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중동의 축소판 시리아

2023-06-16 11:23:26 게재
송웅엽 조선대 객원교수, 전 이란·이라크·아프간대사

중동지역 갈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시리아는 중동의 축소판이다. 따라서 시리아 사태를 보면 중동지역 정세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오늘날 시리아에서 일어나는 여러 형태의 갈등은 크게 여섯가지 요인으로 대별할 수 있다.

첫째, 종교적 갈등이다. 이슬람 국가인 시리아에는 약 10%에 달하는 기독교도가 거주하며 유대교를 신봉하는 이스라엘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점령한 시리아의 골란고원을 여전히 지배하고 있다.

둘째, 종파적 갈등이다. 시리아는 1970년 하페즈 알 아사드(현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부친)의 무혈혁명 이래 인구의 약 13%를 점하는 알라위파가 기독교도의 협조하에 다수의 순니파를 통치하고 있다. '알라위'는 알리를 따르는 자를 뜻하며 시아파의 일파로서 신비주의 색채가 강한 특성이 있다.

셋째, 종족적 갈등이다. 시리아에는 다수의 아랍족과 더불어 약 10%에 이르는 쿠르드족이 북부 튀르키예 접경지역에 거주한다. 튀르키예정부는 자국 내에서 무장투쟁을 통한 독립을 추구하는 쿠르드노동자당(PKK)이 시리아 쿠르드족과 연계되어 있다고 주장하면서 시리아 북부에 대한 공습을 감행하고 튀르키예 군대를 주둔시켰다.

넷째, 이념적 갈등이다. 시리아 집권 바트당(Baath Party)은 아랍민족주의와 아랍사회주의를 지향한다. 한편 순니파 세력은 세속주의와 근본주의로 나뉘어 있으며 2014년 시리아에서 태동한 이슬람국가(IS)는 근본주의의 대표적 사례다.

아랍연맹 복귀는 중동지역 데탕트 상징

다섯째, 외세의 개입에 따른 갈등이다. 시리아는 과거 소련과 동맹관계를 맺었으며 2011년 발생한 내전은 이란 사우디 이스라엘 튀르키예 러시아 미국 등 외세의 직·간접적 개입에 따라 복잡한 국제전 양상을 띠게 되었다.

여섯째, 인위적 국경선에 따른 갈등이다. 중동지역은 오스만 제국 지배하에 오랫동안 부족단위 자치지역 형태로 존속했으며 현재의 국경은 서구 열강의 이해관계에 따라 그어졌다. 시리아와 레바논 국경은 프랑스에 의해 임의로 설정됐다.

2023년 5월 19일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도 참석했다. 시리아는 2011년 3월 남부의 작은 도시 데라(Derra)에서 중학생 13명이 학교 담벼락에 써놓은 '아랍의 봄' 낙서에서 비롯된 내전을 계기로 그해 11월 아랍연맹에서 퇴출됐다가 12년 만에 복귀한 것이다. 미국과 카타르 등 일부 아랍국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는 2023년 3월 사우디-이란 관계 정상화 이후 진행 중인 중동지역 데탕트의 상징적 사건 가운데 하나다.

시리아 내전은 2015년 9월 러시아의 군사개입으로 전환점을 맞이했다. 시리아 서부 라타키아 공군기지 주둔 수호이24 전폭기가 중부 홈스와 서부 하마 공습을 시작했다. 그것은 시리아의 내전 상황을 결정적으로 바꾸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2014년 3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에 이어 새로운 냉전의 시작을 알리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2011년 시리아의 아랍연맹 퇴출을 주도하고 그동안 시리아 반정부군을 지원해온 사우디는 2023년 2월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을 계기로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를 추진했다. 사우디의 정책 변화는 시리아의 현실을 수용하고 마땅한 대안 부재를 인정한 실용주의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시리아와의 관계정상화가 시리아의 이란 의존도를 낮추고 중동지역 현안인 난민과 마약문제 해결과 '사우디 비전 2030'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미수교국 시리아와 관계 개선 필요

시리아는 중동지역에서 우리와 외교관계를 맺지 않은 유일한 나라다. 1967년과 1973년 중동전쟁 당시 시리아와 이집트에 공군 조종사를 파견한 북한이 시리아와 특수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중동지역 데탕트 시대를 맞이해 우리도 시리아와의 점진적 관계 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 2254호 및 미국과 유럽의 제재로 당분간 외교관계 수립은 적절치 않을 테지만 시리아 난민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면서 영사관계 수립 후 외교관계로 승격을 추진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향후 진행될 시리아 재건에 약 400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시리아와의 점진적 관계 개선은 앞으로 우리 기업의 시리아 진출에도 일조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