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미국 장단기금리 역전과 경기침체, 이번엔 다를까

2023-07-07 12:06:52 게재
김영익 ESG경제연구소 소장,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1969년 이후 미국 경제는 8번의 경기침체를 겪었다. 그 이전에 장단기 금리차이(10년과 2년 국채 수익률 차이)가 역전되면서 경기침체를 예고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서 조만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올해 1분기까지 미국경제는 소비 중심으로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이어오면서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소견이다.

소비 중심으로 경제성장 둔화 전망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0.6%(2022년 기준)로 절대적으로 높다. 코로나19로 2020년 2분기에 미국 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졌으나, 그 이후 소비가 증가하면서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2020년 2분기에서 올해 1분기 사이에 GDP는 16.7% 증가했으나, 소비는 그보다 더 높은 21.5%나 늘었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도 2%(연율)로 나왔는데, 이 역시 소비가 4.2%로 2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앞으로 소비증가세가 둔화하거나 감소하면서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거나 경기가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비가 줄어들 수 있는 네가지 요인을 살펴보자.

첫째, 소비의 원천인 가계의 실질가처분소득이 줄어들고 있다. 2020년 말에 4만6790달러였던 일인당 실질가처분소득이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4만6515달러, 4만5603달러로 감소했다.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올해 5월에는 4만6673달러로 늘었으나 아직도 2020년 수준을 밑돌고 있다.

둘째, 미국의 가계저축률이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저축률이 3.7%로 장기평균(2000~22년, 6.6%)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금융위기 직전 해였던 2007년 3.4%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계가 저축한 돈을 많이 써버렸기 때문에 앞으로 지출할 여력이 줄었다는 의미다. 올해 1~5월에는 저축률이 평균 4.3%로 오르고 있다. 이제 소비를 상대적으로 줄이고 있는 증거다.

셋째, 금리인상의 시차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해 2월 0.00~0.25%였던 연방기금금리 목표 수준을 올해 5월에는 5.00~5.25%로 인상했다. 과거 통계를 분석해보면 미국 가계가 12~20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를 가장 많이 줄였다. 지난해 3월 이후의 금리인상 시차효과가 지금부터 내년 상반기에 걸쳐 나타날 전망이다.

넷째, 가계부채 증가도 소비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20년 2분기 90.7%였던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가 지난해 말에는 103.0%로 증가했다.

연준 통화긴축이 경기침체 앞당길 수도

소비감소와 더불어 연준 통화정책의 급격한 전환이 경기침체를 앞당길 수 있다. 피셔의 화폐수량설에 따르면 적정 통화증가율은 물가상승률과 실질 GDP 증가율의 합에서 유통속도 변화율을 뺀 것이다.

이들 지표로 1971년에서 2019년까지 통계로 분석해보면 광의통화(M2) 평균증가율이 실질 GDP 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합의 평균과 같았다. 장기적으로 유통속도 변화율은 제로였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실제 M2 증가율이 실질 GDP 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합(적정 통화증가율)을 초과할 때는 연준이 통화를 과잉 공급했고, 그 반대의 경우는 과소 공급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2020년 코로나19로 미국경제는 심각한 침체에 빠졌다. 특히 2020년 2분기에는 소비가 대폭 줄어들면서 마이너스 29.9%(연율) 성장했다.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 연준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통화공급을 늘렸다. 이에 따라 2020년 2분기에는 실제 M2 증가율이 적정 증가율보다 28.5%p 높았다. 20%p 이상의 통화공급은 2021년 1분기까지 지속했다. 이런 과잉 통화공급이 단기적으로 경기회복에 크게 기여했으나, 시차를 두고 물가상승을 초래했다. 2022년 2분기 소비자물가가 전년동기비 8.6%나 오르면서 1981년 4분기(9.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준의 가장 중요한 통화정책 목표는 물가안정이다. 물가상승률이 이처럼 높아지다 보니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는 등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2월에서 올해 5월 사이에 연방기금금리 목표 수준을 5%p나 인상했다.

이런 긴축적 통화정책 영향으로 2022년 1분기부터는 실제 통화증가율이 적정 통화 수준을 밑돌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에는 실제 M2 증가율이 마이너스 2.7%로 적정 증가율보다 10.2%p 밑돌았다. 샤워실의 바보처럼 연준이 수도꼭지를 뜨거운 물에서 차가운 물로 급작스럽게 돌려버린 것이다.

2000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이러한 통화증가율이 4분기 정도 시차를 두고 경제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블룸버그 컨센서스(2023.7.3.)에 따르면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은 1.3%로 지난해 2.1%보다 낮아지고, 내년에는 0.7%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있다.

소비 감소와 통화정책 긴축 영향으로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기업 매출이 감소하고 기업들이 고용을 급하게 줄일 것이다. 미국경제는 모든 분야에서 탄력적이다. 특히 고용시장의 탄력성은 더 높다. 2020년 코로나19로 소비가 줄어들면서 경기가 침체에 빠지자 미국 기업들이 그해 3~4월에 일자리를 2194만개 줄였다. 그 이전 10년 동안 증가했던 일자리를 단 2개월 만에 줄여버린 셈이다.

최근 고용통계에서 경기침체 조짐을 볼 수 있다. 주간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4주 이동평균)가 2002년 9월 마지막주에 19만1000건이었으나 올해 6월 네번째주에는 25만8000건까지 증가했다. 1969년 이후 미국경제는 8번의 경기침체를 겪었는데, 실업수당청구건수 저점이 경기침체가 시작되는 월보다 평균 11개월 선행했다. 물론 기간에 따라 시차는 짧게는 3개월 길게는 22개월로 큰 차이가 있었다. 또 실업률의 12개월 이동평균이 경기침체에 평균 2개월 선행했다.

지난해 3월 이후 실업률은 3.4~3.7%의 낮은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앞으로 몇달 통계를 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소비감소로 고용이 줄고 실업률도 올라갈 것이다. 12개월 이동평균이 조만간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경기침체를 예고해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소비 위축시 고용 급감, 주가 하락 예상

미국을 대표하는 주가지수 가운데 하나인 S&P500이 저점에서 20% 이상 오르면서 강세장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주가는 기업수익이나 거시경제변수에 비해 지나치게 과대평가돼 있다. 최근 S&P500의 배당수익률은 1.53%로 장기 평균(4.27%)보다 훨씬 낮을 뿐만 아니라 3.7% 정도인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명목 GDP 등 거시경제변수로 평가해봐도 주가는 최소한 10% 이상 과대평가돼 있다. 머지않아 경기침체와 더불어 주가가 급락할 수도 있다.

미국의 소비감소는 우리 수출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대미 수출이 14.5% 증가하면서 전체 수출 증가율(6.1%)을 웃돌았다. 올해 상반기에 우리 수출증가율이 전년동기에 비해 12.3% 줄었으나 미국으로 수출은 0.3% 늘면서 여전히 상대적으로 좋은 모습이다. 그러나 월별로 보면 대미 수출증가율이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세로 전환했다. 하반기에는 감소폭이 더 확대할 전망이다. 우리 주가도 일시적으로 미국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김영익 ESG경제연구소 소장