사회적 관점에서는 유행이 종식되는 필요조건인 집단면역(herd immunity)을 달성하기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코로나는 홍역처럼 지역적으로 완전히 억제하거나 독감처럼 계절적으로 출현하기보다는 사시사철 우리 주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초기 백신은 3회 접종까지 효과가 수개월 지속되지만 그 이상의 접종은 몇주 내에 효과가 사라지는 반면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를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백신은 중증도 완화효과가 오래 지속됐다. 앞으로 새로운 변이바이러스에 대한 백신들이 계속 생산돼 고위험군에게 접종될 것이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변해 고위험군에게 매년 추가접종하는 일상의 질환이 되고 대역병은 기억으로 남는 것이다. 혹은 수개월 또는 수년에 한번씩 바이러스가 유전적 대변이를 획득해 다시 치명적인 대유행으로 돌아오는 것이 최악의 경우다. 허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돼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독감은 풍토병이면서 가끔 유행병이 되기도 하고 그 중에 일부는 2009년 신종플루처럼 대역병으로 발전한다. 인류는 100년 전 스페인독감과 같이 상호협력과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코로나 재난을 극복할 것이다.

코로나도 인간이 구원자로 나서 해결할 것

400년 전 유럽에서 약 800만명의 희생자를 낳은 잔혹한 30년 종교전쟁(1618~48) 후 출간된 '인간은 인간에 대해 늑대'라는 홉스의 명제와 '인간에게 인간만큼 유익한 존재는 없다'는 스피노자의 대항선언(antithese)이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반복되는 듯하다.

홉스는 당시 참혹한 살육과 혼돈의 경험을 통과하면서 인간의 비열함과 부도덕에 염세적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반면 스피노자는 공동체에서 자신들의 존재를 보존하고자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코나투스)이 도덕의 기초이자 정의롭고 고결한 삶이라고 조용히 속삭인다. 코로나는 우리의 코나투스로 해결될 것이다. '나는 우리에게 늑대인가? 당신은 우리의 구원자인가?' 스스로 묻게 된다.

조용균 가천대길병원 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